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던 집이었는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폐허 지키는 노인의 사연 [지구, 뭐래?]

작성일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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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의 집이 부서져 있다.[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6858adbx.jpg" data-org-width="1280" dmcf-mid="pSci3yKGY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6858adbx.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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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의 집이 부서져 있다.[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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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모든 게 물에 잠겼다”
 #. 2019년이 시작이었다. 평화롭던 어촌 마을이 폐허가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눈에 띌 정도로 바닷물이 차올랐다. 집 높이를 넘어서는 파도가 마을을 덮치기 시작했다. 바닷물은 집 내부까지 들이닥쳤다. 평생을 가꿔온 논밭이 물에 잠기는 것 또한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이었다. 나를 키워준 평화롭던 마을의 풍경이 최근 5년 새 완전히 뒤바뀌었다. 꽤 자주, 그것도 예측할 수 없이 덮쳐오는 파도와 바닷물은 마을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이제 누군가를 키워낼 생명력은 사라졌다. 모두를 배척하듯 사나운 기세만 남았을 뿐이다.
 썰물 시간, 물이 빠질 때면 재빨리 집 안의 바닷물을 퍼내고 물구멍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잠시뿐. 곧 다시 파도가 들이친다. 쉴 틈을 주지 않는 바다의 위협에 마을 사람들 대다수가 집을 버리고 떠났다. 인적도 없이 뼈대만 남은 집 안에는 바닷물이 찰랑댔다. 그 안에는 사정을 모르는 물고기들만 무심하고 헤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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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158vtno.jpg" data-org-width="1280" dmcf-mid="U5kn0W9H1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158vtno.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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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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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먹고사는 일이 문제였다. 바닷물이 스며든 땅에서는 그 어떤 것도 자라지 않았다. 나무를 다듬고 엉성한 낚싯대를 만들어 바다를 찾았다. 하지만 서툰 솜씨에, 손에 쥘 수 있는 물고기는 많지 않았다. 특히 대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역부족. 7남매 자녀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부모님. 대대로 조상들을 모시던 땅에 부모님이 묻혀 있었다. 때 되면 찾아가 인사를 드리고, 가족들의 행복을 빌었다. 마음의 평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위치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물속 어딘가에 부모님의 유해가 잠겨있다고 생각할 때면, 쓰라린 죄책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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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가 아내의 무덤 앞에 앉아 있다.[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411iegl.jpg" data-org-width="1280" dmcf-mid="u0BFcdCnZ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411iegl.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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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가 아내의 무덤 앞에 앉아 있다.[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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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소원은 다른 게 없다. 몇 해 전 세상을 등진 아내. 아내의 묘지만큼은 바닷속에 잠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심한 하늘은 그 소원을 이뤄줄 것만 같지 않다. 매년 무서운 속도로 차오르는 바닷물은 이내 마을 전체를 덮어버릴 기세다.
 그래도 마을을 떠날 수는 없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이 안에 있기 때문.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온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미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할 그 어떤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고민의 끝에서도 아무런 답을 찾을 수 없다. 그저 신이 나에게 주신 시련이라고, 묵묵히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의 사연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해 2019년부터 본격화된 해수면 상승의 피해자다. 루시판 씨는 현재 황폐해진 마을을 떠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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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바람은 하나 뿐…이 땅에서 죽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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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775rlvh.png" data-org-width="910" dmcf-mid="7ImNzZ8tG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7775rlvh.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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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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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판 씨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파도나 해일이 밀려오거나 침수가 심각해질 때는 지대가 높은 곳으로 도망갔다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갑자기 밀물이 들어오는 일은 현재도 빈번히 발생하고, 그때마다 집이 더 파괴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루시판 씨가 평생을 거주한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Jawa Tengah) 데막군(Demak)의 마을은 풍족하지는 않았지만, 생을 영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루시판 씨 또한 대대로 물려받은 땅에서 벼, 채소 등을 키우며 7명의 자녀를 키워냈다. 농사철이 아닐 때는 근처 파파야 농장에서 소일거리를 하곤 했다.
 하지만 2019년 해수면 상승이 본격화되며, 모든 밥벌이가 끊겼다. 루시판 씨는 “이전에는 품앗이로 서로 농사일을 도울 정도로 풍족한 농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며 “젊은 사람들은 대도시로 나갈 수 있지만, 나 같은 노인은 원시적인 방법으로 물고기를 잡는 것 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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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043emgk.png" data-org-width="1006" dmcf-mid="zj3Yn8EQt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043emgk.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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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에 거주하는 65세 어부 무하마드 루시판 씨.[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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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문제는 쉬지 않고 들이치는 파도. 루시판 씨는 “파도가 높을 때는 3~4미터를 넘어온다”며 “나무를 받치고 집을 높여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떠날 곳도, 돈도 없는 사람들만이 겨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집을 수리하는 과정도 끝이 없다. 침수가 끊임없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루시판 씨는 “집 수리 비용으로 정부로부터 2000만루피아(한화 약 170만원)가량 지원받았지만, 계속 침수되면서 이마저 다 소진해 버틸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할 때는 인명피해도 발생한다. 그러나 차오르는 바닷물, 그리고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없다. 정부 또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이에 쌀, 소금, 식용유 등 생필품 지원 시작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그마저 끊어진 상태다. 같은 피해를 겪고 있는 국민도 적지 않은 상황, 정부의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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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그린피스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259rwnt.png" data-org-width="861" dmcf-mid="q5aR5lzTG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259rwnt.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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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네시아 자와 틍아주 데막군 한 해안가 마을이 물에 잠겨 있다.[그린피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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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루시판 씨가 거주하는 데막군은 저지대에 자리 잡고 있어, 해수면 상승의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 해안은 지난 수십 년간 1.5~2㎞가 바다에 잠겼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집과 일터를 잃었다는 얘기. 심지어 마을 전체가 통째로 사라지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주원인은 기후변화. 기온 상승으로 전 지구적 온도가 올라가면, 바닷물이 따뜻해지고 부피가 팽창한다. 남극과 북극의 대규모 빙하가 녹아 바다로 유입된다. 심지어 동남아시아는 해수면 상승 속도가 유독 빠른 상황. 인도네시아 과학연구원은 205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5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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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000여명 시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 예고편.[그린피스 유튜브 갈무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530blhm.png" data-org-width="1138" dmcf-mid="BKtyJfc6X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530blhm.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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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000여명 시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 예고편.[그린피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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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판 씨는 소위 말하는 기후재난의 ‘부당한 피해자’. 그는 평생을 이곳에서 거주하며,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은 게 전부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탄소배출량 증가에 큰 몫을 더하지 않았다는 얘기. 주변 마을 사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은 세상의 변화로 인한 기후변화 피해를 몸소 떠안고 있다.
 물론 루시판 씨는 이같은 상황을 알지 못한다. 인간이 초래한 결과라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그저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 루시판 씨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신이 나한테 주는 시련이기 때문에 겪어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바람도 다른 게 아니다. 그저 살아온 땅에서 일생을 마무리하는 것. 그리고 세상을 등진 아내와 함께 마을에 묻히는 것이다. 루시판 씨는 “대대로 살았던 조상들의 묘는 이미 침수돼, 죄스러운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다”며 “조상님들이 계신 곳에 뼈를 묻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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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000여명 시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 예고편.[그린피스 유튜브 갈무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778zcck.png" data-org-width="976" dmcf-mid="bxoxXCuS5I"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9/ned/20250729184158778zcck.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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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000여명 시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 예고편.[그린피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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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루시판 씨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3000여명 시민의 후원을 받아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에 출연자로 참여해, 자신의 사연을 알렸다. 영화에는 스페인 해양소음 연구자, 호주 수중 사진작가, 한국 제주 해녀 등이 출연해 직접 보고 느낀 ‘변화하는 바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lt;씨그널: 바다의 마지막 신호&gt;는 지난 16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됐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공해는 전 세계 바다의 3분의 2를 차지하지만 거버넌스가 부재한 탓에 해양파괴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다”며 “이번 다큐가 더 많은 시민에게 닿아 바다가 침묵하지 않도록 이를 지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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