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플법에 ‘무역장벽’ 딱지…한미 협상 변수 부상

작성일 07-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美 전방위 규제에 온플법 입법 동력 약화 조짐 전문가 "'공정 경쟁' 타이틀에 치우치기 보다는 실효성 있는 절충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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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인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로고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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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이 '디지털 무역장벽'을 빌미로 빅테크 독과점과 소상공인에 대한 '갑질'을 막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온플법 입법 동력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국익과 소상공인 보호, 국제 통상 마찰이라는 우려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가운데 정부는 법안을 이원화하거나 시행 시기를 조율하는 등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절충안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규제 대상과 범위, 효과를 치밀하게 재설계해 플랫폼·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정책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온플법 입법은 미국 재계·입법부·행정부의 전방위 압박 속에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여당인 민주당은 입법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한 '온라인 플랫폼 경쟁 촉진에 관한 법률'(플랫폼 경쟁촉진법)이 독과점 해소, 혁신 장려, 자율규제 등에 초점을 뒀다면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소상공인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 개선과 상생 질서를 강조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으로 규제의 강도가 세졌다.
 현재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폐해방지법과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으로 분리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의 반발이 큰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규제를 골자로 한 '독점규제법'은 후순위로 하고, 입점업체의 수수료 부담과 불공정 계약을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공정화법을 먼저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화법 논의는 입점업체가 내는 수수료에 상한선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모든 플랫폼에 일괄 적용할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 등 해외 사업자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어, 정부는 적용 대상을 국내 배달앱 등으로 한정하고 수수료 상한제는 별도 법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시절부터 미국상공회의소와 구글·아마존 등이 소속된 미국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한국의 온플법 추진에 줄곧 공개적으로 반대해왔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 의회와 행정부까지 압박에 가세하면서 온플법 입법 동력은 흔들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 하원은 이달 1일 하원의원 43명 명의의 공동서한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무역 협상에서 온플법을 의제로 다루라고 공식 촉구했다. 이 서한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안하고 이재명 정부가 받아들인 온플법이 미국 디지털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4일에는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가 한국 공정위에 온플법이 미국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상세 설명을 공식 요청했다. 해당 서한에는 온플법 논란이 최근 한미 통상 협상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며, 오는 8월 7일 오전 10시(현지 시간)까지 미국 기업에 대한 영향 등을 포함한 답변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온플법이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을 부당하게 겨냥하고 있다며, 자국 기업이 '디지털 무역장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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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미국 뉴욕의 애플스토어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AFP/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ailian/20250728154743999hjas.png" data-org-width="640" dmcf-mid="bshSLIUl5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8/dailian/20250728154743999hjas.pn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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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뉴욕의 애플스토어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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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맞물리면서 온플법 입법은 한층 불확실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25% 상호관세율 협상 과정에서 온플법을 주요 의제로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온플법이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은 국회도 인지하고 있다”며 현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행보는 동맹국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국내 일각에선 내정간섭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온라인플랫폼법제정촉구공동행동’은 전날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관세 압박과 입법 개입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며 “정부는 외압에 흔들리지 말고 온플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온플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관세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온플법 입법에 지속적으로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화법을 살펴보면 기업 지정 기준이 과도하게 포괄적이어서 사실상 대부분의 국내외 플랫폼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된다. 일부 의원이 주장하는 수수료 상한제를 이 법안에 담을 경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같은 국내 배달 플랫폼뿐만 아니라 앱 마켓을 운영하는 구글, 애플도 범위에 포함되는 데 이를 미국 측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법안이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수수료 부과 기준·절차, 판매대금 정산 방식·정산대금 지급 시기 등을 명확히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이봉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점 수수료를 직접 규제하는 나라는 없다. 정산 주기를 규제하는 사례도 없다. 그러니 미국에 논리적으로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무역협상이 타결된 이후라 하더라도 공정화법이 제정되면 돌발 변수가 언제든 나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법령을 손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특별법(온플법)을 통해 주기나 수수료까지 강하게 규제하는 건 산업 전반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입점업체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낮추면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며 온플법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 강한 의구심을 표했다.
 또한 주휴수당 적용 범위를 확대해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면서, 온플법으로 그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정책 방향은 일관성 측면에서 맞지 않다는 지적도 했다.
 정부가 AI 산업 육성에는 속도를 내면서도, 정작 데이터 축적 기반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것은 정책 방향이 상충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는 한쪽에선 AI 산업을 키우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한다. AI는 결국 플랫폼에 축적된 데이터에서 출발하는데, 온플법으로 플랫폼을 규제하면서 동시에 AI를 성장시키겠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며 "일본처럼 규제는 유연하게 하면서도 실속을 챙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공정 경쟁에만 치우치기보다, 양질의 일자리를 대규모로 창출하는 방향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수료 상한을 낮춘다고 해서 소상공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인하 수준에 맞춰 파는 업체가 분명히 나와 출혈 경쟁만 부추길 뿐"이라며 "정부가 일자리 창출이라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접근해야지, 플랫폼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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