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복식은 정말 재미없는 경기일까? 작성일 08-04 13 목록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베이스라인 밖에서] 매체 노출이 만든 불평등, 복식은 왜 이야기에서 지워졌나</strong><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5/08/04/0002483288_001_20250804104108325.jpg" alt="" /></span></td></tr><tr><td><b>▲ </b> 지금의 테니스 투어 판도를 살펴보면, 복식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경기'가 되고 있다.</td></tr><tr><td>ⓒ bvp on Unsplash</td></tr></tbody></table><br>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브레이크 포인트(Break Point)>는 테니스 경기를 한 편의 이야기로 바꿔놓았다. 선수의 표정, 고독, 승부의 압박을 담은 이 시리즈는 닉 키리오스의 반항, 파울라 바도사의 불안, 알카라스의 윔블던 우승 같은 순간을 콘텐츠로 만든다. 카메라는 승부의 순간보다 인간의 얼굴에 집중했다. 그러나 그 화면 어디에도 복식은 없었다. 단 한 컷도.<br><br>지금의 테니스 투어 판도를 살펴보면, 복식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경기'가 되고 있다. 왜 그럴까? 복식이 정말 '재미없는 경기' 이기 때문인가? 테니스에서 복식이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것은 미디어 권력과 시장 논리, 그리고 우리가 스포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br><br><strong>보이지 않는 이유, 플랫폼이 말해준다</strong><br><br>복식이 사라지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시청률이다. 방송과 플랫폼은 숫자가 보장된 쪽에 집중한다. 단식에는 스타가 있고, 긴 랠리가 있고, 드라마가 있다. 복식은 그 틀 안에서 점점 밀려난다. 호주오픈 토너먼트 디렉터 크레이그 틸리는 이렇게 말한다. "복식은 랭킹 포인트, 상금, 팬 서사 모두 부족하다. 상품성이 없다"(The Guardian). 그 말은 지금 산업이 움직이는 룰을 보여준다. 시청률이 곧 가치라는 룰이다.<br><br>그 현실은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ATP 공식 스트리밍 서비스 Tennis TV는 복식 중계를 제공한다고 홍보하지만, 팬들의 체감은 다르다. "많은 ATP 250 경기에서는 복식이 아예 방송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팬 커뮤니티에서 반복된다. 즉, 복식은 단순히 덜 주목받는 게 아니라, 플랫폼 구조에서 사라지고 있는 경기다.<br><br>여기에 시각적 몰입을 방해하는 중계 연출의 문제가 겹친다. Cracked Racquets는 2023년 기고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테니스 중계는 팬이 몰입할 수 있도록 코트 레벨의 새로운 카메라 앵글을 필요로 한다."<br><br>복식은 네트 플레이가 많아 박진감은 있지만, 현재 중계는 코트를 넓게 잡아 선수의 표정과 순간의 긴장을 놓친다. 관객은 스토리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다. 이건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어떤 화면을 선택하고 어떤 장면을 생략할 것인가, 그 결정이 복식을 '재미없다'는 종목으로 만든다.<br><br><strong>'재미없다'는 낙인의 정치학</strong><br><br>복식이 몰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경기 특성에서 비롯된다. Martínez‑Gallego et al. (2021)의 분석 결과 남자 프로 복식 경기의 평균 랠리 길이는 약 3.4샷, 포인트당 평균 시간은 3.45초였다. 특히 경험 많은 팀일수록 더 빠르게 포인트를 끝내는 경향이 있다. 즉, 대부분의 포인트가 세 번에서 네 번의 교환으로 종료되는 셈이다. 복식은 네트 플레이와 서브 앤드 발리 비중이 높아 이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랠리가 짧으면 속도감은 높아진다.<br><br>심리학 연구는 몰입의 핵심을 '긴장과 해소의 반복'에서 찾는다. 관객이 경기를 보는 동안, 포인트가 길어질수록 기대감이 쌓이고, 그 기대가 특정 순간(브레이크 포인트나 결정타)에서 해소될 때 강한 쾌감을 느낀다. 단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샷 이상 이어지는 랠리가 이런 드라마를 만든다. 반면 복식은 대부분의 포인트가 서브 → 리턴 → 발리로 빠르게 끝난다. 포인트가 짧다는 것은 클라이맥스도 짧다는 뜻이다. 관객은 경기의 흐름을 따라 감정을 고조시킬 시간이 부족하다. 그 결과 복식은 종종 '속도감은 있지만, 서사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br><br>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반전이 있다. 복식이 외면받는 이유가 정말 '재미없어서'일까? 팬 설문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 테니스 전문 매체 The Tennis Tribe가 2024년 129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76.2%는 'TV에서 복식을 더 자주 보여주면 본다'고 답했다. 반대로 "스타가 복식에 나와야 본다"는 응답은 26.2%에 그쳤다. 문제는 재미가 아니라 노출의 부족이다. 복식은 외면당한 것이 아니라, 소비될 기회를 빼앗긴 경기였던 것이다.<br><br><strong>돈과 콘텐츠의 정치 : 복식은 어디로 가는가</strong><br><br> <table class="nbd_table"><tbody><tr><td><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47/2025/08/04/0002483288_002_20250804104108364.jpg" alt="" /></span></td></tr><tr><td><b>▲ </b> 지금의 복식은 확실히 불리하다.</td></tr><tr><td>ⓒ gonchifacello on Unsplash</td></tr></tbody></table><br>시청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자원의 배분 규칙이 된다. 시청률이 낮으면 광고 단가도 낮고, 방송사는 복식을 프라임타임에서 제외한다. 이 규칙은 상금 구조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br>2024년 US 오픈 상금을 보자.<br><br>- 단식 우승 : 360만 달러<br>- 복식 우승 : 팀당 75만 달러<br>- 혼합 복식 우승 : 20만 달러<br><br>단식과 복식의 차이는 최대 5배 이상이다. 이 불균형은 선수의 행동을 결정한다. 돈이 없으면 스타는 복식에 나오지 않는다. 스타가 사라지면 관심은 더 줄고, 관심이 줄면 시청률은 떨어진다. 이렇게 시청률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구조를 만든다.<br><br>USTA(미국 테니스 협회, United States Tennis Association)는 이 구조를 깨기 위해 변화를 시도 중이다. 2025년 US 오픈에서 혼합 복식은 본선 대신 '팬 위크'로 옮겨진다. 16개 팀이 단판 토너먼트로 경쟁하고, 세트는 4게임, 듀스 시 한 포인트로 승부를 가르는 '노 애드 시스템(No-Ad System)'을 적용한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로 크게 올랐다(USTA; Reuters, 2025).<br><br>스타들도 움직였다. 알카라스-라두카누, 오사카-크리스노 같은 화제성 조합이 출전하면서 혼합복식은 '이벤트'처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복식을 살리는 시도라기보다, 복식을 상품화하는 시도에 가깝다. 복식 전문 선수들은 반발한다. 2024년 챔피언 사라 에라니는 이를 "수익을 위한 이벤트 쇼"라며, "선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비판했다(Reuters). 윔블던 챔피언 세미 버베이크도 "마케팅용 장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복식을 살리는 게 아니라 상품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스포츠가 콘텐츠로 전락하는 산업의 속성을 드러낸다.<br><br><strong>결국 질문은 권력에 관한 것이다</strong><br><br>지금의 복식은 확실히 불리하다. 카메라는 멀고, 스타는 적고, 중계는 드물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경기의 본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누가 화면에 등장하고, 누가 서사의 중심이 되는가는 권력의 문제다. 복식은 그 권력의 지도에서 주변부로 밀려났다.<br><br>팬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더 많은 중계가 있다면 보겠다고 한다. 빠른 템포와 전략적 플레이를 매력으로 꼽는 팬도 있다. 넷플릭스 <브레이크 포인트>는 단식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복식에도 이야기가 필요하다. 드라마, 전략, 파트너십, 그 모든 것이 이미 코트 위에 있다. 단지 카메라가 비추지 않을 뿐이다.<br><br>그래서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br><br><span class="cssFont" style="color:#996633;">"복식은 정말 재미없는 경기인가, 아니면 재미없게 만들어진 경기인가?"</span><br><br>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테니스 산업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br> 관련자료 이전 '김가영 제자' 박정현, LPBA 무대 적응 완료! PPQ라운드 AVG 전체 1위→이유주 완파하고 PQ라운드 진출 08-04 다음 타우손, 이변 연출…윔블던 우승자 시비옹테크 제압 08-0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