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66세 김경문, 69세 안준호…세월을 이긴 리더, 다시 빛나는 순간

작성일 08-14

-KBO 최고령 1000승 달성 금자탑 -아시아농구 죽음의 조 탈출 8강 진출 -개별 선수 장단점, 특성 파악의 달인 -원팀 정신 강조, 물 흐리는 메기 배격<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1_20250814073412844.png" alt="" />한화 김경문 감독(66)이 KBO에서 역대 최고령 1000승 감독에 올랐다. 70을 바라보는 안준호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컵에서 죽음의 조를 뚫고 8강에 진출했다. 한화,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div> 한화 김경문 감독(66)이 KBO 역대 최고령 1000승 감독이 됐습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롯데와의 안방 경기에서 2-0으로 이겼습니다. 이로써 김경문 감독은 두산 사령탑이던 2004년 4월 5일 KIA전에서 감독 데뷔 첫 승을 기록한 뒤 KBO 사상 김응용(1554승)과 김성근(1338승) 전 감독에 이어 세 번째로 1000승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통산 1894경기 만에 쌓은 금자탑이자 66세 9개월 11일로, 종전 김성근 감독(65세 8개월 21일)을 넘어 최고령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60; 김경문 감독이 경기 후 코치진, 선수들에게 축하받은 지 한두 시간 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5 FIBA 아시안컵 8강 결정전에서 69세 안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괌을 99-66으로 꺾었습니다.&#160; &#160; 애초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의 전망은&#160;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예선 조별리그에서 강호 호주, 전년도 준우승팀 레바논, 카타르와 맞붙게 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음의 조'를 2승 1패로 통과하며 거센 돌풍을 일으킨 대표팀은 중국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습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2_20250814073412890.png" alt="" />13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김경문 한화 독의 개인 통산 1000승을 축하하는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이날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격려사와 축하 선물 및 화환을 보내 김 감독의 1000승을 축하했다(왼쪽부터 양상문 투수코치, 손혁 단장, 김경문 감독, 양승관 수석코치). 한화 이글스 제공</div> 60대 중반도 넘어선 김경문 감독과 안준호 감독의 이러한 활약은 보기 드문 기현상으로까지 받아들일 만합니다.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를 맞았지만, 오히려 기업체 임원 연령대는 해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꽃'이라는 프로 스포츠 감독도 언제부터인가 젊은 지도자가 선호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단 프런트나 체육단체 측면에서 보면 연로한 감독을 상대가 껄끄럽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160; &#160; 김경문 감독과 안준호 감독은 남다른 리더십과 선수 관리를 바탕으로 세월을 거스르고 있습니다. 국가, 조직, 가족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다가 하루아침에 은퇴한 뒤 뒷전으로 물러나면서 우울감에 시달리거나 한숨짓는 중장년층에게도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160; 김경문 감독은 1000승 달성 후 방송 인터뷰를 사양했습니다. 그저 "(선수들이) 감독에게 좋은 승리를 선물해 고마움 잊지 않겠다. 기회를 주신 구단주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라는 짧은 소감을 남겼을 뿐입니다. 1000승이라는 개인 목표를 뛰어넘어 올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절대 반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160; 구단주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은 김경문 감독에게 축하 서한을 보내 "KBO 통산 1,000승 금자탑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며 "최고 명장의 리더십이 이글스의 새로운 역사와 함께 영원한 전설로 기억되길 기원한다"라고 격려했습니다. &#160; 한화는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화 홍보팀에 따르면 김 감독이 선두권 다툼이 치열한 데 자신만 나가면 안 된다고 인터뷰 요청 등을 정중히 사양해 달라고 요청했답니다.&#16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3_20250814073412938.png" alt="" />한화 김경문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채널에이 자료</div> 김경문 감독과 안준호 감독은 모두 선수를 파악하는 데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선수들의 장단점, 특성, 성격을 파악해 전력을 한껏 끌어올리는 겁니다. 김 감독은 필자에게 "내 머릿속에는 카메라가 아주 많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훈련할 때 선수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이를 카메라처럼 찍어 머릿속에 저장해 둔다는 뜻입니다. 한 야구 해설가는 "김경문 감독 정도 되는 경력이라면 경기 전 웜업할 때 감독실에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늘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점검한다"라고 놀라워했습니다.&#160; &#160; 프로야구 한화 사장을 거쳐 한화생명 스포츠 TF를 이끄는 박찬혁 전무는 "김경문 감독님은 선수 개개인별 특성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운영에 반영한다는 현장 평가가 있다"라면서 문현빈 사례를 들었습니다. 지난해 문현빈을 기용하지 않았을 때 주변에서 안 좋게 봐서 안 쓴다는 오해가 있었으나 실제로는 팀 내 가장 좋은 스윙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다만 포지션 정리 후 활용해야 본인이 헷갈리지 않고 정착할 수 있어 기회를 봤다는 겁니다.&#16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4_20250814073412987.png" alt="" />아시안컵에 출전한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새로운 황금세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FIBA 홈페이지</div> 안준호 감독 역시 포지션별로 확실한 역할 분담과 함께 상대 스타일에 따른 맞춤형 기용으로 전력을 극대화했습니다. 누군가는 지나치게 3점 슛에 의존하는 '양궁 농구'라는 비판하기도 했으나 레바논과의 예선전에서 22개의 3점 슛을 꽂으며 승리의 발판으로 삼았습니다. 이 경기에서 LG 우승 주역 유기상이 3점 슛 8개를 앞세워 28점을 퍼부었고 이현중(나가사키) 역시 28점(3점 슛 7개)을 적중시켰습니다. 이날 한국은 여준석(시애틀대), 이정현(소노) 등 주축 2명이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폭발적인 외곽슛과 함께 하윤기, 이승현, 김종규 등 빅맨들이 제공권과 수비에서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약체라던 대표팀이 이젠 새로운 황금세대가 탄생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습니다.&#160; &#160; 두 감독 모두 원 팀 정신을 강조합니다. 특히 비뚤어진 스타 의식으로 팀워크를 해치거나 겉멋이 든 나태한 플레이는 절대로 용납하지 않습니다. 안준호 감독은 대표팀 선발에서 허훈, 최준용 등 비록 기술은 뛰어나지만,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원을 배제했습니다. 그렇다고 감독 독단으로 결정한 건 아니었습니다. 최종 명단 발표에 앞서 구단 관계자, 농구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경청한 끝에 내놓은 고뇌에 찬 결심이었습니다. 그즈음 필자와 순댓국을 먹던 안 감독이 "허훈과 최준용을 빼야 하는 확실한 이유가 세 가지 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만큼 자신의 의사결정에 대한 확신이 있었지 않았을까요. &#160; 이런 모습은 지나온 과거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안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인 1997∼1998시즌 서장훈과 현주엽이라는 두 명의 걸출한 스타를 보유하고도 시즌 초반 6경기 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 후 친정팀 삼성의 코치로 백의종군해 2001년 우승을 맛봤으나 재계약에 실패하며 다시 야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삼성 감독으로 복귀해 친정팀 우승을 이끌 때 개성이 강한 서장훈과 밀 땅 끝에 출전 시간을 줄인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5_20250814073413047.png" alt="" />한화 김경문 감독과 한화 이글스 사장 출신인 한화생명 박찬혁 전무. 채널에이 자료</div> 박찬혁 전무는 "뛰어난 감독은 긍정적인 의미의 벤치 장악력이 대단하다. 최근 젊은 감독들이 고참 선수 등 눈치 혹은 여론 눈치를 보느라 벤치 운영에서 선수 신뢰를 잃는 사례가 허다하다. 반면 김경문 감독님은 명확한 기준에 의해 상호 경쟁을 이끌다 보니 선수들도 이해하는 기용이라고 수긍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160; 투수 출신 손혁 한화 단장은 "김경문 감독님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으십니다. 선수들에게 경쟁을 유도하면서 동기부여와 자극을 적절히 주신다"라고 말했습니다. 손 단장은 또 "경기에 진 날은 야구장에서 바로 나가신다. 코치나 선수들을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라며 "혹자는 말이 안 통한다고 하는 데 제가 보기엔 배려도 잘하시고 모든 것에 명확하고 이유가 있어서 좋다. 다만 유머 감각은 없으시다"라며 웃더군요.&#160; &#160; 안준호 감독은 평소 사석에서 "내가 최고의 회사라는 삼성에 세 번 들어간 사람"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하곤 합니다. 선수로 삼성에서 뛰었던 안 감독은 김동광 감독 밑에서 삼성 코치로 일하며 우승을 거들었습니다. 삼성에서 선수 코치를 거쳐 감독으로도 다시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선수뿐 아니라 프런트와도 융화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8/14/0000011351_006_20250814073413094.png" alt="" />삼성 감독 시절 안준호 대표팀 감독. KBL 제공</div> 안준호 감독은 코치로 삼성 출신 후배인 강양택, 서동철 코치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두 코치는 프로팀 감독으로도 손색이 없는 경력을 지녔습니다. 강양택 코치는 연세대, 서동철 코치는 고려대를 졸업했습니다. 안준호 감독은 경희대를 나왔지요. 코치들이 풍부한 경험을 충분히 살려 팀을 강하게 만드는 능력도 뛰어나다는 평가입니다. 삼성에서 선수 프런트 등으로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춘 이성훈 전 KBL 사무총장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거 같다. 목표를 향해 하나로 뭉치게 하는 데 특별한 재주가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160; 김경문 감독도 겉으로는 강한 이미지로 비치지만 누구보다 프런트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코치 기용도 남달라 보입니다. 무엇보다 64세로 다른 9개 팀 감독보다 나이가 많은 양상문 전 LG, 롯데 감독을 투수코치로 영입해 손발을 맞추고 있는 게 대표적입니다. &#160; 김경문 감독과 안준호 감독이 일으킨 새바람은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유병석 KBO 홍보팀장은 "야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 종목도 주기적으로 감독 선임 흐름이 바뀌기 마련이다. 올 시즌 종료 후 감독 계약이 끝나는 구단들이 몇 있는데 김경문 감독의 뚝심, 믿음의 야구가 다른 팀 감독 선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최근 지도자는 소통, 신구조화, 마이크로매니징 등이 키워드로 두드러졌다면 앞으론 베테랑, 카리스마, 선 굵은 지도력 등이 다시 중시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전 두산 이승엽 감독의 아쉬운 퇴진이 떠오르는 대목입니다.&#160; &#160;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김경문, 안준호 두 감독에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는 표현은 너무 싫증 나 보이기까지 합니다. 김경문 감독은 "매 경기 1승, 1승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 시즌이 끝날 때까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능변과 사자성어로 유명한 안준호 감독은 "지금 한국 남자농구는 응집력, 조직력, 집중력, 패기로 똘똘 뭉쳐있다. 피에 굶주린 늑대 군단처럼 그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달려야 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160; 깊게 팬 주름을 덮고도 남을 두 감독의 날카로운 눈매를 보면서 '봄여름가울겨울'의 노래하나가 떠올랐습니다. &#160;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160; &#160;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가사의 그 곡 말이죠.&#160;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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