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팝니다, 어떤 남자 고르시겠어요? 작성일 08-01 7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안치용의 영화적 사유] 머티리얼리스트></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kaWDSqyUL"> <p contents-hash="7ee7a032417b03506345c29c7b1ab8adbb906ac8b5c6296b6fec4926c2b20b48" dmcf-pid="4ENYwvBWpn" dmcf-ptype="general">[안치용 영화평론가]</p> <div class="video_frm" dmcf-pid="8DjGrTbYUi" dmcf-ptype="embed"> <div class="layer_vod"> <div class="vod_player"> <iframe allowfullscreen class="player_iframe" dmcf-mid="28kHmyKG7g" dmcf-mtype="video/youtube" frameborder="0" height="370" id="video@28kHmyKG7g" scrolling="no" src="https://www.youtube.com/embed/c5tuEnxs93M?origin=https://v.daum.net&enablejsapi=1&playsinline=1" width="100%"></iframe> </div> </div> </div> <p contents-hash="1e93f7bce778f82a3539b2afbfd9f647ff9a41496152168f9d467ddbbfc06931" dmcf-pid="6wAHmyKGUJ" dmcf-ptype="general">*영화의 전개와 결말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p> <p contents-hash="779f31f0b728372b5aeeac9a538145ec74c46d96daedaf57596ffe8a802dfe25" dmcf-pid="PrcXsW9Hpd" dmcf-ptype="general">셀린 송 감독의 <머티리얼리스트>는 사랑과 결혼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가장 자본주의적인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조명해 그 본질을 탐구한다.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송 감독은 현실적이면서도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과 거래, 감정과 돈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을 묘사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두 남자 사이에서 한 여자가 사랑을 찾는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사랑과 결혼이라는 인생의 두 개 선율이 어떻게 충돌하고 어우러지는지 그려주는 대위법을 추구한다.</p> <p contents-hash="9a19a07aee4c4afd098f45df205bf2ace3711788c8b484bd520cfe0e4ecd8aaa" dmcf-pid="QmkZOY2X7e" dmcf-ptype="general"><strong>결혼은 비즈니스</strong></p> <p contents-hash="06352fbca35620d31a1235784e02cdcae1d7cec4f20a0a37e05d8020b414a0a0" dmcf-pid="x62jQoTNUR" dmcf-ptype="general">주인공 '루시'(다코타 존슨)는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다. 사랑의 영역으로 간주된 결혼이 가치평가와 거래의 관점에서 상품 다루듯 취급된 지 오래다. 물론 사랑이 거래일 수 있지만, 결혼중개업이 등장하면서 사랑이란 대외적 명분마저 사라지고 사랑은 자본주의 안으로 완벽하게 포섭된다.</p> <p contents-hash="fdfd01f0bb0bb24f296151f46cb551ecb8078951dcf5f273d06b5060c2dbbbff" dmcf-pid="ySOpTtQ0uM" dmcf-ptype="general">감독 데뷔 전 송 감독은 커플 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시나리오이기에 관객은 현실성을 느낀다. 송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사람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p> <div contents-hash="7f47a90028552144de6036fd9bddd694378e886f455d32b9d60f76d2e1580103" dmcf-pid="WvIUyFxpFx" dmcf-ptype="general"> 고객은 평생의 동반자를 찾으며 '마치 자동차나 집을 선택할 때처럼' 억대 연봉, 180cm 이상의 키와 같은 물질적이고 신체적인 조건을 스스럼없이 나열한다. 송 감독의 지적대로 데이트라는 과정 속에서 서로를 하나의 상품으로 대상화하는 우스꽝스럽고도 음울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현장이다. 감독의 경험은 영화에 펼쳐지고, 관객은 결혼정보회사라는 극 중 장치를 통해 사랑은 환상이고 결국 거래가 실체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만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ac3fa82a99e422d7c754cbacd5598476fbce49a7055722671f7fa714eb4975d" dmcf-pid="YTCuW3MU3Q"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3135ucqe.jpg" data-org-width="1280" dmcf-mid="bfmnVeIiUj"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3135ucqe.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머티리얼리스트 스틸사진</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처스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ec8c96cda610347e9656d84c3db799fc1c1b9d371903f37f4c1c5e6a05a4c78f" dmcf-pid="Gyh7Y0RupP" dmcf-ptype="general"> <strong>결혼 상품의 '불완전 판매'</strong> </div> <p contents-hash="665ae6108a54ff59a4261fc8f5dd0cab987ee2874facd0a55750e950f0a0c68f" dmcf-pid="HWlzGpe706" dmcf-ptype="general">일단 사랑이, 특히 결혼을 전제한 만남이 거래라고 친다면 결혼정보회사는 이 상품의 판매자다. 서비스 판매자인 결혼정보회사의 방법론은, 영화에서 그렸듯 회사가 주선한 만남에서 데이트 강간과 같은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심각한 문제를 노출한다.</p> <p contents-hash="40bf9d74e9d3392397d37eec20803b864b6aa9fe2a7d68c1fd44031620e4dbe8" dmcf-pid="XYSqHUdzF8" dmcf-ptype="general">회사는 '적합한' 상대를 주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안전한 만남'을 약속하며 돈을 받는다. 개인을 대신해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 결혼정보회사 상품의 주요 보장이 된다. 알선 과정에서 이른바 적정주의의무(듀딜리전스)를 다했다해도 사고는 일어난다. 정확히는 사고를 막을 수 없다.</p> <p contents-hash="fcc97891303bf6cbdcd81fa01b8f5fca8602debb72b71ae81e31210a0602c5ea" dmcf-pid="ZGvBXuJq74" dmcf-ptype="general">영화에서 결혼정보회사는 데이트 강간을 '어쩔 수 없는 업계의 리스크'로 치부한다. 제품이 아닌 서비스이기에 듀딜리전스 여부를 따져야 하고, 만일 듀딜리전스를 다했다면 금융 상품에서 쓰는 용어로 '불완전 판매'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책임은 사라지고 개인의 불운이 남으며, 이후는 변호사가 개입해 '피해'를 금전적으로 배상할 뿐이다. 회사는 손해 보지 않는다. 상품 판매의 손실을 보험회사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을 것이다.</p> <p contents-hash="c1c483b1059d9147cc49f1648f6c5eea3305ac111d681e6da65e3c144e1bc26d" dmcf-pid="5XyK5znb3f" dmcf-ptype="general">영화의 이 사건이 결혼중개업에 관한 논쟁 지점이다. 자본주의 논리 안에서 책임은 보험 처리나 금전적 보상이라는 비용으로 환산되고, 리스크는 관리된다. 한 인간의 삶이 파괴된 상황에 관한 윤리적, 도덕적 책임은 거론되지 않는다.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것을 계산하고 관리될 수 없는 것을 관리하는 사태에 주인공 루시가 '느끼지 말아야 할' 죄책감을 느끼고 고통을 받는다.</p> <p contents-hash="bb40b097f1a7bc362189290737c76d14155a019528d50afb7ae4556b12fe3117" dmcf-pid="1ZW91qLKpV" dmcf-ptype="general">영화는 듀딜리전스, 불완전 판매, 리스크 등과 같은 단어 너머에 있는 인간과 인간 간의 만남에 관한 인간적 존중과 따뜻한 위로를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의 공허한 책임과 개인의 진실한 책임 사이에 간극이 있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잊혀서는 안 된다는 전언을 담았다.</p> <div contents-hash="6297306bcf91b34725046cea2048bef31a86b73eb4e2788be816237e2d0fbc01" dmcf-pid="t5Y2tBo9p2" dmcf-ptype="general"> 물론 어떤 만남도 100% 안전할 수는 없다. 최종적인 예방책임은 개인에게 귀속한다는 냉혹한 현실이 엄연하다. 그럼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팔기 시작한 결혼중개업이 져야 할 사회적, 윤리적 책임과 인간에 대한 존중은 기억되어야 한다. 사랑과 결혼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부수적으로 이 인간적인 영역에 자본주의가 개입했을 때의 문제를,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사유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23860214ec2dd1191cf0229224753f696597f724824436ad03eb807c8ff569ef" dmcf-pid="F1GVFbg239"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4423lred.jpg" data-org-width="1280" dmcf-mid="KnjQ74kP0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4423lre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머티리얼리스트 스틸사진</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처스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d71edd1d64d788510837052ac068964bcfbe901416718c44e8bf739c98ff0e5" dmcf-pid="3tHf3KaVFK" dmcf-ptype="general"> <strong>비즈니스와 사랑 사이</strong> </div> <p contents-hash="301079262d0dcfc8c8cf1e09c89b8d8f80e37715828ae850322bd878521bd6ae" dmcf-pid="0FX409Nf0b" dmcf-ptype="general">모노포니의 세상에서 유능한 커플매니저 루시는 대위법을 맴돈다. 그녀는 고객의 '인생 반쪽'을 찾아주는 비즈니스에는 능통하지만, 정작 자신의 사랑 혹은 '반쪽' 비즈니스에서는 서툴기 그지없다. 영화 초반에 루시의 삶에 두 남자가 등장하며 내면의 균형을 위태롭게 흔들고 대위법이 시작한다. 사실 거래와 비즈니스를 근간으로 한 모노포니의 세상이라면 균형이 흔들릴 일이 없어야 한다.</p> <p contents-hash="b2dd900e8f62895fb375cde53166a71ee688c10f1160331725fc17fe775c0e14" dmcf-pid="p3Z8p2j4pB" dmcf-ptype="general">한 명은 부와 명예, 외모까지 모든 것을 갖춘 그 업계 용어로 유니콘 '해리'(페드로 파스칼)다. 유니콘이란 별칭이 시사하듯 그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결혼 비즈니스에서 이상적인 계약 상대다.</p> <p contents-hash="d9c4d08bf8afba144a99c7dc5af84a50adf82c25bd61eea067cf5dfe282175f3" dmcf-pid="U056UVA8zq" dmcf-ptype="general">다른 한 명은 가진 것 없이 서로 뜨겁게 사랑했던 전 남자친구 '존'(크리스 에반스)이다. 주차비를 걱정해야 하는 '찌질한' 현실 속 인물로 바로 그 '찌질한' 이유로 헤어졌다.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호사스러운 데이트와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와 소박한 데이트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p> <p contents-hash="fb89a0283b06cf5ea6752d7f6c2da66ec0ebd411b7083cdfd94e192c73e36e10" dmcf-pid="u73Mq6DxFz" dmcf-ptype="general">비즈니스로서 결혼과 삶의 울림으로서 사랑 사이 루시의 갈등은 현실에서 봄 직한 모습이지만, 영화적 설정에서는 낯설다. 영화의 세계는 모노포니의 세상이어서 유니콘의 마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ef64d9628442ef8c3f7805ad00ff57039a4b9be47a7fcf1e45df73e5a1c79500" dmcf-pid="7z0RBPwMU7" dmcf-ptype="general"><strong>'그럼에도 불구하고'의 리얼리즘</strong></p> <p contents-hash="f00e2584a2eb709132d29dc50e76707d6d70fa16eeb88f064d4dcbe9b43e88b0" dmcf-pid="zqpebQrRUu" dmcf-ptype="general">문학이나 영화에서 리얼리즘은 종종 가혹한 현실을 그리지만, 그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머티리얼리스트>는 이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철학을 사랑과 결혼의 문제에 깊숙이 녹여낸다. 결혼이 비즈니스라면, 협상 테이블 위에 돈과 외모 신장 태도 등 돈으로 환산되는 것들이 올라야 한다.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이고 현실의 양상이다. 사랑이 상품화하고 결혼이 비즈니스가 된 이 세계에서 일상적으로 목격되는 합리적 선택은 부조리로 느껴지지도 않는다.</p> <p contents-hash="c6ce3f8f0e183a5b5a2d48f15dd3d9f11377599cd9161a0080bd5a32bfe8d3fa" dmcf-pid="qBUdKxme3U" dmcf-ptype="general">하지만 송 감독의 연출을 통해 루시는 부조리에 반항하는 선택을 감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 테이블 위에 올려 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현실적인 낭만이거나 지고지순한 마음이 아니라 실존적 결단이다. 세상이 정한 가치 기준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창조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많은 사람에게 주인공의 이러한 선택이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텐데, 그것은 우리가 이미 모든 삶의 영역에 걸쳐 자본주의적 게임의 규칙을 깊이 동화하였기 때문일 것이다.</p> <p contents-hash="61af7025a83de1874e8ab93adfe61ce893cfccee77822b6027f933873ae381a1" dmcf-pid="BbuJ9MsdFp" dmcf-ptype="general">송 감독은 "에둘러 말하거나, 도피적인 허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히며, 이 선택이 결코 쉽거나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래서 어떤 각성의 계기를 삽입하는데, '15cm'를 통해서다. 해리가 '순혈' 유티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차피 모든 것이 비즈니스이고 투자인 모노포니의 세상에서 투자로 완성된 유니콘을 허위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루시는 유니콘이 아니라 유니콘을 산정하는 체계 자체의 허상을 인식한다.</p> <div contents-hash="75fc8a67bbe2ee75ed14c2b95aa28dea7804ec6768d3b3e6e21de83529b6fa82" dmcf-pid="bK7i2ROJ70" dmcf-ptype="general"> 감독의 연출 의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선택하는 루시의 모습을 통해, 때로 체계 밖의 선택이 가능하며 그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가 동화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응시하게 하는 데 있다. 비합리적인 선택을 미화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감수하는 '찌질하고' 고단한 현실이야말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주장하려고 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f9d8c01e658e4d028fb9920caddb977920a9ad8973f9c0d8a44e3bb215211b5a" dmcf-pid="K9znVeIi33"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5712seod.jpg" data-org-width="1280" dmcf-mid="9gfjQoTNU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8/01/ohmynews/20250801133305712seo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머티리얼리스트 스틸사진</td> </tr> <tr> <td align="left">ⓒ 소니픽처스코리아</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91466c256c7055283aeb028bb936d96f5bed29424afb5c58aab59e19eb0b6224" dmcf-pid="92qLfdCnpF" dmcf-ptype="general"> <strong>대위법을 넘어, 사랑의 변증법으로</strong> </div> <p contents-hash="93b19ec4deec46df53936c59154aad9e4ff239bfea8242ecf68dd953c0a8b474" dmcf-pid="2VBo4JhLzt" dmcf-ptype="general"><머티리얼리스트>는 제목과 달리 관객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의 구조를 단순히 사랑(감정)과 결혼(조건)이 충돌하는 대위법만으로 보는 것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현실의 결혼이 사랑과 비즈니스라는 이분법 사이의 'OX' 문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이분법 너머에서 두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한데 섞은 '삶과 감성의 포트폴리오'에 가까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p> <p contents-hash="01652c5c604befe39521c01e3b48d1c170a8544307cdd3bf500b19e161fe87b7" dmcf-pid="VrcXsW9H01" dmcf-ptype="general">영화는 루시에게 완벽한 유니콘남을 통해 동화 같은 환상을 제시하는 동시에, 전 남친의 '찌질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만약 루시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선택한다면, 그 결말은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판타지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이라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히는, 어쩌면 더 고단한 삶의 시작일 수 있다. 송 감독은 바로 그 '찌질한' 현실을 끌어안는 결말을 통해, 매끈하게 포장된 동화가 아닌, 상처 입고 불완전할지라도 주체적으로 선택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해피엔딩일 수 있음을 역설한다.</p> <p contents-hash="ca960b0b117ee9cae8483ef7f9b0641797f3e20c1b92dafbb54746c821a0e823" dmcf-pid="fmkZOY2Xu5" dmcf-ptype="general">그러므로 주인공 루시의 사랑 여정은 변증법적이다. 과거의 순수한 사랑(正)은 자본주의적 거래로서 만남(反)을 통해 부정되고, 마침내 두 경험을 통해 성장한 루시가, 동일하지만 변화한 상대를 마주하며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단계(合)로 나아간다.</p> <p contents-hash="fcf888eb0b675cf901f2f216ed6e64a7eb9f1530da21547a8fd15d991c9c5da5" dmcf-pid="4sE5IGVZpZ" dmcf-ptype="general">선택과 책임의 주체가 이동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순수한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해 결혼정보회사라는 시스템에 책임을 위탁했다가, 시스템의 불완전함과 기만을 깨달은 후 다시 성숙한 개인의 선택으로 돌아온다. 이 최종 선택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고 회고하는 시인의 언어와는 다르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흡족한 포용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끌어안는 모종의 내기이다.</p> <p contents-hash="909397e6e30088a0f3514e0bb12f4f5a952044de46a69fe927b3c3aa10a7e496" dmcf-pid="8OD1CHf57X" dmcf-ptype="general">동기가 사랑이든 비즈니스든, 혹은 그 둘의 복합이든, 결혼이라는 행위 자체가 어떻게든 삶을 더불어 살아내겠다는 단호한 결기이자 인간 종의 가장 큰 불가사의임을 영화는 암시한다. 따라서 루시의 마지막 선택은 처음의 순수한 상태로 회귀가 아니라, 현실의 냉혹함을 인지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지로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변증법적 종합이다. 평생 후횟거리를 만드는 멍청한 변증법의 농간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말이다.</p> <p contents-hash="7f26e5ad5ff4007e82460235aa911e45d4e79debf4a115a1ff6802f20c5f7919" dmcf-pid="6IwthX41pH" dmcf-ptype="general">안치용 영화평론가</p> <p contents-hash="b46206d46fc41c540ca66f5735def5181a1c741f45cec1c3d19720d00d5e1119" dmcf-pid="PCrFlZ8tpG"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이 기사는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실립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이정재X임지연 첫 호흡에 "기대 이상"... '얄미운 사랑' 대본리딩 현장 공개 08-01 다음 저스틴 팀버레이크, 라임병 진단 고백…“무대서 엄청난 신경통” 08-01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