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 재사용 발사체' 결론 미정인데 최상위 계획 수정하겠다는 우주청

작성일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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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5월 25일 누리호 3차 발사가 진행되고 있다. 항우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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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항공청(우주청)이 아직 사업 변경이 확정되지 않은 '메탄 기반 재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2022년 수립된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포함하기 위한 수정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국가 우주 개발의 최상위 계획으로 5년 단위로 발표되지만 시행 중간에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메탄을 연료로 하는 재사용 차세대 발사체 개발은 우주청이 예비타탕성조사(예타) 통과 사업의 변경을 추진 중인 계획이다. 과기정통부가 진행하는 사업 변경에 한차례 실패해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재검토를 받고 있다. 변경이 확정되지 않았는데 상위 계획 변경을 시도하는 셈이라 사업 추진을 위해 우주청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무리하게 수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관계기관에 따르면 우주청은 다음주 초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 기획위원회 회의를 열고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을 마련한다. 8월 말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개최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 심의를 받는다는 계획이다.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는 '우주개발 진흥법 시행령' 제6조에 근거해 설치한 위원회로 대통령 직속 국가우주위원회(국가우주위)의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국가 우주개발 관련 안건의 사전검토를 담당하는 기구다. 최종적으로 국가우주위 심의를 받으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수정된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의 핵심은 우주청이 추진 중인 메탄 재사용 차세대발사체를 명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3~2027년 적용되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는 케로신 기반인 누리호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기반으로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적용 2단형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우주청은 지난 2월부터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의 계획' 변경을 검토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예타 통과 당시 밝힌 계획을 일부 변경하겠다는 것이다. 메탄 엔진을 쓰는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해 재사용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예타 당시 계획은 케로신 엔진을 쓰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이다. 
 문제는 사업 계획 변경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첫 시도에 고배를 마시고 재도전 중이다. 지난 4월 예타 통과 사업 계획의 변경을 위한 과기정통부 특정평가 대상 심사에서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계획을 특정평가로 변경할 만큼 외부 환경 변화가 뚜렷하지 않고 사업비 증액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돼 특정평가만으로 계획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5월 우주청은 또 다른 사업 계획 변경 절차인 기재부 사업계획 적정성 재검토 심사를 신청해 심사가 진행 중이다. 
 기재부의 적정성 재검토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우주청의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은 선후 관계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계획 변경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상위 계획을 먼저 수정하려는 것은 변경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한 ‘사후 소급 적용’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한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적정성 재검토 중인 사항을 결론이 나기 전에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바꿔 넣는 게 맞는지 모르겠고 적정성 재검토 결론에 따라 또 계획을 바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우주개발진흥법을 대체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우주항공기본법이 제정되면 이에 따라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도 '우주기본계획'과 '항공기본계획'으로 개편될 텐데 법 제정 전에 굳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급히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한 우주정책 전문가는 "국가 우주개발계획의 중요한 사업 또는 정책 방향에서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수정할 수 있다"며 "국가우주위에서 여러 의견을 수렴해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안을 통과시킬지 말지 결정하면 되는 사안이다"고 말했다.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3차, 2차 원안에서 각각 수정된 적 있다. 
 하지만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수정되더라도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변경이 실패하면 현장과 또 다시 엇박자를 낼 수 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적정성 재검토 과정에서 여러 검토 위원들이 격론을 벌이고 있다"며 "사업 변경에 대해 반대 여론의 목소리가 큰데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을 먼저 수정하려는 시도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우주청은 개청하며 새롭게 수립된 정책과 새 정부의 공약을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우주청 관계자는 "우주청 정책과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이 일치하지 않아 일선에서 헷갈린다는 의견이 많아 계획을 '정비'한다는 차원이다"며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변경의 경우 2월 국가우주위에서 통과된 수준으로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명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사정을 잘아는 관계자는 "국가우주위는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변경을 승인한 것이 아니라 우주청이 특정평가에서 판단될 수 있도록 변경 절차만 심의한 것"이라며 "메탄 재사용 차세대발사체 자체를 승인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우주청이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변경 절차 중 차세대발사체 사업 변경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수정을 마치고 적정성 재검토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지만 반대로 신청한 것 같다"고 했다. 
 이밖에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 발사 계획을 기존 2030, 2031, 2032년 매년 발사에서 최근 우주청이 공개한 것처럼 2031, 2032년 3번 발사하겠다는 목표 연한 수정, 우주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대책 등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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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2022년 예타 통과 당시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차세대발사체와 누리호 성능 비교 표. 과기정통부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7/dongascience/20250807103952378olml.png" data-org-width="680" dmcf-mid="7xwF47IiJ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7/dongascience/20250807103952378olml.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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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예타 통과 당시 과기정통부에서 발표한 차세대발사체와 누리호 성능 비교 표. 과기정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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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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