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가 미래다]③ ‘꿈의 항로’ 북극항로도 극지 연구 없이 불가능

작성일 07-3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극지 연구는 산업 혁신 위한 국가 미래 전략 북극항로, ‘경부고속도로’ 신화 재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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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국내 첫 쇄빙 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해 빙하를 가르며 운항하는 모습. 북극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내빙 기능을 갖춘 특수 선박이 필요하다./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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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과학자들만 탐험하던 북극해가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바다를 떠다니는 얼음인 해빙(海氷)이 줄어들면서 북극항로가 열리자, 물류 혁신의 중심축이자 한국을 세계 물류의 심장부로 끌어올릴 수 있는 ‘꿈의 항로’로 주목받고 있다.
 북극항로는 우리나라 부산에서 네달란드 로테르담까지 갈 때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기존 항로보다 운송 거리를 30%까지 줄일 수 있다. 운송 기간은 10일 이상 단축된다. 그만큼 연료비 절감과 탄소 배출 감소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더구나 정치적 갈등이 잦은 중동, 남중국해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 부산항이 북극항로의 핵심 기점으로 자리 잡으면, 물류를 넘어 금융, 조선, 항만 산업 전반에 걸쳐 폭넓은 파급 효과가 뒤따를 수 있다.
 ◇북극항로 활용하려면 극지 연구가 필수
 북극항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선행돼야 하는 과제가 있다. 바로 ‘극지 연구’다. 바다 위를 뒤덮는 해빙부터 섭씨 영하 40도를 오가는 혹한의 기온,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날씨, 예측 불가능한 해류와 지형까지 북극항로는 지금껏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난관을 안고 있다. 이 모든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치밀한 연구로 대규모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북극항로 개척은 극지에 대한 과학적 이해 없이는 실현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며 “단순히 수송로를 새로 확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후와 해양 환경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한 국가 전략 사업”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유일한 쇄빙 연구선인 아라온호로 북극 해역을 탐사하고 각종 관측 데이터를 추적하고 있다. 쇄빙선은 빙판 위에 올라가 선체의 무게로 빙판을 깨뜨리며 이동하는 선박을 말한다. 아라온호는 지난 3일 북극 베링해와 동시베리아해 등에서 91일간 진행되는 실증 항해를 시작했다. 북극항로 운영을 위해 항해를 하면서 해저 지형과 기후 관측을 한다.
 오는 2029년에는 차세대 쇄빙연구선도 투입될 예정이다. 쇄빙선은 무거울수록 더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항해할 수 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총톤수(GT)가 1만6560t으로 아라온호(7507t)의 두 배가 넘는다.
 남 교수는 “북극해 해빙이 녹는 속도를 고려할 때, 향후 10~20년 내 북극항로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사전에 준비된 국가만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경제적 고부가가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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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수에즈운하를 이용한 기존 항로와 해수부에서 검토 중인 북극 항로의 거리 비교./조선일보 DB"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31/chosunbiz/20250731152949619bkrk.jpg" data-org-width="540" dmcf-mid="5PG1iPwMk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31/chosunbiz/20250731152949619bkr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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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에즈운하를 이용한 기존 항로와 해수부에서 검토 중인 북극 항로의 거리 비교./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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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업도 경쟁력, 쇄빙 LNG선 건조 1위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장기 수송 계약을 맺고 이미 북극항로로 러시아 자원을 운송했다. 일본도 북극항로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한 이력이 있다. 한국도 여유가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김현수 인하공업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지금이 북극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는 결정적 기회”라며 “한국에서 경부고속도로가 뚫려서 서울, 부산뿐 아니라 주변 도시들도 발전했듯, 북극항로는 단순한 물류 통로뿐 아니라 한국을 새로운 글로벌 물류의 중심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국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이 동아시아의 싱가포르와 같은 중심지가 된다면 금융 활성화, 선박 수리, 방한 기술 국산화 등 다양한 산업적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위의 선박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북극항로에 최적화된 선박들을 다수 건조했다. 한화오션은 쇄빙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을 21척, 삼성중공업은 15척을 건조했다. 세계 최다 실적이다. 이는 향후 북극항로 운항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다.
 다만 북극 항로에 투입될 선박용 장비의 극한 환경 시험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북극은 영하 40도에 이르는 혹한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선박 장비가 얼지 않고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시험이 필수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대형 시험 시설이 부족해, 일부 시험은 외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기자재 국산화를 위해선 실제 북극 환경에서 시험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실증 선박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대형 콜드룸(극저온 실험실) 같은 설비를 확충하고, 국책 사업으로 시험선을 운영한다면 기술 자립과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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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와 한화오션이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31/chosunbiz/20250731152950856qtci.jpg" data-org-width="643" dmcf-mid="7IMiHlzTo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31/chosunbiz/20250731152950856qtci.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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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수산부는 극지연구소와 한화오션이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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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와도 직결
 극지 연구는 북극항로 개척뿐 아니라,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북극의 빙하와 해빙 감소, 해류 변화 현상은 전 지구적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을 불렀다. 북극은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극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인 것이다.
 남성현 교수는 “극지의 빙하는 수십만년 동안 지구 환경 변화를 기록한 거대한 타임캡슐”이라며 “그 기록을 읽어내면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극은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천연가스, 석유, 희토류, 생물자원 등 고부가가치 자원이 북극 주변에 집중되어 있고, 이를 둘러싼 국제 경쟁도 이미 시작됐다.
 김현수 교수는 “극지 연구는 단순한 과학 활동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선제 대응과 에너지 안보, 조선과 해운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라며 “한국이 극지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금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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