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피로 쓰인 안전수칙’… 28세 복서 2명이 연달아 숨졌다 작성일 08-12 19 목록 <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2/0003922652_001_20250812141711185.jpg" alt="" /><em class="img_desc">일본 복서 고타리 시게토시가 지난 2일 도쿄에서 열린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수퍼페더급 타이틀 매치를 마치고 링을 떠나고 있다. 이후 대기실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된 그는 지난 8일 숨을 거뒀다./일본 스포츠 매체 론스포</em></span><br> 일본 복싱 수퍼페더급 5위이자 도쿄 명문 니혼대 출신으로 유명했던 남성 복서 고타리 시게토시(28)가 지난 8일 급성 경막하혈종으로 사망했다. 경막하혈종이란, 외부 충격으로 뇌를 둘러싼 혈관이 터지는 질환을 말한다.<br><br>고타리는 지난 2일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열린 OPBF(동양태평양복싱연맹) 수퍼페더급 타이틀 매치에서 챔피언 하타 야마토와 12라운드까지 가는 혈전 끝에 판정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를 마친 그는 상대와 포옹하고 팬들의 응원에 박수로 화답하며 링을 떠났지만, 대기실에서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돼 두개골을 절개하는 큰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고도 의식을 되찾지 못했고, 경기 엿새 만에 ‘하늘의 별’이 되어 떠났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2/0003922652_002_20250812141711228.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 9일 사망한 일본 라이트급 복서 우라카와 히로마사/닛칸스포츠</em></span><br> 고타리가 숨진 다음 날 일본 복싱계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또 들려왔다. 그와 같은 날 OPBF 라이트급 도전자 결정전에 나섰던 우라카와 히로마사(28)가 고타리와 같은 질환으로 도쿄의 병원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 그는 당시 경기에서 KO패한 뒤 병원에 이송됐다.<br><br>한날에 치른 경기에서 젊은 선수가 두 명이나 사망하자 일본 전역이 깊은 애환에 빠졌다. 동시에 일본복싱위원회(JBC)를 향해 미흡한 안전 대책에 대한 비판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br><br>JBC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기존 라운드당 3분씩, 총 12라운드를 치르던 타이틀전은 10라운드로 단축하고 두 선수의 사망에 대해 심판 등 관계자의 미흡한 조치가 없었는지 엄중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경기를 목전에 둔 선수들의 급격한 체중 감량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기 한 달 전 사전 계량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br><br>참사가 벌어지고 재발 방지를 위해 규정이 바뀌는 일을 ‘피로 쓰인 안전수칙’이라고 일컫는다. 모든 업계에서 쓰이는 관용어이지만, 인간 신체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계에서 유독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선 1982년 WBA(세계권투협회)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챔피언 레이 맨시니에게 치명타를 맞고 숨진 김득구(1955~1982)가 대표적이다. 김득구의 사망을 계기로 WBA는 정규 라운드 수를 15회에서 12회로 줄이고, 심판이 아닌 의료진이 선수 상태를 보고 경기를 중단할 수 있는 ‘닥터 스톱’ 제도를 도입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2/0003922652_003_20250812141711268.jpg" alt="" /><em class="img_desc">한국의 복서 김득구(1955~1982)/조선일보DB</em></span><br> 참사는 격투기 종목에 한정되지 않는다. 세르비아 출신 크로스핏 선수 라자르 두키치는 지난해 8월 미국 텍사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5㎞ 달리기를 마치고 오픈워터(야외 수영) 종목을 치르던 중 익사했다. 향년 28세였다. 당시 경기 현장에는 두키치를 구할 안전 요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각국의 크로스핏 선수들이 안전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대회 주최사 크로스핏 게임스는 전문 안전 인력을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br><br>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대회인 올림픽도 사고를 빗겨가진 못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조지아 루지 대표팀이었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당시 22세)는 훈련 도중 썰매가 뒤집히는 사고로 숨졌다. 사고 당시 쿠마리타시빌리가 달리던 속도는 시속 150㎞를 웃돌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루지연맹은 이후 썰매 최고 속도가 시속 130㎞를 넘지 않게 트랙 설계 규정을 고쳤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5/08/12/0003922652_004_20250812141711305.jpg" alt="" /><em class="img_desc">2010년 사망한 조지아 루지 선수 노다르 쿠마리타시빌리/AP 연합뉴스</em></span><br> 스포츠계에는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수칙을 고치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과 동시에,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사명을 고려하면 ‘완벽한 안전수칙’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맞부딪힌다. 시간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할수록 각종 종목 기록은 경신되고,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선수들의 모험도 격해질 수밖에 없다. 캐나다 언론 스포츠로(Sportslaw)는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신체 능력을 고려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선수의 판단력과 그런 선수 안전을 책임질 대회 관계자들의 경각심이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br><br> 관련자료 이전 '월드랭킹 1위' 우상혁, 다이아몬드리그 거르고 세계선수권 집중 08-12 다음 김민경 “김밥 한 줄로 하루 버텨, 시식코너 돌기도” 생활고 고백(4인용식탁) 08-1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