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축구에도 ‘이도류’가 떴다

작성일 08-13

공격·수비 겸하는 ‘특급 신인’ 헌터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3/0003922766_001_20250813005320796.jpg" alt="" />그래픽=김의균 										미식축구는 포지션별로 주어진 역할이 분명하게 구분돼 ‘스포츠 분업의 정수’라고 불린다. 축구는 11명이 그라운드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공격과 수비를 맡지만, 미식축구는 다르다. 프로 팀은 물론이고, 아마추어 경기 때도 공격수는 공격만, 수비수는 수비만 한다. 축구처럼 팀당 11명이 그라운드에 들어가는데 공격 팀과 수비 팀을 아예 따로 구성한다. 공수 교대마다 양 팀이 11명씩을 싹 바꾼다. 미식축구 최고의 무대인 NFL(미 프로풋볼)은 1940년대 선수 교체 횟수 제한이 사라졌고, 1960년대 지금 같은 공격·수비 팀 구분이 자리를 잡았다. 이때부터 한 선수가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선수가 사실상 사라졌다. 선수들은 공격과 수비 중 자신에게 주어진 포지션에 특화된 훈련을 받고, 전술을 익히는 게 당연한 일이 됐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3/0003922766_002_20250813005321043.png" alt="" />그래픽=김의균 										최근 NFL에 공격과 수비를 겸하는 ‘이도류’에 도전하는 특급 신인이 나타났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잭슨빌 재규어스 유니폼을 입은 트래비스 헌터(22)다. 신인으로 4년 4665만달러(약 648억원)에 계약한 헌터를 두고 미국 스포츠계는 “미식축구판 오타니 쇼헤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현대 미식축구에서 사실상 사라진 ‘공수 겸업’을 선언한 헌터를 MLB(미 프로야구) LA 다저스에서 투수와 타자로 맹활약하는 오타니에 비유한 것이다. 헌터는 지난 10일(한국 시각)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맞붙은 NFL 프리시즌 경기에서 공격 팀과 수비 팀으로 모두 그라운드를 누볐다. 헌터의 포지션은 공격을 할 땐 ‘와이드 리시버’, 수비 땐 ‘코너백’이다. 와이드 리시버는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공격 사령관’인 쿼터백의 공중 패스를 받아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는 역할이다. 이런 와이드 리시버를 전담 마크하면서 상대의 롱 패스를 차단하는 수비 포지션이 바로 코너백이다. 와이드 리시버나 코너백 모두 스피드와 민첩성, 점프력과 공을 잡아내는 능력이 탁월해야 한다. 대부분의 팀에서 가장 신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맡는 핵심 포지션이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3/0003922766_003_20250813005321601.jpg" alt="" />지난 10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NFL 프리시즌 경기에서 홈팀 재규어스의 와이드 리시버 트래비스 헌터(12번)가 상대 수비수의 태클을 피해 전진하고 있다. 헌터는 공수 교대 후엔 코너백으로 수비에 가담했다. 현대 미식축구에선 사실상 사라진 공격과 수비를 모두 맡는 헌터를 두고 미국 스포츠계가 'NFL의 오타니'라며 열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헌터는 고교와 대학 시절,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미국 내 최고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콜로라도대 소속이던 지난해엔 최초로 대학 풋볼 최고 선수에게 주는 ‘하이즈먼 트로피’와 최고 수비수에게 주는 ‘척 베드나릭’상, 최고 리시버에게 주는 ‘프레드 빌레트니코프’상을 모두 휩쓸었다. NFL의 전설적 코너백이면서 현역 시절 종종 와이드 리시버로 뛰었던 디온 샌더스 콜로라도대 감독이 헌터의 ‘이도류’ 도전을 적극 도왔다. 헌터의 목표는 NFL에서도 공수 모두에서 리그 정상급 스타가 되는 것이다. 소속팀 재규어스도 그를 ‘NFL의 오타니’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와이드 리시버와 코너백이라는 핵심 포지션에서 공수 모두 주전으로 뛰는 선수는 현대 NFL에서 전례가 없다. 헌터는 “아무도 해낸 적 없는 일이지만, 나는 이전의 선수들과 다르다”며 “공격과 수비 중 하나만 해야 한다면 차라리 풋볼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헌터의 도전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많다. 대학 무대까지는 가능할지 몰라도 NFL에선 ‘이도류’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은 체력 문제다. 경기 때마다 쉴 새 없이 격렬한 몸싸움을 하며 다른 선수보다 두 배를 뛰어야 한다. 부상 위험에도 두 배로 노출되는 셈이다. 공격과 수비 전술만 각각 수십 개가 넘어 한 선수가 이를 완벽하게 체득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각각 따로 진행하는 공격 팀과 수비 팀의 전술 회의와 훈련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을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헌터는 “그런 회의론에 신경 쓰지 않는다. 웃음만 나온다”며 “공수 모두를 하는 게 전혀 힘들지 않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걸 경기장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헌터가 이도류로 성공하려면 코너백 수비를 더 보강하고, 와이드 리시버로는 플레이에 세밀함을 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약속대로 움직이는 전술 수행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이를 보완하면 다음 달 개막하는 NFL 정규 시즌에서 역대 최고의 신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리암 코엔 재규어스 감독은 “헌터가 충분히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올해의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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