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트럼프 정부 기후 보고서, 가짜과학으로 가득"

작성일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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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심한 기후 변화로 홍수의 발생 빈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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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등 기후위기 관련 규제를 뒷받침하는 '위해성 평가' 철회안을 제시하고 150쪽 분량의 근거 보고서를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4개월 만에 동료 검토도 없이 작성된 이번 보고서가 기후위기 부정론자로만 구성된 필진이 작성해 편향됐으며 이미 오래전에 반박된 연구결과들이 다수 포함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미국 CNN 등 해외 주요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자동차, 트럭, 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제한하는 '위해성 평가' 철회를 제안하고 이를 옹호하는 150쪽 분량의 기후 보고서를 발표했다. 철회안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보고서는 미국 에너지부(DOE)가 발표했다.
 올해 9월 15일까지 여론 수렴 절차가 끝나면 트럼프 정부는 위해성 평가를 철회할 수 있다. 2009년 발표된 위해성 평가 폐기안이 최종 확정되면 미국 기후변화 규제 대부분이 무효가 될 전망이다.
 과학계는 에너지부 보고서가 '가짜 뉴스'로 가득하다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보고서는 대기 중 추가 이산화탄소로 작물 수확량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명 '비료 효과'다. 밥 콕 럿거스대 교수는 "점점 극심해지는 열파와 가뭄이 작물 수확량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에너지부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 보고서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온난화로 인한 해양 산성화가 자연적 변동 범위 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도 실렸다. 현재 해양 산성도는 약 1400만년전 생물체 대량 멸종 사건 발생 시기와 비슷하다는 분석이다.
 또 보고서는 지구 최대의 산호초 지역인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의 상태가 최근 상당히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2016년 이후 높은 해수 온도로 산호가 하얗게 변하고 쉽게 죽는 대규모 백화 현상을 겪었다. 1998년 이전에는 백화 현상이 기록된 바 없다. 
 나오미 오레스케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가디언에 이 보고서의 목적이 "화석 연료 규제 실패를 정당화하는 것"이라며 "합법적인 과학을 가짜 과학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기후변화 부정 웹사이트 상위 10개를 학습시킨 챗봇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나탈리 마호월드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에너지부 보고서에 대해 "문헌을 선별적으로 인용했다"며 인용한 논문의 전체 서사를 버리고 부록의 그래프 한 개를 선택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부 보고서는 기후위기 부정론자로 알려진 저자 5명이 참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앤드루 데슬러 미국 텍사스 A&amp;M대 교수는 "다른 과학자 그룹을 선정했다면 보고서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며 "이 보고서가 작성되려면 해당 저자들을 골라야만 하는 셈"이라고 밝혔다. 에너지부는 보고서 작성자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보고서는 증거를 공정하게 평가하기보다는 이산화탄소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사들의 의견서와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2년 전 발표된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 종합 보고서에는 인간 활동이 지구 기온을 높이고 자연과 인간에게 광범위한 부정적 영향과 관련 손실 및 피해를 초래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전세계 721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비영리 기후연구단체 버클리 어스 연구자인 제이크 하우스파더는 "5명의 저자로 4개월 만에 서둘러 작성된 이번 보고서는 기존 과학적 동료 평가 과정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하며 '사기극'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3년 작성된 미국 정기 국가 기후평가 보고서를 온라인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의 결론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의 영향은 이미 미국 전 지역에서 광범위하고 악화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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