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기 레전드의 미국행엔 다 이유가 있다

작성일 08-1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10/0000051622_001_20250810040008826.jpg" alt=""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손흥민의 LAFC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 photo 뉴시스</div> 이별은 진한 아쉬움과 슬픔을 동반한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한들 시원섭섭한 마음은 어찌할 방법이 없다. 손흥민(33)이 지난 8월 2일 토트넘 홋스퍼와의 이별을 발표했다. 한국 팬들을 비롯해 토트넘 선수들, 코칭스태프, 프런트 등 팀의 모든 구성원이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를 비롯한 수많은 현지 매체도 떠나는 손흥민을 향한 찬사로 허한 마음을 달래보고자 했다.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역사에 남을 만한 공격수였다. 손흥민은 2015년 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공식전 454경기에 출전해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EPL 127골, 잉글랜드 컵대회 19골, 유럽클럽대항전 27골 등 손흥민은 무대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최고의 골잡이였다. 손흥민은 2021~2022시즌 EPL에서만 23골을 터뜨리며 모하메드 살라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가 EPL 득점왕에 오른 유일한 사례다. 2023~2024시즌부턴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 안팎에서 토트넘을 이끌었다. 유럽 빅클럽으로 꼽히는 토트넘 역사에서 아시아 출신 주장은 손흥민이 유일하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2024~20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정상 등극에 이바지하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작별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축구하면서 한 팀과 10년 동행했다. 자랑스러운 일이다. 나는 토트넘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내 모든 걸 바쳤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최선을 다했다. 2024~2025시즌 UEL에선 오랜 바람이었던 우승컵도 들었다. 토트넘에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이젠 조금 다른 환경에서 축구하고자 한다. 이적을 결정한 계기다. 내 선택을 존중해준 구단에 아주 감사하다. 나는 토트넘을 10년 동안 가장 좋아했고, 이곳에서 많이 성장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10/0000051622_002_20250810040008868.gif" alt="" />지난달 7일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에서 열린 MLS 축구 경기 후반전 중 인터 마이애이의 리오넬 메시가 내슈빌 SC를 상대로 골을 넣은 뒤 팀 동료인 루이스 수아레스(왼쪽)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AP</div> 운동 환경만큼은 미국이 최고 손흥민은 이제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LAFC)에서 뛴다. 축구는 미국에서 최고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미국엔 전통적으로 4대 메이저 스포츠가 있다. 미식축구(NFL), 농구(NBA), 야구(MLB), 아이스하키(NHL)다. 히스패닉과 아시아 출신 이민자를 중심으로 미국의 축구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지만, 세계 축구 중심은 여전히 유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미국일까. 손흥민에 앞서 MLS에서 활약한 슈퍼스타는 의외로 많다. MLS의 뿌리는 1968년 출범해 1984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북미사커리그(NASL)다. NASL은 은퇴를 앞둔 슈퍼스타를 대거 영입했었다. '영원한 축구 황제' 고(故) 펠레를 비롯해 고 에우제비오, 고 조지 베스트, 고 프란츠 베켄바워, 고 요한 크루이프 등이 NASL에서 활약했다.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한국에서 NASL을 경험한 건 1970~1980년대 국가대표로 활약한 조영증이 유일하다. 조영증은 A매치 113경기에서 1골을 넣은 수비수였다. MLS는 미국이 1994년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등장했다. MLS는 철저한 준비를 거쳐 1996년부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MLS는 NASL 시절과 마찬가지로 슈퍼스타를 품는다. 데이비드 베컴, 디디에 드로그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티에리 앙리, 웨인 루니, 가레스 베일(이상 은퇴) 등 한 시대를 호령했던 슈퍼스타가 MLS에서 뛰었다. 2023년 여름엔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MLS로 향했다. 리오넬 메시가 파리 생제르맹을 떠나 인터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메시는 2024시즌 MLS 20경기 21골 10도움, 올 시즌 18경기 18골 7도움이란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엄청난 활약으로 미국 프로축구를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프로는 연봉으로 가치를 평가받는다. 슈퍼스타가 미국으로 향하는 첫 번째 이유는 확실한 대우다. MLS 연봉 1위는 메시다. 메시는 마이애미에서 연봉 2040만달러(약 283억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다. 손흥민은 LAFC에서 MLS 연봉 3위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연봉 120억원)보다 많은 급여를 받게 된다. 축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무대를 경험했던 조영증은 "1981년부터 1983년까지 미국에서 활약했다"며 "당시에도 훈련 시설이나 운동 환경 등은 미국이 최고였다"고 돌아봤다. 생활 환경도 아주 좋다. 특히나 남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 문화는 슈퍼스타들이 MLS를 택하는 공통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에선 다양한 여가와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다. 은퇴 후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 환경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축구의 인기가 적은 것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미국 기준으로 적은 거다. 2024시즌 MLS 평균 관중 수는 2만3342명이었다. MLS 평균 관중 1위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였다. 애틀랜타는 2024시즌 평균 4만6831명의 관중을 불러모았다. MLS에서 지난 시즌 평균 관중이 4만명 이상인 팀은 애틀랜타가 유일했다. 평균 관중 3만명 이상은 2개, 2만명 이상은 17개, 1만명 이상은 9개 팀이었다. 평균 관중이 1만명도 안 되는 팀은 하나도 없었다. MLS는 미국에서 '전통적인 미국 4대 스포츠보다 주목도가 덜할' 뿐이다. 유럽 최상위 리그에서 뛰었던 선수들이 미국을 택하는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MLS의 한 시즌 경기 수는 유럽보다 적다. 토트넘은 2025~2026시즌 EPL, FA컵, 카라바오컵(EFL컵), UEFA 챔피언스리그(UCL) 등을 소화해야 한다. 손흥민은 부상으로 두 차례 이상 팀 전력에서 이탈했던 2024~2025시즌 리그에서만 30경기를 소화했다. 컵대회를 합치면 총 45경기에서 뛰었다. 손흥민처럼 유럽 빅클럽의 핵심은 부상만 아니라면 한 시즌 50경기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 유럽 최상위 리그에서 활약하면, 매 경기 엄청난 압박과 부담과도 싸워야 한다. MLS는 한 시즌에 34경기를 치른다. EPL보다 4경기가 적다. 미국은 북중미 지역 챔피언스리그인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과 미국 내 리그컵을 다 합쳐도 유럽보다 경기 수가 적다. 미국은 유럽보다 주목도가 낮을 뿐 아니라 매 경기 활약에 따른 관심, 비판 등도 덜하다. 손흥민은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월드컵"이라며 "내 축구 인생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건 계속해서 행복하게 축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2026년 월드컵은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으로 개최한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경기가 치러지는 곳은 미국이다. 역대 한국인 MLS 리거는? 한국에서도 MLS를 경험한 이는 꽤 있다. MLS에서 뛴 최초의 한국인은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 중인 홍명보다. 홍명보는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LA 갤럭시에서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보냈다. 이후엔 이영표, 김기희, 황인범, 김문환, 정상빈, 김준홍, 정호연이 MLS로 향했다. 황인범은 MLS를 거쳐 유럽으로 나간 최초의 사례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상빈, 김준홍, 정호연 등은 MLS에서 황인범의 뒤를 잇고자 구슬땀을 아끼지 않는다. 국가대표팀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 중인 황인범은 "미국에서도 배운 게 한둘이 아니다"라며 "축구는 물론이고 영어란 언어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었다. 이어 "국외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소득은 '적극성'이다.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움직임 등에 관해서 많이 배웠다. 국외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적극성만 있다면, 수비에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고도 했다. 2024시즌을 마치고 광주 FC를 떠나 미네소타 유나이티드로 향한 미드필더 정호연은 MLS가 결코 쉽지 않은 무대임을 몸소 느끼고 있다. 정호연은 "프로축구 선수가 된 이후 처음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다"며 "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훈련장에서부터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방법뿐인 듯하다"고 말했다. 정호연은 MLS의 수준에 관해선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뛰어보는 건 확실히 다르다. 경기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 좋은 능력을 갖춘 선수가 여럿이다. 선수들은 공을 잡았을 때 그 공에 대한 책임감이 아주 뛰어나다"고 했다. 정호연은 2023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 수상자로 한국에선 정상급 미드필더로 꼽혔다. 정호연은 광주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2023년엔 한국의 3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이바지했다. 그런 정호연이 미국 진출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다. 지난 7월 7일 홀슈타인 킬(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선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찢어져 시즌 아웃 판정까지 받은 상태다. 미국이 세계 최고 리그는 아닐지 몰라도 만만한 곳은 절대 아니다. 손흥민이 향할 LAFC는 어떤 팀? 손흥민이 활약할 LAFC는 역사가 깊진 않다. LAFC는 2014년 10월 30일 창단해 2018년부터 MLS에 참가하고 있다. LAFC는 MLS에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팀이다. LAFC는 2022시즌 MLS컵(플레이오프) 우승 1회, MLS 서포터스 실드(정규리그) 우승 2회 등을 자랑하는 신흥 강호다. LAFC에 몸담았던 슈퍼스타도 여럿이다. 토트넘에서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베일의 마지막 팀이 LAFC였다. 아스널과 레알 소시에다드 등에 몸담았던 멕시코 국가대표 출신 카를로스 벨라도 LAFC에서 2024시즌까지 뛴 뒤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탈리아 국가대표로 A매치 117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전설' 조르조 키엘리니도 LAFC에서 선수 생활을 마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주역 김문환도 2021시즌을 LAFC에서 보냈다. 현재는 손흥민 이전 토트넘 주장이었던 위고 요리스, 2023시즌 MLS 득점왕이자 가봉 국가대표 공격수인 드니 부앙가가 팀 중심을 잡는다. LAFC를 이끄는 수장은 미국 국가대표로 A매치 87경기(2골)를 소화했던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다. 그는 선수 시절 하노버 96(독일)에서만 뛰었을 정도로 유럽 축구에 대한 이해도가 깊다. 체룬돌로 감독은 하노버에서 370경기에 출전해 7골을 기록한 뒤 선수 생활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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