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안현민의 성공시대… 취사병 복무 후 MVP 후보됐다 작성일 08-02 35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2/0000051458_001_20250802040107597.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7월 11일 대전 중구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올스타 프라이데이 홈런더비 예선에서 kt 안현민이 타격하고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야구 전문가들이 하는 시즌 개막 전 '신인왕 예상'엔 일정한 공식이 있다. 150㎞/h 이상의 불 같은 광속구를 던지는 투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받은 선수, 아주 어릴 때부터 야구천재로 이름을 날린 선수,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낸 유망주, 미국 직행과 한국 잔류 중에서 고민해본 적이 있는 선수, 수억원의 거액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들이 주로 유력 신인왕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덕수고를 3관왕으로 이끈 고교 최동원상 출신의 특급 좌완투수 정현우(키움)와 메이저리그도 주목한 우완 강속구 투수 정우주(한화)가 전문가들의 신인왕 후보 1, 2순위였다. 아니면 전체 3순위로 지명받은 좌완 배찬승(삼성)이 소수의견으로 거론되는 정도였다. <br><br>그런데 전반기가 끝나고 8월이 시작된 지금, 신인왕을 두고 경쟁하는 건 전혀 다른 얼굴들이다. KT 위즈의 '고릴라' 안현민과 LG 트윈스의 좌완 선발투수 송승기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두고 '2파전'을 벌이는 중이다. 안현민과 송승기는 둘 다 무명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안현민은 2022년 신인 2차 4라운드, 송승기는 2021년 신인 2차 9라운드 출신이다. 고교 시절 각종 전국대회에서 이름을 날린 것도 아니고,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적도 없으며, 입단 당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계약금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모든 야구팬이 알고 상대팀이 가장 경계하는 이름이 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br><br><strong>한국의 애런 저지가 되다</strong><br><br>우선 안현민이다. 지난해가 KIA 타이거즈 김도영의 해였다면, 올해는 안현민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현민은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선수다. 7월 28일까지 69경기에서 타율 0.366에 18홈런 60타점. 스탯티즈 기준 WAR(대체선수대비 기여승수)은 5.49승으로 타자 중 압도적 1위다. 올해 연봉 3300만원으로 1WAR당 601만원. 2012년 신인왕 서건창(502만원) 이후 가장 저비용 고효율을 내는 선수다. 그야말로 대박이다. 안현민은 엄청난 근육질 몸에서 나오는 파워로 매 경기 초대형 홈런을 쏟아낸다. 국내 투수건 외국인 투수건 가리지 않는다. 쳤다 하면 골프 중계에서나 나올 법한 비거리 130m, 140m, 145m가 나오고 어떤 타구는 다음날까지도 계속 날아갈 것만 같은 속도와 궤적을 보인다. 충격받은 사람들은 처음에 그를 한국의 '마이크 스탠튼'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의 애런 저지로 불린다. 힘만 세고 다른 장점이 없는 스탠튼과 달리 저지는 파워는 물론 컨택과 수비, 주루까지 모든 걸 갖춘 선수다. 팔방미인 안현민에겐 당연히 저지 쪽이 훨씬 잘 어울린다.<br><br>안현민이 처음부터 이런 괴력의 사나이는 아니었다. 202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9순위로 입단했을 당시만 해도 안현민을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문김대전'의 주인공인 한화 문동주, KIA 김도영에 주로 집중됐다. 그 외에도 두산 이병헌, 삼성 이재현, KT 박영현, 두산 김영웅, 롯데 진승현, 롯데 윤동희 등 고교 시절 전국에 이름을 떨친 특급 유망주들이 많았다. 안현민은 그저 평범한 중간 라운드 지명 선수 중 하나로 여겨졌다.<br><br>마산고 시절 안현민을 지켜본 서울 A구단 스카우트는 당시 안현민이 지금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였다고 떠올렸다. 이 스카우트는 "당시에도 타격 능력은 좋았다. 다만 지금처럼 거포 유형은 아니었고, 타격 정확성이 좋고 중장거리를 칠 수 있는 선수였다"고 회상했다. B구단 스카우트를 지낸 관계자는 "포수치고는 발도 빠른 편이라 장점이 많았다. 다만 포수 수비가 약해서 프로에 가면 외야수를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KT에 입단해서 정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 시즌 안현민은 20경기에서 타율 0.338에 1홈런 28도루를 기록했다. 장타율 0.446에 출루율 0.488로 홈런보다는 도루가 훨씬 많고(김도영보다도 많았다) 장타율보다 출루율이 높은 선수였다. 물론 고교 타자치고는 꽤 괜찮은 선수였지만 지금 같은 괴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br><br>4년이 지난 지금의 안현민은 약점이 없는 타자로 진화했다. 홈런을 많이 치면서도 정확성까지 뛰어나다. 보통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은 정확성을 희생하거나 삼진을 많이 당한다.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큰 스윙으로 강하게 공을 때리려다 보면 타율과 출루율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안현민은 47볼넷에 39삼진으로 볼넷이 삼진보다 많다. 게다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볼넷은 많아지고 삼진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인다. 5월 한 달간 볼넷·삼진이 12·20이었는데6월 18·13을 거쳐 7월에는 17·5가 됐다. 타율과 출루율도 5월 0.333·0.419에서 6월 0.346·0.474를 거쳐 7월에는 0.474·0.590이 됐다. 이러다 8월에는 타율이 0.590으로 치솟는 건 아닌가 모르겠다. 신인 타자들의 경우 상대의 집중 분석과 견제가 시작되면 성적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안현민은 오히려 갈수록 더 좋아진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8/02/0000051458_002_20250802040107640.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7월 10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LG 선발 송승기가 역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em></span></div><br><br><strong>약점 없는 스트라이크존</strong><br><br>고교 시절부터 원래 좋았던 컨택과 선구안이 비결이다. 스카우트들의 평가에 따르면 안현민은 원래 컨택과 출루가 장점이었던 선수다. B구단 관계자는 "흔히 말하는 '면 타격'이 되는 선수였다. 스윙 궤도에서 공을 맞히는 면이 넓어서 높은 타율을 올릴 수 있는 유형의 타자라고 봤다"고 평가했다. <br><br>올 시즌 안현민은 200타석 이상 타자 가운데 스윙 대비 헛스윙률이 13.9%로 삼성의 교타자 김성윤(14%)보다 낮다. 스윙 대비 컨택률도 86.1%로 김성윤(86%)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률은 5.2%로 두산의 도루왕 정수빈(5.2%)과 비슷하다. 힘이 좋은데 정확하게 배트 중심에 잘 맞히고. 삼진도 잘 안 당하니 투수 입장에서는 던질 데가 없다.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가 제공하는 타자의 코스별 타율을 보면 안현민은 스트라이크존 전체가 붉은색이다. 강한 코스는 붉은색, 약한 코스는 파란색인데 존 전체가 시뻘겋다. 투수가 존 밖으로 던지면 골라내고, 존 안에 던지면 자비 없이 홈런을 날린다. 200타석 이상 타자 중 타석당 스트라이크 비율이 59%로 최저 4위인 게 우연이 아니다.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던지기를 두려워한다. 공포의 대상이다.<br><br>현역 복무 기간이 안현민에게 터닝포인트였다. 입단 첫 해 바로 군입대를 결정해 2022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제21보병사단에서 취사병으로 복무했다. 그 시간 동안 웨이트 트레이닝에 몰두했고 91㎏이었던 체중이 101㎏으로 늘었다. 3대 중량 640㎏을 기록할 정도로 근육질 거포가 됐다. 원래부터 잘 맞히고, 잘 골라내고, 발도 빠르고, 근성과 끈기가 강했던 타자가 파워까지 장착한 결과 단점을 찾을 수 없는 '완전체'로 거듭난 셈이다. 마치 만화 '슬램덩크'의 캐릭터인 산왕공고 신현철을 연상케 하는 스토리다. 만화에서 어린 시절 키가 작아 가드로 시작했던 신현철은 키가 급성장하면서 센터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가드 시절 익힌 기술들은 그대로 유지했다. 덕분에 키만 큰 다른 센터들과 달리 패스, 슛, 돌파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센터가 됐다. 공수주에 골고루 능한 안현민과 비슷한 점이다.<br><br><strong>LG 송승기도 상무 복무 후 급성장</strong><br><br>LG 송승기의 변신 스토리도 흥미롭다. 송승기는 2021년 신인 2차 9라운드 전체 87번으로 입단했다. 2022년 첫 1군 콜업 당시 류지현 감독은 그를 "유희관과 비슷한 스타일의 기교파"라고 소개했다. 그해 송승기의 평균구속은 141.6㎞/h였다. 좌완 치고 아주 느리지는 않지만 강속구는 아니었다. 제구력과 변화구, 경기 운영은 나쁘지 않았지만 구속이 빠르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 시즌, 송승기는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평균구속이 145.1㎞/h로 3.5㎞나 빨라졌고 최고구속은 150㎞를 찍는다. 여기에 포심의 수직 무브먼트까지 뛰어나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껴진다. 원래 제구와 경기 운영, 멘탈까지 좋았던 투수가 구속까지 빨라지니 단점이 별로 없는 투수가 됐다. 올 시즌 현재 송승기는 18경기 8승 5패 평균자책 3.27로 국내 좌완투수 중 평균자책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현민이라는 탈 KBO급 괴물 때문에 신인왕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신인 투수들 중에선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다. B구단 관계자는 "요즘 하는 것만 보면 왜 그때 안현민을 1라운드에서 안 뽑았을까 싶다"고 농담했다. 모 구단 고위 인사가 스카우트 팀을 향해 "왜 당시 드래프트에서 안현민 대신 다른 선수를 뽑았느냐"고 물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물론 그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 안현민과 송승기 자신도 지금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을 거다.<br><br>신인 드래프트는 1라운드로 끝나지 않는다. 1라운드는 분명 타고난 스타들을 위한 시간이다. 투수는 좋은 신체조건에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가 최우선이고, 타자 역시 신체조건이 좋고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가 특급 유망주가 된다. 당연한 얘기다. 그런 선수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다.<br><br>하지만 모든 팀이 그런 선수만 뽑을 수는 없다. 신인 드래프트를 전부 완벽한 선수들로만 채울 수도 없다. 1라운드가 지나가면 그 이후로는 11라운드까지 10명의 선수를 더 지명해야 한다. 여기서 각 팀들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스카우트의 안목과 구단의 육성 철학이 시험받는 시간이다.<br><br>당장은 1라운드 선수들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잠재력이다. 한두 가지 확실한 장점이 있고, 프로에서 체계적인 육성과 개인의 부단한 노력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놀라운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컨택 능력이 좋았던 포수가 파워까지 장착해 완전체 타자로 거듭날 수 있고, 제구력이 뛰어났던 기교파 투수가 강속구까지 갖춘 에이스로 변신할 수 있다. 안현민이 그랬고, 송승기가 보여줬다. 두 선수의 성공은 우연이 아니다. 자신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갈고닦으면서,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간 결과다. 1라운드 상위 유망주들처럼 처음부터 모든 걸 갖춘 건 아니었지만, 시간을 들여 자신만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지난해 안현민이 데뷔 첫 홈런을 친 날 수원 KT위즈파크 하늘에선 별똥별이 떨어졌다. 별똥별 홈런과 함께 새로운 별의 탄생을 예고하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 그 예고는 현실이 됐다. 야구는 언제든 새로운 별이 탄생할 수 있는 곳이다. 드래프트 순위가 전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가능성을 믿고 키워나가는 일이다. <br><br> 관련자료 이전 이영지 "손톱 두 개 바쳤다"…4000명 언팔에도 케이콘 홍보 '열일' 08-02 다음 최시훈, 이러니 ♥에일리가 반하지…"얼굴 밖에 볼 거 없어" 너스레 (결혼일기) 08-0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