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족쇄 PBS 폐지 수순?…"폐지 이후도 만만찮다"

작성일 07-3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연구자 처우 개선·기관 고유 R&amp;D전략 수립 등 해결과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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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를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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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국정위)가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연구기관의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30일 PBS 폐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큰 틀에서 새 정부의 연구개발(R&amp;D) 시스템 개편 의지와 맞물리며 30년간 지속된 PBS 제도가 폐지를 두고 중대한 전환 국면을 맞고 있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과기계는 PBS 폐지를 환영한다. 수탁과제를 통해 연구자들의 인건비를 충당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PBS는 그간 출연연의 창의적 연구에 걸림돌로 지목돼 왔기 때문이다.
 장기간 지속돼온 제도가 사라지는 만큼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PBS를 폐지한다 해도 PBS를 대체할 정도의 연구개발 효율성을 높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월 정부 출연연의 '공공기관 해제'와 맞물려 출연연의 자율성이 높아지는 만큼 출연연이 스스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정위가 29일 PBS 제도 단계적 폐지를 언급하자 30일 과기정통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PBS 제도 개편 방향이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라면서도 "연구현장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의 재정구조를 임무중심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PBS는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이 기관고유사업 등을 포함한 정부로부터 받는 출연금 외에 국가 연구개발(R&amp;D) 프로젝트를 수주해 연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제도다. 1980년대 정부 부처별로 경쟁적으로 출연연을 설립하다 보니 출연연이 서로 유사하거나 중복된 연구를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 투자의 비효율성, 기관의 방만한 운영, 연구성과 저하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자 1996년 PBS 제도가 생겨났다. 
 PBS는 연구사업 기획이나 예산 배분, 수주 및 관리 등 연구 관리체계 전반에 대해 프로젝트 단위를 중심으로 경쟁 체제로 운영하는 게 골자다. 연구 책임자는 직접 연구과제를 섭외하거나 연구과제 수주 경쟁에 참여해 과제를 확보한다. 
 과기계는 그동안 PBS로 연구자들이 톱다운(하향식) 연구 과제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창의적 연구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연구자들이 연구비 수주 경쟁에 매달리게 만들어 오히려 연구의 질적 저하를 가져왔다. 연구자가 출연연 본연의 큰 임무를 잊고 단기성과 위주의 연구수행에 집중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과학계가 PBS 폐지를 반긴 것은 이 때문이다. 공공과학기술연구노동조합(과기연구노조)는 29일 “PBS 제도 폐지와 연구자 보상 체제 개편 등이 출연연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초·원천기술 연구 기관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사적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제는 30년간 유지된 PBS를 폐지한다면 그만큼 R&amp;D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PBS에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PBS 개선이 시도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PBS 폐지와 맞물려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연구자의 처우 문제가 대표적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기관마다 차이가 있지만 PBS를 통해 과제를 수주해 부족한 인건비를 보완할 수 있다. 연구과제를 다수 수주해 인건비 명목의 수당을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PBS 폐지로 수당이 사라지면 일부 연구자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과제 수주에 적극 임해온 연구자는 PBS 폐지로 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PBS 폐지 이후 우수한 신진 연구자를 출연연으로 유인하는 동시에 우수 연구자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요건인 연구자 처우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국정위는 내년부터 과학기술계 출연연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정부수탁과제 종료 재원(매년 약 5000억원 수준)을 기관 출연금으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연금은 정부가 출연연에 주는 기본 운영비다. 출연금으로 배정되는 정부수탁과제 종료 재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떤 방식이든 출연연의 연구 역량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출연연이 임무 중심으로 R&amp;D 전략을 수립하는 경우에도 연구자의 자율성이 침해되거나 창의적인 연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와 출연연의 자율성이 커진 만큼 책임감을 갖게 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까지 PBS는 정부 부처가 출연연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PBS가 폐지되면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임무 중심의 기관 고유의 R&amp;D 전략을 제대로 수립해야 하는 동시에 출연금을 늘리기 위한 연구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한 대학교수는 "출연연이 제대로 연구성과를 내는지, 국가적·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를 잘 설정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PBS 폐지와 함께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BS 폐지에도 과제 운영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여전히 연구과제 수주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대학교수는 "PBS 체제에서는 정부가 연구과제를 쪼개 연구비를 지급했기 때문에 연구자가 '보따리 장수'처럼 여러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시간을 쏟았다"며 "과제를 대형화(block funding)하고 개인 연구자 중심이 아닌 그룹 연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제 운영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위가 PBS를 폐지하겠다고 밝힌 출연연은 23개다. 지난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기관에서 우주항공청 산하로 들어간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빠진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항우연, 천문연도 과기정통부 직할 출연연인 만큼 국정위가 주도하는 PBS 개편이나 예산 조정방식을 따르도록 별도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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