착하고 순해서 오히려 좋은 《악마가 이사왔다》 작성일 08-17 3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로맨틱 코미디와 미스터리의 신선한 결합<br>여름 극장가에 선한 웃음 분위기 이어갈 듯</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HI3n5GEQU1">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XC0L1HDx75"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e4e494a8e484b7efbf0ee322cfdd343cff7486caefd128958f28e370dab7e619" dmcf-pid="ZhpotXwM7Z" dmcf-ptype="general">'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의 공동생활 난도는 어디까지 높아지려는가. 층간소음 정도는 예삿일이다. 이제는 악마와 이웃하는 일까지 감내해야 한다. 《악마가 이사왔다》는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가 매일 밤 기상천외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게 다 아랫집에 이사 온 선지(임윤아)의 이중생활 때문이다. 장르적 선택지로는 호러가 예상되지만, 이 영화는 누구나 쉽게 상상할 법한 경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흥미로운 길을 찾아간다. '두 얼굴의 그녀'라는 로맨틱 코미디의 익숙한 설정을 미스터리와 결합해 신선하게 풀어낸 《악마가 이사왔다》의 진짜 매력은 제목에서 기대되는 것과는 정반대 지점, 그러니까 뜻밖의 착하고 순한 맛에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4bc5f9e7a47ad88967b348d1a8a4ec0d725c1175358ade752832a101e9a9172" dmcf-pid="5lUgFZrRp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포스터 ⓒ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39080utyr.jpg" data-org-width="800" dmcf-mid="WIRvPf1mz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39080uty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포스터 ⓒCJ ENM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af8ee2f46b4d89dd7596d2913c0fe2745f002b4f850648baffeb61114cb1c881" dmcf-pid="1Sua35me0H" dmcf-ptype="general"><strong>불안한 청년 세대를 향한 긍정적 시선</strong></p> <p contents-hash="11be85049e52965c4baba03d333f22501b9473e9b3dd6804701ff9d096dfb950" dmcf-pid="tv7N01sdUG" dmcf-ptype="general">1401호 길구는 주로 밤에 외출한다. 회사에 나갈 일이 없어서다. 종일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불안에 시달리며 시간을 죽이는 그의 능력치가 발휘되는 거의 유일한 순간은 인형 뽑기 기계 앞에 섰을 때뿐이다. '정확한 목표 설정'에 입각한 실력 덕에 방 하나를 상품으로 가득 채웠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이전 직장 생활에서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던 능력이다.</p> <p contents-hash="59e65ab03f94bc287a8aeb6e7540c5b719ce64b6b6ae73d8d2f0b00e2011d293" dmcf-pid="Fzdyx8FOFY" dmcf-ptype="general">그러던 길구가 아랫집 1301호에 이사 온 선지에게 첫눈에 반한다. "아름다웠어. 천사가 있다면 그렇게 생겼을 거 같아." 문제는 선지에게 천사의 모습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다음 날 야심한 시간 엘리베이터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의 선지는 180도 다른 모습이다. 해사한 낮과 표독스러운 밤의 선지의 상반된 모습에 혼란을 느낄 즈음,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를 통해 들은 가족의 비밀은 꽤 오싹하다. 새벽 두 시만 되면 선지의 몸에 잠들어있는 악마가 깨어나며, 가족들은 이미 오랜 시간 이 악마의 요구대로 밤마다 함께 외출해 왔다는 것.</p> <p contents-hash="483afa589838f20db3374255e2b84eaf07172d79b4cbc3cd8b600fb6990ea070" dmcf-pid="3qJWM63I3W" dmcf-ptype="general">남는 게 시간뿐인 길구의 처지는 이 상황에서만큼은 긴요한 카드가 된다. 교장 선생님 아버지, 아파트 부녀회장 출신 어머니를 둔 아들이라는 집안 배경도 어쩐지 합격점이다. 요령 피우는 구석 없이 순하고 반듯한 길구의 장점을 알아본 장수는 새벽마다 악마와의 산책에 동행하는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이 기묘한 일감에서는 악마의 요구대로 최선을 다해 즐겁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다. 다행히 한밤중에 깨어난 악마의 요구치고는 은근히 소박한 편이다. 화려하게 꾸민 채 동네를 산책하거나 놀이터에서 그네 타기, 편의점 인기 상품인 빵을 죄다 털어먹기 정도가 악마의 기본 루틴. 그렇게 낮에는 선지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밤에는 동네 산책 코스에서 길구의 이중 알바가 시작된다.</p> <p contents-hash="43e76be84977ae8f5d789f1bda8d93f6348f4ed544c6e6159bfe992b193ead32" dmcf-pid="0BiYRP0Cuy" dmcf-ptype="general">《악마가 이사왔다》는 942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 《엑시트》(20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이상근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과 이어지는 중요한 배경으로 청년 세대를 향한 긍정적 시선이 우선 엿보인다. 두 영화 속 주인공들은 성장의 동력을 외부 환경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물론 남들과 비교당하며 쪼그라드는 순간이 있지만, 그들은 기어이 자신만의 비기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 나간다.</p> <p contents-hash="b2318d43dc95bff340717a1e41c0a82bfbdee9c8279c19de5fcde31a239d52c8" dmcf-pid="pbnGeQphpT" dmcf-ptype="general">《엑시트》는 취업과 결혼 등 쏟아지는 사회적 압박에 짓눌려 제대로 뜀박질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청년 세대에게 안기는 땀내 나는 성취의 이야기였다. 재난 상황 안에서 사회 시스템을 조망하거나 위기를 진단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의 문제를 성실하게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변주를 줬다. 철봉 묘기, 암벽등반 등 취업에 하등 쓸모없는 재주만 무수히 가졌던 주인공 용남은 모두가 속수무책인 재난 상황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보여준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ed7a014042c2fdb2f5a69929bb9d0a91bd61506f456492d978c0cb479f598c3f" dmcf-pid="UKLHdxUlpv"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40371ctcm.jpg" data-org-width="800" dmcf-mid="YbCKmExp3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40371ctcm.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f97576ed0449be064c3739464e34bbddfc88edbbb341afe2dca05dfc3b91eae" dmcf-pid="u9oXJMuSzS"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41633gkux.jpg" data-org-width="800" dmcf-mid="Gf1dHyA8p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17/sisapress/20250817140141633gkux.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 스틸컷 ⓒCJ ENM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74bd777b2a2139eb3ae1d3eb4ecf795ce44d23d367ebcb87863d66bdef5fbeba" dmcf-pid="72gZiR7vUl" dmcf-ptype="general"><strong>귀하게 다가드는 '듣는 힘, 선한 마음'</strong></p> <p contents-hash="bb99eb18c514883860df277c3dcd59fd4affb68324c6cbe77252b975b217cfdc" dmcf-pid="zVa5nezT7h" dmcf-ptype="general">길구는 용남의 조금 다른 버전, 혹은 가장 비슷한 친구 같은 인물이다. 남의 가게 앞에 함부로 버려진 빈병 조각조차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 요즘은 남자 주인공의 필수장치로까지 느껴지는 욕설 한마디 뱉지 않는 사람이 길구다. 선지의 몸에 들어간 존재가 실은 악마가 아니라 억울한 영혼임을 알게 된 길구는 그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득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진심으로 돕고 싶은 마음 하나 때문이다.</p> <p contents-hash="3ce6920261731587809ce02d216a676a96018ee45d1c3cbd001c9ee4f4a007ee" dmcf-pid="qfN1LdqyzC" dmcf-ptype="general">그건 모두가 자신의 그럴싸한 무용담이나 자기 말만 뱉기 바쁜 시대에 "나 듣는 거 잘해"라며 가만히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길구의 '듣는 힘'은 선지를 구할 수 있는 가장 귀한 능력으로 쓰인다. 사연을 들여다보면 애초에 악의라곤 없었던 안쓰러운 혼령, 제 앞가림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타인을 도우려는 청년. 온통 선한 마음들 앞에서 '왜 저렇게까지 할까'라는 의문은 어느덧 슬그머니 뒤로 물러선다.</p> <p contents-hash="487db383600376b9e52e953e755cfc1d38507a4ae772bb88f8137d48faaeb57a" dmcf-pid="BBiYRP0C7I" dmcf-ptype="general">장르 영화의 기본 공식들에 무해한 스토리를 연결해 엮는 솜씨는 《엑시트》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눈에 띄는 감독의 재능이다. 두 영화 모두 오리지널 각본이라는 사실도 웬만한 웹툰이나 웹소설 등 원작들이 전부 개발되다시피 하는 지금의 한국 영화 환경에서는 괄목할 점이다. 물론 모든 연출가가 각본을 직접 써야 할 이유는 없지만, 스토리텔링 능력과 지향하는 세계관 등을 눈여겨보기에 하나의 좋은 기준점이 된다는 뜻이다. 이상근 감독은 오래전 초고로 만들어 두었던 《2시의 데이트》 각본을 새롭게 매만져 이번 영화로 완성했다.</p> <p contents-hash="4bddee10e9a6a3309ab2904be4e5a7cb3870d2f1195426a4ab855028479d2745" dmcf-pid="bbnGeQphpO" dmcf-ptype="general">선지의 사연을 둘러싼 반전이 공개되기까지 더러 호흡이 늘어지는 구간이 있다거나, 오리지널 시리즈 등과는 달리 영화만의 문법이 선사할 수 있는 묘미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만하다. 다만 이 영화에서 발휘되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은 귀하다. 도파민 과다 분출만을 겨냥한 듯한 자극적 작품만이 무조건적인 흥행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2주 앞서 개봉한 가족 코미디 《좀비딸》의 성적이 증명하는 바이기도 하다. 마침 극장가에 오랜만에 선한 웃음의 분위기가 만들어진 타이밍이라, 흥행 바통을 무난하게 이어받거나 쌍끌이 흥행이 지속되는 상황을 기대해봄 직하다.</p> <p contents-hash="81a0fe12cb23c9237fd727ae2f17d6caecfc7959b868e4b855b86ccf53f9936a" dmcf-pid="KKLHdxUl7s" dmcf-ptype="general">천사와 악마의 얼굴을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임윤아는 《엑시트》 《공조》 시리즈 등에서 보여준 것보다 한층 무르익은 능청스러움을 보여준다. 착하고 순한 대형견 같은 길구를 연기한 안보현의 매력은 새로운 발견이다. 기존에 발표됐던 배우(김선호)가 하차한 뒤 새롭게 물색한 캐스팅은 이 영화에 오히려 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만화 같은 설정, 웃음과 눈물을 오가는 장르의 롤러코스터 안에서 보는 이를 편안하게 안착시킨 데는 두 주연배우의 공이 컸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허경환, 한강뷰 아파트 사는 40대 독거남‥“야뇨증만 없으면” 반전 고백(놀뭐) 08-17 다음 ‘전국노래자랑’ 송가인, 화려한 피날레...‘국보 가수’ 클래스! 08-17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