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작성일 08-04 17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쌍방울 레이더스와 현대 유니콘스를 추억하며</strong>2024년, 한국프로야구는 처음으로 연간 관중 1000만 명을 돌파했다. KBO 리그가 개막한 지 42년 만의 기록이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홈런과 삼진의 순간마다 터지는 함성은 2025년 현재도 여전히 뜨겁다.<br><br>그러나 그 흥분 속에서 그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두 개의 이름이 있다. 쌍방울 레이더스와 현대 유니콘스, 이제는 역사 속에서만 존재하는 팀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아직도 이 팀들을 떠올린다. 유니폼을 꺼내 입고, 마스코트를 기억하고, 야구장 안팎에서 그때 그 시절을 말한다.<br><br>이 글은 사라진 두 팀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전주 출신 쌍방울 레이더스 팬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했고, 경기도 화성시에 거주하는 전직 현대 유니콘스 볼보이는 7월 31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실시했다.<br><br><strong>전주에 야구가 왔던 날</strong><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호남은 원래 해태 지역이잖아요. 근데 전주에 프로야구단이 생긴다고 하니까 좀 이상했어요. 그래도 야구장을 한 번 가봤어요. 그게 시작이었죠."</span><br><br>전주 출신 야구팬은 7월 31일 보내온 답변에서 이렇게 말했다. 1991년 전북 전주를 연고지로 출범한 제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는 화려한 스타도, 넉넉한 자본도 없었지만, 팀은 특유의 끈질긴 야구로 존재감을 만들었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집요한 운영과 '돌격대'라 불리던 선수단은 1996년, 1997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하지만 팬의 기억 속에 가장 또렷하게 남은 장면은 승리가 아니라 부상이었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김원형 선수가 장종훈 선수의 타구에 얼굴을 맞았을 때요. 아직도 생생해요. 코뼈 골절이었고, 쓰러져 있는 걸 보는데 마음이 찢어졌어요."</span><br><br>'어린왕자'라 불리던 김원형, '쓰러져가는 집의 소년 가장' 같았던 그가 땅에 쓰러진 모습은 팬에게 오래 남았다. 쌍방울은 그런 팀이었다. 눈물 나게 안쓰러웠고,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잘난 형은 아니었지만, 못난 동생 같았어요. 그래서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 가는 팀이었죠."</span><br><br>1999년, 모기업 쌍방울이 부도 처리되며 팀은 해체 수순을 밟는다. SK 와이번스가 선수단을 인수했지만, 연고지도, 팀 이름도, 역사도 이어지지 않았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 진짜 이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구나.'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음은 아직도 거기에 있어요."</span><br><br>그는 말한다. 지금도 쌍방울을 떠올릴 때마다 버려진 마스코트 인형이 생각난다고. 실제로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앨범 커버에는, 버려진 쌍방울 마스코트가 등장한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그걸 보는데 울컥했어요. 약자 같고, 소외된 존재 같아서.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우리 팀 같았어요. 그래서 더 못 잊겠어요."</span><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5/08/04/0002483326_001_20250804145720021.jpg" alt="" /></span></td></tr><tr><td><b>▲ </b>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정규 3집 앨범 표지.</td></tr><tr><td>ⓒ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td></tr></tbody></table><br><strong>외야석에서 바라본 마지막 유니콘</strong><br><br>2007년 수원야구장의 외야, 스무 살 청년은 볼보이 유니폼을 입고 파울볼을 주우며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그가 일한 팀은 현대 유니콘스, 그리고 그는 그 팀의 마지막 볼보이가 되었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야구 좋아하긴 했는데, 두산 팬이었어요. 그냥 집 앞에 수원야구장이 있어서 아르바이트하러 갔던 거죠."</span><br><br>그가 맡은 일은 펑고 훈련 보조, 공 수거, 외야 볼보이, 원정 덕아웃 배트보이 등이었다. 땡볕 아래서 공을 주워 담으며 체력적으로 힘든 날도 많았지만, 어느새 그는 이 팀에 정이 들었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그때 수원은 진짜 한산했어요. 수원은 그 당시엔 축구의 도시였어요. 외야석에 술 드신 팬들 몇 분 계시고… 원정팀 욕하다가 저한테도 욕하시고. 근데 그게 어느 순간 다 추억이 되더라고요."</span><br><br>그는 유니콘스에서 잊을 수 없는 두 선수를 꼽는다. 장원삼, 그리고 전준호.<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장원삼은 진짜 공이 달랐어요. 류현진이랑 드래프트 동기였지만, 현대 유니콘스의 에이스는 장원삼이었죠... 그리고 전준호 선배님… 항상 존댓말 쓰시고, 지나갈 때 어깨도 토닥여주시고… 볼보이들 사이에선 진짜 인성 갑이었어요."</span><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5/08/04/0002483326_002_20250804145720066.jpg" alt="" /></span></td></tr><tr><td><b>▲ </b> 2007년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td></tr><tr><td>ⓒ 현대유니콘스</td></tr></tbody></table><br>마지막 홈경기 날, 관중은 40여 명 남짓,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작지만 간절했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수원 떠나지 마. 여기서 계속 야구하자."</span><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그 말 듣는데 울컥했어요. 인기 없는 팀이었지만, 그 사람들한테는 전부였던 거죠. 저도 그때 처음 '이 팀을 응원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span><br><br>현대 유니콘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리그를 지배했던 강팀이었다. 막강한 자본력과 전력으로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모기업 현대그룹의 경영권 분쟁과 구조조정,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지원이 급격히 줄었다.<br><br>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의 역사를 이어받은 인천을 떠나 서울로 연고지 이전을 하려다 실패하여 수원에 잠시 머물던 유니콘스는 점차 고립되었고, 결국 2007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br><br>이듬해 '히어로즈'라는 팀이 창단되었지만, 유니콘스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인수되지 않았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히어로즈는 현대 유니콘스와 전혀 다른 팀이에요. 족보도 없고, 느낌도 다르고… 그래도 그때 함께 웃고 울었던 사람들이 있어서 감정의 끈은 남아 있어요."</span><br><br><strong>팀은 사라졌지만, 우리는 기억한다</strong><br><br>쌍방울 레이더스와 현대 유니콘스. 팀은 사라졌고, 이름도 더 이상 불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팀은, 성적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br><br>2025년, 한국프로야구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고, 새로운 팬들이 매일 야구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 풍성한 현재는, 사라진 팀들의 시간 위에 세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전주의 팬은 버려진 마스코트를 떠올리고, 수원의 볼보이는 마지막 외야석을 떠올린다. 그 시절, 작고 낡았지만 누구보다 뜨겁게 뛰었던 팀들, 그 팀을 향한 사랑은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었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같이 응원하던 돌격대 팬들,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span><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유니콘스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뛰고 있어요."</span><br><br>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있는 한, 그들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는 여전히 그 유니폼을 꺼내 입고, 경기장을 찾는다. 모든 팀이 우승을 남기는 건 아니다. 어떤 팀은 우승보다 값진, 시대를 견디는 기억을 남긴다.<br> 관련자료 이전 장애인체육회, 2025 파라클라이밍 국제등급분류 강습회 개최 08-04 다음 전현무, 리조트급 브라이언 대저택 다녀왔다 “허세인가 했더니 이유 있어”(이유있는건축) 08-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