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반출' 한미 정상회담에 휘둘리나…잇단 설왕설래에 업계 '촉각'

작성일 08-04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구글 지도반출 허용 여부, 한미 정상회담 이후 결정될 가능성 제기...정부 '반출 신중론' 고수중 美, 디지털 장벽 지속 저격…협상 테이블 올릴수도 업계·학계 "안보 직결된 사안…국내 산업 보호 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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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구글코리아 사옥 내부.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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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요청한 한국 정밀 지도 반출 여부가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나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중순으로 점쳐지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현안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당초 8월 11일까지였던 지도 반출 결정 기한이 한 차례 더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며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는 이번주 중 회의를 열어 구글의 고정밀 지도 반출 요청 건을 논의한다. 협의체는 국토지리정보원장(위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원 및 민간위원 1인이 참여하고 있다. 만장일치제를 택하고 있는 협의체는 9개 부처가 전원 합의해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아직 협의체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11일에 지도 반출 여부 결정을 통보해야 하는 만큼 일정상 이번주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구글이 지난 2월 국토지리정보원에 1:5000의 정밀 지도를 구글의 해외 데이터센터로 반출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1:5000의 정밀 지도는 50m 거리를 지도상 1cm로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디지털트윈 등 첨단 산업의 근간이 되는 자산이다. 현재 한국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업체에 반출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협의체는 이번 회의에서 구글에 지도 반출 여부 결론을 통보해야 하는 시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협의체는 지난 5월 회의에서 결정을 미루고 처리 기한을 60일 연장한 바 있다.
 구글이 정밀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요청한 것은 지난 2007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정부는 매번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 국내에 서버를 두고, 보안 관련 데이터는 블러 처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했으나 구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새 정부도 고정밀 지도 반출은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택해 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31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 직후 가진 청와대 브리핑에서 "고정밀 지도 등은 제일 일찍 논의한 분야인데 통상 위주로 급진전하며 그것은 우리가 방어한 것"이라며 "그쪽에 대한 추가적 양보는 없다. 안보 등 문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지도 반출 문제를 안보와 연관된 사안으로 보고있음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김윤덕 장관도 인사청문회 당시 지도 반출 문제를 두고 "통상 문제 등이 있기에 전향적으로 검토해 진행할 필요도 있겠지만 그에 우선하는 것이 국방과 국민의 안전"이라며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적 있다.
 다만 이번엔 미국 정부가 지도 반출 문제를 비롯해 온라인플랫폼법 등 디지털 장벽을 불공정 무역 관행으로 수차례 지적하며 우리 정부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도 반출 허용 여부를 선제적으로 결정하기는 부담이 크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지도 반출 허용 여부가 갈릴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며 학계와 업계는 민감하게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와 보안 시설 가림 처리 조건 충족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국내 공간정보산업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 마련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고정밀 지도는 단순한 공간 정보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산업 기술이 결합된 전략적 자산으로,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안이라는 기조 하에서 외부 반출 여부가 결정됐으면 한다"며 "구글이 국내 사업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국내 데이터센터 설치, 민감 정보 블러 처리 등의 조건을 수용하고 나서 지도를 외부로 반출할 지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 동일한 정부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확보한 지도 정보로 사업하겠다고 하면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진무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는 "정밀 지도 반출 시 국내 공간정보 산업 생태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공간정보가 구글에 종속될 수도 있을 것이고, 자율주행이나 드론 배송 등 미래 먹거리를 글로벌 기업에 뺏길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1:5000지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몇 개 국가밖에 가지고 있지 않고 그중 프랑스와 스페인도 테러 등의 민감성 때문에 이를 오픈하지 않고 있다. 위치 정확도가 상당히 높은 지형도로서 반출 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당장 구글에 반출을 안 하더라도 추후 개방 시 국내 산업계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선행돼야 하고, 이번을 기점으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현 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는 "구글과 함께 애플도 한국 정부에 정밀지도 외부 반출을 요구했는데, 이 둘의 차이점을 보면 구글은 한국 정부가 요구한 국내 서버 설치나 가림 처리 조건을 거부했다는 것이고 애플은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둘 모두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이 지점을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1:5000 정밀 지도는 자율주행, AI 외에 문화 콘텐츠적으로까지 파생될 수 있는 산업이 많다. 안보와 함께 국내 산업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반출 여부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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