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갈라파고스]③"외국인 투자 허용해야 시장 커진다"

작성일 08-0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인터뷰 불공정 거래 줄고 고용창출·세수증대 가능 행정지도 철회와 외국환거래법 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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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사진=천창민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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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인의 세계에 국경은 없지만, 우리나라 가상자산거래소에는 누구보다 엄격한 '선'이 그어져 있다. 비거주 외국인은 물론이고 국내에 합법적으로 거주 중이더라도 외국인이라면 가상자산을 구매할 수 없다. 2017년 정부의 행정지도가 내려지고,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후 국내 코인시장은 철저히 내국인만의 리그가 됐다.
 글로벌 거래소들은 적극적으로 비거주 외국인을 유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가상자산에 폐쇄적인 국가로 알려졌던 일본도 문호를 열어젖혔지만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고립된 채로 유지 중이다. 이와 함께 한때 '글로벌 톱'을 넘봤던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바이낸스, 코인베이스에 자리를 내줬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대상의 투자 개방은 필수불가결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금융감독원 가상자산리스크협의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금융위 혁신금융심사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는 자본시장법 전문가다. 
 "경제성장 위해 필수적…디지털자산법 통과돼야"
 천 교수는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들어와야 소수의 투자자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이 건전해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가두리 펌핑'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세조종, 불공정 거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 기존에는 자본시장으로 가던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른바 '모형자본 공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모험자본이란 혁신기업, 벤처기업을 비롯한 성장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되는 자금을 의미한다.
 천 교수는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천 교수는 "외국인 기관투자자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면 가상자산 시장을 키우면서도, 자본시장과 마찰을 빚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수를 증대시키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디지털자산기본법, 디지털자산혁신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업에서 활성화된 산업은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한 매매업뿐이고, 그마저도 현물거래만 가능하다. 대여업이나 자문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는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천 교수는 외국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허용되더라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군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규제로 인해 (매매, 지갑 등 정해진 산업 외의) 서비스는 불가능하다"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가 탄생해야 하고, 관련 법의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허용, 실명계좌 장벽 허물어야
 외국인의 국내 거래소 투자를 허용하려면 행정지도 철회와 더불어 실명계좌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앞서 정부는 2017년 외국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또한 본인 명의로 개설된 실명계좌(실명확인입출금계좌)가 있어야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을 개정했다.
 이 때문에 한국은 비거주 외국인은 물론, 합법적으로 거주 중인 외국인마저도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거주 중인 외국인의 가상자산 매입이 어려운 나라는 드물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경우 국적이 아닌 거주지를 기반으로 고객확인을 진행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국적을 기준으로 한다. 
 정부가 외국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하는 행정지도를 철회하더라도, 가상자산 거래를 하려면 은행 실명계좌를 개설해야해 외국인 기관투자자가 진입하기는 어렵다. 외환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외국환거래법도 정비해야 한다.
 천 교수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외국인 거래를 위한 가상자산 계좌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가상자산거래소의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강화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감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천 교수는 "미국 내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코인베이스, 크라켄의 경우 증권계좌처럼 가상자산 계좌를 따로 만들도록 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감독 하에 철저히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를 따른다면, 가상자산 계좌를 따로 개설해 거래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가 해외로 진출할 수 없는 현재의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상자산거래소뿐만 아니라 가상자산보관업자들도 해외로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업자들이 국내·외에서 얻은 노하우를 흡수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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