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의 명장 김경문, '염갈량'을 넘어야 恨 푼다 작성일 08-09 28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9/0000051607_001_20250809040014185.png" alt="" /><em class="img_desc">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왼쪽)과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 photo 뉴시스</em></span></div><br><br>프로야구에서 '명장'이란 찬사는 보통 팀을 여러 차례 우승으로 이끈 우승 경험이 풍부한 감독에게 주어진다. 그런 점에서 우승 없이 명장이란 칭호부터 얻은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과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특별한 사례였다. 염경엽 감독은 과거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사령탑을 맡아 만년 약체였던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치밀한 전략과 선수 육성 능력을 인정받아 '염갈량'이란 별명과 함께 명장으로 불렸지만, 오랫동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br><br>김경문 감독 역시 통산 900승을 달성한 KBO리그 역대 7명뿐인 사령탑이다. 두산 베어스에서 여러 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창단팀 NC 다이노스를 1군 데뷔 4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이끄는 성과를 거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한국야구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하지만 정작 국내 리그에서는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br><br>두 감독이 오랫동안 우승하지 못한 이유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팀이 정규시즌 1위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감독 모두 '언더도그'에 해당하는 팀을 맡아서 가을야구 팀으로 끌어올리는 역량은 탁월했다. 염 감독은 단골 최하위였던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김 감독도 침체를 겪던 두산과 갓 창단한 NC를 가을야구로 이끌었다.<br><br>하지만 약체팀을 위로 올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고, 정규시즌 1위를 할 정도로 강한 팀을 이끌어보지는 못했다. 한국 가을야구에서는 정규시즌 1위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역대 단일리그 시즌 35차례 중에 정규시즌 1위가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한 경우가 30차례로, 확률이 무려 85.7%에 달한다. '우승 빼고 다 해본' 염 감독은 결국 2023년 LG 트윈스 지휘봉을 잡아 정규시즌 1위에 성공했고,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까지 우승에 성공했다. 비로소 이론의 여지 없는 명장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LG와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화의 남은 시즌 1위 경쟁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br><br><strong>유례없는 1위 전쟁 </strong><br><br>한화와 LG는 올 시즌 내내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였다. 한 팀이 크게 앞서나가 독주하는가 하면 다른 팀이 금세 따라잡고, 다시 한 팀이 연승으로 독주 채비를 갖추나 싶기가 무섭게 다시 추격자의 맹추격이 시작됐다. '3경기 차를 따라잡으려면 한 달이 걸린다'거나 '6경기 차는 절대 못 뒤집는다' 같은 야구계 속설도 통하지 않았다.<br><br>시즌 초반에는 LG가 압도적으로 치고 나갔다. 개막 7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LG는 첫 12경기에서 11승 1패, 승률 0.917의 무서운 속도로 선두를 질주했다. 당시만 해도 한화는 타선 침체로 초반 바닥을 헤매며 4승 10패 승률 0.286으로 LG에 8경기 차나 뒤처진 10위였다.<br><br>그러나 이후 한화의 연승 행진이 시작됐다. 8연승으로 10위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온 한화는 LG와 격차를 4.5경기 차까지 좁혔고, 다시 7연승으로 5월 5일 LG와 첫 공동 1위에 올랐다. 9연승을 성공한 5월 7일엔 마침내 역전에 성공했다. 24승 13패 0.649로 LG 23승 14패 0.622를 1경기 차로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이다.<br><br>LG도 가만있지 않았다. 5월 13일 양팀이 27승 14패 0.659로 다시 동률을 이뤘고, 5월 14일에는 LG가 다시 1위를 탈환했다. 한화가 잠시 주춤할 동안 LG는 승승장구해 5월 29일에는 한화를 3.5경기 차까지 따돌렸다. <br><br>다음은 다시 한화가 반격할 차례. 6월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탄 한화는 6월 15일 41승 1무 27패 0.603으로 LG 40승 2무 27패 0.597를 0.5경기 차로 역전했다. 분위기를 탄 한화는 전반기를 6연승으로 마감하며 LG를 4.5경기 차로 앞선 가운데 전반기를 마감했다. 후반기에도 연승을 이어간 한화는 시즌 두 번째 10연승을 달성, 7월 22일 기준 LG에 5.5경기 차까지 앞섰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이른바 '6경기 차'에 가까워진 거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화의 정규시즌 우승 확정에 근접한 것처럼 보였다.<br><br>하지만 이때부터 LG의 뒷심이 발휘됐다. LG는 7월 22일 롯데전부터 8월 5일 두산전까지 14경기에서 13승 1패의 폭풍 질주를 펼쳤다. 13승 가운데 6승이 역전승, 7승은 7회 이후 결승점을 내서 이긴 짜릿한 승리였다. 8월 2일 LG가 한화 경기가 없는 사이 60승을 선착했고, 8월 3일에는 승차 없이 승률에서만 뒤진 2위가 됐다. 그리고 5일 경기 승리로 마침내 1경기 차로 다시 선두에 복귀했다. 5.5경기 차를 불과 보름도 지나지 않아 뒤집는 데 성공한 LG다.<br><br><strong>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듯 </strong><br><br>각 팀의 득실점과 잔여경기를 바탕으로 가을야구 진출 확률을 계산하는 사이트 PSODDS.com에 따르면 8월 4일 기준 LG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50.8%로 한화(45.9%)에 앞선다. 100경기 이상을 치른 시점에서 1위 경쟁 두 팀이 이렇게 가까이 붙은 것은 10개 구단 체제에서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8월 10일 기준 두산 베어스가 48.8%, NC 다이노스가 48.7%로 근접했고, 결과적으로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도 4전 전승으로 NC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NC 사령탑이 바로 김경문 감독이었다.<br><br>올 시즌 LG와 한화의 다툼도 그때만큼 치열하다. 지금까지 LG와 한화의 1위 쟁탈 과정을 떠올리면 남은 시즌을 지금의 순위 그대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 남은 40여 경기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8월 6일 기준 한화는 102경기로 LG 105경기보다 3경기를 적게 치렀다. 두 팀 맞대결도 이번 주말(8~10일)을 포함해 6경기가 남아 있다. 경기 차가 크게 벌어져도 맞대결에서 뒤집을 기회가 남아있는 것이다.<br><br>그렇다면 LG와 한화 가운데 남은 시즌 정상을 차지할 승자는 어느 쪽일까. 전력상으로는 쉽게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팀이 보유한 투타 전력의 합만 놓고 보면 LG가 우위인 것은 맞다. 4일 경기까지 LG는 544득점에 399실점으로 득실차 145점을 기록했다. 한화는 457득점에 372실점으로 득실차 85점이다. 득실차는 LG가 리그 1위다. 득실차를 바탕으로 구하는 피타고리안 기대승률도 LG 0.638, 한화 0.593으로 LG가 앞선다. 2023년 우승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 고참 선수들 중심으로 형성된 '강팀 문화'도 LG가 자랑하는 장점이다.<br><br>특히 LG의 강점은 막강한 공격력이다. LG는 리드오프 홍창기, 외국인 타자 오스틴 딘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팀 OPS 0.759(2위)로 여전히 폭발적 화력을 자랑한다. 높은 출루율과 낮은 삼진율에서 나타나는 '타선 전체의 홍창기화'도 돋보인다. 출루율 0.357로 1위, 볼넷 대 삼진 비율도 0.62로 1위, 존 밖 공에 스윙한 비율도 26.9%로 최소를 기록했다.<br><br>공을 많이 골라내고, 나쁜 공은 치지 않고, 유인구에 헛스윙이 적은 LG 타선이다.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발휘되는 뒷심도 강하다. LG는 상대 필승조 투수들이 주로 나오는 8회에 평균 0.82득점으로 1~9회 중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5일 경기에서도 내내 끌려가다 7회말 문보경의 3점 홈런으로 두산에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br><br>반면 한화의 경우는 투수진에서 다소 우위를 점한다. 물론 LG의 투수력도 나쁘지 않지만 투수 4관왕에 도전하는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를 보유한 한화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선발투수가 등판한 날 팀 승리 순위에서 와이스와 폰세는 16승으로 공동 1위다. 둘이 팀 승수의 54%에 해당하는 32승을 선사했다. 여기에 류현진, 문동주, 황준서 등 국내 선발진도 탄탄하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한화 3.36으로 1위, LG 3.61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br><br>불펜 역시 한화가 근소한 우세를 보인다. 마무리 김서현을 필두로 박상원, 한승혁, 조동욱 등 탄탄한 불펜을 바탕으로 8회까지 리드 시 승률 100%, 1점차 경기 18승 12패 승률 0.600(1위)를 달리고 있다. 불펜투수들 관리도 비교적 잘 이뤄지는 편이다. 3연투 3회로 최소 3위, 멀티이닝은 68회로 최소 2위다. 과거 두산, NC에서 불펜 과부하 비판이 있었던 김경문 감독이지만 선발투수가 강한 한화에서는 다른 투수 운영을 펼치고 있다.<br><br><strong>LG 용병 교체 vs 한화 손아섭 영입 </strong><br><br>두 팀의 고민을 해결해줄 새로운 카드도 합류했다. LG는 약점인 외국인 투수 한 자리를 새로운 얼굴로 교체했다. 올 시즌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를 웨이버 공시하고 우완투수 앤더스 톨허스트를 총액 37만달러에 영입했다. 톨허스트는 메이저리그 경력은 없지만 150㎞/h대 빠른 볼과 수준급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다. 에르난데스보다 강력한 투수라는 확신을 갖고 영입한 톨허스트의 활약에 따라 LG가 한화와 대등한 선발 싸움이 가능할지 가늠해볼 수 있다.<br><br>한화 역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베테랑 손아섭을 영입해 타선을 강화했다. 손아섭은 통산 2500안타 이상을 기록하고 통산 타율 0.320에 달하는 대표적인 교타자다. 마운드에 비해 타선의 득점력이 떨어져 고민이었던 한화로서는 손아섭을 상위타순에 배치해 득점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손아섭이 주전으로 배치되면서 야수진 뎁스가 두터워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손아섭과 리베라토의 강력한 테이블세터진을 보유하게 됐고, 외야 역시 기존 문현빈, 리베라토에 손아섭으로 안정감을 더하게 됐다. 특히 손아섭은 LG만 만나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NC에서 활약하던 2022시즌부터 올해까지 LG전 타율 0.342, OPS 0.816으로 강했다.<br><br>한 야구인은 "팀 전력과 '세오리(이론)'상으로는 분명 LG가 유리해 보이는 것이 맞다"면서도 "한편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언더도그의 반란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우승해본 지 오래된 한화와 우승 없는 김경문 감독이 우승을 차지하면 그것도 프로야구에 좋은 스토리가 될 것"이란 의견을 전했다. 염경엽과 김경문, 두 명장이 마침내 우승의 문턱에 섰다. 한 명은 이미 그 문을 한 번 열어봤고, 다른 한 명은 여전히 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8일부터 시작하는 두 팀의 맞대결은 그 결과를 가늠해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br><br> 관련자료 이전 김풍…침착맨…곽튜브…빠니보틀…키드밀리…'파김치갱' 어게인! 08-09 다음 [종합] 코드 쿤스트, 샤이니 민호 운동 실력에 “똑바로 한 거 하나도 없어” (‘나혼산’) 08-0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