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펩트론 '루프원' 품목허가…스마트데포 기술력 입증엔 아직 물음표

작성일 07-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루프원, 스마트데포 첫 상업화 사례 동등성 ‘최초’ 강조한 펩트론 변경된 제도에 따른 해석 차이 릴리와 MTA 체결 후 14개월 기술이전 성사 여부 신뢰 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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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펩트론이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를 적용한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원’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번 허가로 펩트론은 스마트데포 기술의 첫 상업화 성과를 내며 기술력 검증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루프원이 스마트데포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고 보기엔 다소 이르다는 신중한 분석도 나온다.
 25일 식약처에 따르면 펩트론은 지난 15일 일본 다케다제약의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린(성분명 류프로렐린)의 제네릭 제품인 루프원을 승인했다. 스마트데포는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서방형 미립구(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전달 플랫폼이다. 펩트론은 이 기술을 통해 하루 한번 투약하는 주사제를 1개월~6개월까지 투약주기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루프원은 스마트데포의 상용화 첫 사례다. 신한투자증권은 “펩트론의 기술력이 임상이 아닌 상업화를 통해 최종 검증됐다”고 평가했다. 펩트론은 “루프원의 품목허가는 스마트데포 기술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상업적 대량생산 체제로 성공적으로 전환됐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다수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해외 판권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루프원이 스마트데포의 상업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맞지만, 장기지속형 전달 플랫폼으로서의 기술 경쟁력을 검증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고 분석한다. 
 루프원의 오리지널 약물인 루프린은 이미 1개월, 3개월, 6개월 제형까지 있다. 루프린은 1985년 1일 1회 투약하는 제형으로 처음 출시됐으며, 1989년 1개월 지속형 제형이 상업화됐다. 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펩트론의 루프원이 오리지널의 최대 투약 주기인 6개월을 넘어서는 지속성을 구현하거나 기술적으로 이를 능가하는 제형을 입증한 것이 아닌 만큼, 플랫폼의 장기지속형 가능성을 증명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펩트론이 내세우는 마이크로스피어 기반 스마트데포의 기술적 차별성 역시 업계에선 해석이 엇갈린다. 마이크로스피어는 이미 루프린 제네릭 개발사 대부분이 채택한 방식이다.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은 2000년대 중반부터 1개월 제형 제네릭을 국내에 출시했으며, 마이크로스피어 기술을 적용했다. 동국제약은 3개월 루프린 제네릭까지 개발했으며, 허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아베나시(Avenacy), 시플라(Cipla), 암닐(Amneal), 마이티엘(Meitheal), 브이지안(VGYAAN), 톨마(Tolmar) 등 주요 제약사 10여곳이 1~6개월 제형의 루프린 제네릭 제품이 이미 출시된 상황이다. 
 업계 제형 기술 연구원은 “루프린 제네릭 1개월 제형은 마이크로스피어 기반의 기본 틀 위에 각 회사가 보유한 방출 조절 기술이나 안정화 공정 등을 일부 조합해 구현하는 방식”이라며 “기술 난이도 자체가 높다기보다는, 이미 정형화된 플랫폼 위에서 물성 조절이나 제형 공정 최적화로 충분히 개발 가능한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펩트론은 이번 루프원이 세계 최초로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한 루프린 제네릭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제도 변화에 따른 요건 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식약처는 과거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이 루프린 제네릭 허가를 받을 당시에는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 요건을 적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허가 기준 변경으로 최근 품목부터는 생물학적 동등성 입증이 필수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동국제약은 이미 20년 가까이 루프린 제네릭을 시판해온 만큼, 방대한 수준의 임상 데이터와 시판 경험을 갖고 있다”며 “향후 식약처가 약물 재평가 과정에서 생물학적 동등성 자료 제출 기한을 부여하면, 이들 회사도 절차에 따라 자료를 제출해 동일한 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기준으로는 펩트론이 최초라는 표현이 가능하지만, 제도 변경 시점에 따른 차이를 기술력 자체의 우위로 해석하는 건 다소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펩트론은 에코프로를 제치고 코스닥 시총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체결한 물질이전계약(MTA)에 따른 본계약 최종 결정 시점이 약 4개월 남아 있다는 점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펩트론은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 비만·당뇨병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MTA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MTA는 통상적으로 공시 대상은 아니다. 다만 해당 계약을 통해 유입된 수억원 규모의 기술료가 연 매출(약 30억원) 대비 10% 이상이 되면서 공시로 이어졌다. 펩트론은 이 후보물질에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적용해 1개월 이상 지속형 제형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MTA 이후 연내 기술수출 계약 체결 여부가 펩트론의 신뢰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펩트론은 2020년에도 한 글로벌 제약사와 MTA를 체결하고, 해당 회사의 1일 1회 주사제를 스마트데포를 활용해 1개월·3개월 지속형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에도 MTA 체결 소식에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지만, 결국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급락세로 전환됐다. 펩트론은 당시 “해당 파트너가 경구제형 전략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바이오 애널리스트는 “펩트론이 루프원으로 스마트데포의 상업화 포문을 연 것은 맞지만, 공시에 밝힌 기한인 올해 12월까지 기술이전 계약이 실제 체결돼야 시장에서 플랫폼의 실질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본계약 체결 발표 기한이 다가오면 주가가 다시 한번 요동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lt;한경바이오인사이트&gt;에 2025년 7월 25일 13시26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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