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미래' 마크롱도 극찬했는데…中에 넘어가 '발칵'

작성일 08-04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4년새 13곳 '사냥'…해외 로봇기업 쓸어담는 中 인수·지분 참여로 '로봇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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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이 자금난에 빠진 유럽의 로봇 기업을 연이어 인수하며 ‘기술 사냥’에 나서고 있다. 유럽이 100년 넘게 축적해 온 정밀 엔지니어링과 로봇 기술 노하우가 빠르게 중국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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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테크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제조 인공지능(AI) 기업 맥스비전이 최근 유럽의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알데바란을 인수했다. 2017년 세계 2위 산업용 로봇 기업 쿠카에 이어 알데바란까지 넘어가면서 전문가들은 ‘유럽의 실수’가 또다시 중국 로봇산업에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업체를 포함해 지난 4년간 중국 기업이 최대주주에 오르거나 주주로 참여한 로봇 기업은 13개다. 중국 로봇 기업 이스툰은 세계 최초로 용접 로봇을 개발한 독일의 클루스를 인수한 데 이어 영국 로봇 제어장치 제조사 트리오모션테크놀로지, 미국 소형 서보모터 제조사 바렛테크놀로지, 독일 생산설비 제조사 MAI를 잇달아 사들였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1가구 1로봇 정책을 추진하는 등 막강한 시장을 무기로 세계의 로봇 첨단기술을 싹쓸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용화 장벽에 막힌 기업들 인수…獨쿠카 인수로 산업로봇 키운 中 이번엔 佛기업 '알데바란' 품어…'휴머노이드 굴기' 초석 다질 듯
 2005년 프랑스 로봇공학자 브뤼노 메조니에가 설립한 알데바란은 지난 20년간 유럽을 대표하는 휴머노이드 기업으로 맹위를 떨쳤다. 알데바란의 최전성기는 2014년. 이때 출시한 이족 보행 로봇 ‘나오’와 바퀴 달린 로봇 ‘페퍼’는 기존 로봇과 달리 친근한 디자인을 앞세워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도 ‘유럽의 미래’라고 치켜세웠다.
 알데바란은 기세를 몰아 지난 10년간 70개국에 약 2만 대의 나오와 1만7000대의 페퍼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알데바란은 ‘상용화’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산업 현장 투입은 하세월이었고, 가정에 투입되기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다. 그사이 재무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고 회사 대주주였던 독일 유나이티드로보틱스그룹(URG)은 매각을 결정했다. 이때 돈 보따리를 들고 나타난 회사가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맥스비전이다.
 ◇상용화 이슈에 발묶인 유럽 로봇 기업
 알데바란이 중국 자본에 팔린 결정적인 계기는 상용화 이슈다. 알데바란이 개발한 로봇의 관절 움직임은 인간이 만든 로봇 중 가장 부드럽다는 찬사를 받았다. 감정 표현도 능숙해 독거노인과 요양원 환자 등 돌봄 분야에 투입을 코앞에 뒀었다.
 상업화에 성공하는 듯하던 알데바란 로봇은 막상 실생활에 투입하자 한계가 명확했다. 위험 요인과 변수가 많은 산업 현장 투입이 늦어지면서 2021년 페퍼 생산이 중단됐다. 회사 엔지니어는 뿔뿔이 흩어지거나 중국 경영진 지시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맥스비전이 알데바란에 눈독을 들인 것은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1가구, 1로봇 정책 덕이다. 맥스비전은 알데바란의 고정밀 운동 제어 및 감정 상호작용 기술을 도입해 첨단 로봇공학 분야의 연구개발(R&amp;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제품 라인업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추가해 국경 보안, 교육, 의료, 노인 돌봄, 긴급 대응, 상업 서비스 등에 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 로봇업계가 굴욕감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중국 가전업체 마이디어가 120년 역사의 세계 2위 자동화 로봇 기업 쿠카를 44억유로에 인수하면서 독일이 발칵 뒤집혔다. 마이디어는 2017년 쿠카 지분 94.55%를 사들인 데 이어 2022년 잔여 지분까지 확보해 쿠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마이디어는 2023년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진출을 선언하며 쿠카가 구축한 혁신 기술을 ‘레드테크’의 기초로 사용했다. 쿠카를 통해 산업용 로봇 제작과 운용을 학습한 마이디어는 지난 5월부터 제조 현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배치해 기계 운영과 유지보수, 장비 검사에 활용 중이다. 시웨이 마이디어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장은 “로봇은 산업 현장을 넘어 가전 판매 매장에서도 안내와 제품 운반 등에 실제로 사용될 것”이라며 상용화에 큰 자신감을 보였다.
 ◇중국 자본의 유럽기술 침투 가속화
 마이디어의 쿠카 인수는 중국 로봇산업의 도약을 알리는 변곡점으로 평가받는다. 중국 정부는 디지털 경제 발전을 골자로 하는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과 ‘로봇·응용 행동 방안(2023)’ 등을 발표하며 중국 기업의 해외 로봇 기업 인수합병(M&amp;A)을 적극 지원했다. 중국의 산업용 로봇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12년 14%에서 2022년 52.5%로 급증했다.
 전 세계에 설치되는 산업용 로봇의 절반 이상이 중국산이란 얘기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적용될 제15차 5개년 계획의 핵심이 휴머노이드 상용화가 될 것으로 입을 모은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15차 5개년 계획에 휴머노이드 투자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27.3%에 그친 산업용 로봇 국산화 비율을 2023년 47.2%까지 끌어올렸다. 20%가 안 되는 한국의 로봇 부품 국산화 비율과 대조적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월 발표한 ‘제4차 지능형로봇 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3조원 이상을 로봇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산업계에선 부족하다는 평가다.
 알데바란과 쿠카 사례는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 로봇 전문 매체 중국로봇망에 따르면 지난 4년간 중국 기업이 로봇 영역에서 해외 인수 및 주주로 참여한 로봇 기업이 13개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중국 산업용 로봇 기업 이스툰은 세계 최초 용접 로봇을 개발한 독일 클루스의 지분을 100% 매입했다. 영국 로봇 제어장치 제조사 트리오모션, 미국 소형 서보모터 제조사 바렛, 독일 생산설비제조사 MAI도 닥치는 대로 인수했다.
 세계 최대 산업용 로봇 기업인 스위스 ABB도 중국에 공급하는 로봇의 90% 이상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며 사실상 ‘중국화’됐다. 독일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가 5월 발표한 ‘2024년 중국의 유럽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유럽(EU 27개국+영국) 투자는 전년 대비 47% 증가한 100억유로에 달했다. 중국의 유럽 투자가 증가한 건 2016년 후 처음이다.
 EU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는 ‘EU·중국 관계에 대한 새로운 권력 평가’ 보고서에서 “유럽 산업 중심지들이 중국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경주/최지희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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