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는 세월을 달려 당도한 걸작, 《이사》 작성일 08-02 3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다시 무르익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계절</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IYzmuJqFP">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4CGqs7iBp6"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ae1e3d04d58207d0eb020f3993a06b3780469ce461471d180cb6cc855d7ad9b3" dmcf-pid="8hHBOznbU8" dmcf-ptype="general">뒤늦게 무르익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계절이다. 1980~90년대 일본 뉴웨이브를 이끈 소마이 신지 감독과 그의 작품은 그간 특별전 형태를 통해 드물게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회고전이 첫 소개였다. 7월 개봉한 《이사》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대표작이자, 지난해 개봉한 1985년작 《태풍 클럽》 이후 정식으로 국내에 찾아온 그의 두 번째 영화다. 8월초에는 또 다른 작품인 《여름정원》이 관객과 만난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fa3be9a50f7df1696f438a3c217c7e09ded21b3dee82fe08562a64beece73d4" dmcf-pid="6p9iFdCnF4"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이사》 포스터 ⓒ에이유앤씨"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4367epef.jpg" data-org-width="580" dmcf-mid="9UT3ctQ0U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4367epef.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이사》 포스터 ⓒ에이유앤씨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a20d48a3868570a0f8c5c591cf81c2fd06e14da7a211360f9fdf9f7b6d498734" dmcf-pid="PU2n3JhL0f" dmcf-ptype="general"><strong>디지털 생명을 입고 다시 태어난 필름 영화</strong></p> <p contents-hash="378140c5e46ac80078fe52b31b21a17239c531d0ed865a63681f23f60c74dab2" dmcf-pid="QuVL0iloFV" dmcf-ptype="general">《이사》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영화 세계와 조우할 수 있는 가장 활기차고도 애틋한 진입로다. 초등학생 렌코(다마타 도모코)가 부모의 별거 결정을 무마하려 용쓰는 사이, 변덕스러운 장마와 청량한 녹음 사이를 오가는 여름 풍경은 한층 짙어진다.</p> <p contents-hash="51ad391e54b74640f50dfabf06361d39be0dc246684bc09f4a7dcede0a3823e7" dmcf-pid="x7fopnSg02" dmcf-ptype="general">장대비가 쏟아지는 여름밤, 세 식구가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한눈에 보기에도 불안정한 인상을 주는 삼각형 식탁에 둘러앉은 이들의 분위기가 자못 심각하다. 생선이나 깨작대고 있는 아빠 겐이치(나카이 기이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던 렌코가 묻는다. "진짜 혼자 먹고살 수 있겠어?" 걱정하고 염려 받을 대상이 서로 묘하게 뒤바뀐 상황. 벌떡 일어난 렌코가 애써 웃으며 "즐거운 식탁 대화 행복한 가정"이라는 공익광고 대사 같은 말로 분위기를 풀어보려 하지만, 별다른 효용은 거두지 못한다. 날이 밝으면 겐이치는 셋이 살던 집에 아내 나즈나(사쿠라다 준코)와 딸 렌코를 남겨둔 채 다른 집으로 이사할 참이다.</p> <p contents-hash="89e061709e2c6bc092415b8932f768dc9420a28856db7dd20f9bb101745051fc" dmcf-pid="ykCtj56F09" dmcf-ptype="general">원작은 히코 다나카가 1990년 펴낸 아동문학 《두 개의 집》이다. 부모의 이혼 후 아빠가 다른 집을 얻어 나간 사연으로 '두 개의 집'을 가지게 된 아이의 입장을 그린 책이다. 원작의 뼈대만 취했을 뿐 《이사》는 소마이 신지 감독이 새롭게 매만진 세계로 보는 것이 더 옳다. 특히 렌코 혼자만의 모험이 펼쳐지는 후반부는 영적인 분위기마저 풍기는 전환을 통해 이 이야기를 대했던 소마이 신지 감독 고유의 해석을 들려준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빼어난 가치가 있는 영화적 변형이다.</p> <p contents-hash="c9825ae4daa93627dfd5d57a028c6ac4a27c6a36479a11bfca0048e676acf75b" dmcf-pid="WEhFA1P3FK" dmcf-ptype="general">과거의 걸작이 30년 넘는 세월을 건너 이제야 당도한 사연의 시작에는 복원사업이 있다. 1993년 제46회 칸국제영화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이 작품은 2023년 촬영감독 구리타 도요미치가 참여하고 감수한 4K 리마스터링 작업을 거쳤다. 잠들어 있던 필름 영화가 디지털의 생명을 입고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후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클래식' 부문에서 최우수복원영화상을 수상하며 해외 배급이 물살을 탔다. 그렇게 《이사》는 프랑스를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 등에서 정식 개봉을 거치며 동시대 관객과 조우하고 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46286ffcdb84508185bc6c2344a19af08712cedf38b4783933dee45a064cfcc" dmcf-pid="YDl3ctQ03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이사》 스틸컷 ⓒ에이유앤씨"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5680wmsl.jpg" data-org-width="800" dmcf-mid="2pYzmuJqp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5680wms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이사》 스틸컷 ⓒ에이유앤씨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94dffac059d9a2c3a0731b40e2b9ee16ee6277e10522415d5dab5327a19b4b4" dmcf-pid="GwS0kFxpF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이사》 스틸컷 ⓒ에이유앤씨"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6961popz.jpg" data-org-width="800" dmcf-mid="VOCtj56Fz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2/sisapress/20250802170106961popz.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이사》 스틸컷 ⓒ에이유앤씨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a4e3362124d629a2fc49b0568a6643a9b47362924671c28f088659d085aa2a1f" dmcf-pid="HrvpE3MU3q" dmcf-ptype="general"><strong>성장,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가는 것</strong></p> <p contents-hash="8b4589db9b38b6539542cc746fcd4e250f55cb313b848323241a51e06ff84224" dmcf-pid="XkFfv2j4Uz" dmcf-ptype="general">해외에는 적지 않은 시차를 둔 채로 그 영향력이 뒤늦게 퍼지고 있지만, 소마이 신지는 일본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름 중 하나다. 2001년 사망하기까지 그가 남긴 13편의 장편영화는 이후 등장한 수많은 연출가에게 내내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오늘날 일본에서 영화를 만드는 누구도 소마이 신지를 의식하지 않고 작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또한 "내가 넘어서고 싶었던 단 한 명의 감독"이라는 소회를 남길 정도였다.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을 경험한 뒤 독립영화 형태로 자신만의 독자적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소마이 신지를 일컬어 일본의 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는 "일본 스튜디오 시스템의 종말과 독립영화의 부흥을 잇는, 잃어버린 고리"라고 평한다.</p> <p contents-hash="ff7f47bbb2e84dbab568d66996ad6c12f5f948eb34c8962194030ee8382b5f1a" dmcf-pid="ZE34TVA8F7" dmcf-ptype="general">열두 살은 알 만한 것을 다 아는 나이다. 철없는 아빠의 홀로서기를 걱정하는가 하면, 술을 너무 많이 마신 엄마를 이웃들이 어떻게 볼지 염려하며 주의를 주는 것도 렌코의 몫이다. 부모의 소식이 알려지면 학교에서 동급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걱정해야 한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정확하게 인지하기 시작한 나이에 부모의 별거 결정은 렌코를 뿌리까지 뒤흔드는 거대한 영향이다.</p> <p contents-hash="270e2fbd41fb7b3e656fb1152b01efb0e8e2e9a820109710624b8d6287bff199" dmcf-pid="5D08yfc6pu" dmcf-ptype="general">렌코는 내내 달리는 것으로 저항한다. "나는 엄마·아빠가 싸워도 참았어. 근데 엄마·아빠는 왜 못 참는 거야?"라는 질문에 적절한 답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빠의 이사 트럭을 따라 달려보고, 학교 실험실에 무심하게 불을 낸 후 도망쳐 버스에 올라타기도 한다. 엄마가 일방적으로 새롭게 세운 규칙대로 살기 싫은 렌코와 엄마 사이에 느닷없이 술래잡기가 벌어지기도 한다. 렌코의 뜀박질은 어른들의 세계를 따라잡고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힘껏 도망치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그러나 연일 우울하게 하늘에서 쏟아지는 장대비를 멈출 수 없듯, 렌코의 저항은 부모의 이별을 막아세울 수 없다.</p> <p contents-hash="7c59c4c6f7fd74a092dd6b581a425d78a759f2d8b30d70db36ffd338122cbc8a" dmcf-pid="1wp6W4kPUU" dmcf-ptype="general">《이사》는 부모를 화합시킬 수 있는 방편으로 떠올렸던 여름 여행에서 결국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 렌코에게 그만의 시간을 충분히 열어준다. 부모의 곁에서 도망치듯 달려 나온 렌코는 불꽃놀이와 불놀이가 한창인 시끌벅적한 여름축제의 한복판을 지나 밤안개가 피어오르는 숲으로 향한다. 렌코가 푸른 달빛을 받으며 밤새 헤매며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카메라는 별다른 관여 없이 그 모습을 바라본다. 기진맥진한 렌코가 어느덧 숲을 빠져나와 물가에 당도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어린 날의 추억이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가족을 태운 축제 수레와 같은 모양의 배가 불타오르고, 모두가 사라져 고요해진 호수. 렌코는 그제야 그 시절에 대해 이별의 인사를 전할 수 있다.</p> <p contents-hash="3df0d0fa38285c7a48726f22832b7ddf5594038cb34a055105d4e362ac2b8baf" dmcf-pid="trUPY8EQUp" dmcf-ptype="general">발랄하고 생명력 넘치는 중반부까지의 묘사를 지나 초현실주의로 대담한 전환을 보여주는 이 여정에서 렌코는 부모의 갈등과 별거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더욱 중요하게는 그것이 자신의 행동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님을 깨닫는다. "왜 낳았어?"라고 묻던 아이는 이제 스스로 답안지를 받아들었다. 생전 소마이 신지는 그것이 성장의 본질임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건 '왜 부모가 나를 낳았을까?'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좋든 싫든 태어나버린 이 세계 속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p> <p contents-hash="01d66f19718c78e0dabdd75b022d346b4692ed0208f166b17ffddef93a5e7fc6" dmcf-pid="FmuQG6Dx70" dmcf-ptype="general">《이사》라는 제목은 그 자체로도 적절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상태로의 이동이라는 움직임 자체로 읽을 때 더욱 구체적인 의미가 발생한다. 아빠의 이사와 렌코가 달리면서 경험하는 여러 장소의 물리적 이동뿐 아니라, 이전의 시간들에 작별을 고하고 다음으로 나아가려는 렌코의 심리적 이동까지 포함하는 단어인 것이다. 컷을 나누지 않은 신중한 롱테이크가 소마이 신지 감독만의 기법은 아니지만, 《이사》는 가장 탁월한 활용을 보여주는 예다.</p> <p contents-hash="2b97846ddce2e4c6b8d04b5cfd08f8f9fd9b9394af056d72f2b2cf78aa7249a3" dmcf-pid="3s7xHPwM03" dmcf-ptype="general">카메라는 분주하게 역동하는 배우들에게 공간을 온전하게 열어준 채 기민하게 추적하고 있다. 배우에게 대사 한 줄을 발음하게 하거나 표정의 미묘한 변화를 주문하기보다 그 자체로 더 많은 것들을 포착하려는 방편으로 보인다. 걷다가 돌연 뛰어버리거나, 바닥을 기어 장소를 이동하거나, 좁은 복도에서 물리적 충돌을 겪는 인물들의 움직임은 비언어적 상황 속에서도 더 많은 감정적 맥락으로 감지된다. 2025년에 새롭게 당도한 《이사》는 뛰어난 영화가 지닌 고유의 생명력은 시간의 흐름과 관계없이 언제나 유효한 것임을 알려주는 오래된 증거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김지민, ♥김준호 껌딱지…강재준·이은형 子 보며 '2세 계획' 무럭무럭 08-02 다음 49세 백지영 “5살 줄일 수 있다면 둘째 낳아” 9세 연하 ♥정석원 반응은? 08-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