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본법, 이대로 시행하면 산업계에 폭탄”… 정밀 개정이 답이다

작성일 07-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만났습니다]①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고영향·고위험 개념 혼란, 제34조 규제 내용 포괄 위임 스타트업 부담 등 핵심 조항 손질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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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세계 최초로 오는 2026년 1월 22일 시행 예정인 대한민국의 ‘인공지능 기본법’(정식 명칭: 인공지능의 발전과 신뢰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 시행도 전에 산업계의 깊은 우려를 사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를 반영하지 못한 조문 구조, 고영향과 고위험 인공지능 개념의 혼선, 하위법령에 대한 과도한 위임 등이 규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경진(50)가천대 교수(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높은 규제보다 더 나쁜 것이 불명확한 규제”라며, 법 시행 전 반드시 손봐야 할 조항으로 △제2조 제4호 고영향 인공지능 정의(‘or’ → ‘and’로 바꿔 규제 대상을 축소해야)△제2조 제7호 인공지능 사업자 구분(책임 주체가 불명확)△제34조 고영향 인공지능 관련 책무(신뢰성 안전성 확보 의무를 하위법령에 포괄 위임)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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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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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향이면 모두 규제? ‘or’ 하나가 낳은 규제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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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1월 AI기본법 시행이 시작되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입니까?
 “과징금 규정이 없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법의 근간이 구시대적인 AI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은 거대언어모델(LLM)이 멀티모달을 넘어 AI 에이전트, 심지어 물리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로 발전하고 있지만, 입법 논의 과장에서 이런 변화가 전혀 고려되지 않았습니다.”
 -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것이 왜 문제가 되는 걸까요?
 “결국 법이 책임 주체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한다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법은 인공지능 개발사업자와 이용사업자를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생기면 모두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오픈AI의 GPT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했을 뿐인데, 문제가 발생하면 제가 책임을 져야 하죠. 소스코드 수정 권한도 없는데 말입니다. 이런 책임 구조의 불균형은 유럽 AI법에서도 동일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슈입니다. 1차 책임과 2차 책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규제 조항 자체를 삭제하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 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고영향’과 ‘고위험’의 개념 혼동입니다. 현재 AI기본법에서는 고영향 인공지능을 단순히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너무 포괄적입니다. 글로벌 논의를 보면 ‘고영향’이면서 동시에 ‘고위험’인 경우를 중점적인 규제 대상으로 고려합니다. 즉 ‘and’ 조건이죠. 그런데 우리는 ‘or’ 조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영향이나 위험의 수준과 범위가 넓게 규정되어 있어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습니다.”
 - 마치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인데, 칼 자체를 규제하는 셈이군요.
 “정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험 인공지능’에 한해서만 규제가 작동해야 합니다. 기본법은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핵심 몇몇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이 법 하나로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법은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정확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위험 인공지능’에 한해서만 규제가 작동해야 합니다. 기본법은 기본적인 방향만 제시하고, 핵심 몇몇 조항만 개정하면 충분히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습니다. 모든 걸 이 법 하나로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법은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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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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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4조, 하위법령에 위임된 폭탄”… 중소기업엔 3000만원도 치명적
 
 - 기술과 규제의 괴리 외에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제34조를 보셔야 합니다. 고영향 인공지능 관련 사업자의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 조치’ 의무를 규정한 조항입니다. 문제는 이 조항이 구체적 기준 없이 하위 법령으로 포괄 위임돼 있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발생하면 시행령이나 고시를 통해 강력한 규제를 가할 수 있는 구조가 돼 버립니다. AI 개발자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죠.”
 
 - 과징금이 없고 과태료가 3000만원 수준인데, 괜찮은 거 아닌가요?
 
 “대기업에겐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규제 시행 3년 유예가 주장되기도 하지만, 저는 처벌 조항만 유예하거나 계도 기간을 설정하여 처벌하지 말고 그 기간 동안 민관이 협력해 실질적인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만드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 규제 범위도 불분명한데, 왜 규제 전부를 유예하지 않는 건가요?
 
 “전면 유예를 하면 정부가 기준을 만들 이유가 없어집니다. 처벌만 유예하고,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같은 민간 검인증 기관이 기업들과 함께 기준을 만들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TTA 검인증을 받은 기업에게는 문제가 생겨도 중대한 불법이 아닌 이상 조사나 책임을 면제해주는 등 적극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합니다. 민간도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정부도 본격적인 규제 집행 전 실질적인 학습을 할 수 있게 됩니다.”
 
 - 중소기업은 대응 여력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중소기업에는 예외를 줘야 합니다. AI 혁신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 전면 유예 또는 면책 조항을 별도로 마련하거나, 아니면 아예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AI기본법 안에 명시해야 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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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경진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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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유예는 혼란만 키운다… 조문 몇 개 손질이 정답”
 
 ― 아직 AI 위험성 검증 관련 국제 표준이 없는 점도 지적됩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의 리스크 프레임워크(RMF)는 많이 참고되지만, 국제표준은 아닙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자율 규제 프레임워크를 먼저 잘 만들면 글로벌 AI 수출국으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뿐 아니라 제도력도 경쟁력입니다.”
 
 ― AI가 산업 현장에 적용되면 실제 사고 위험도 클 수 있겠네요.
 
 “공장 같은 B2B 영역이나 B2C 제품에 AI가 들어가면 실제 물리적 사고가 날 수 있죠. 그런데 그 AI가 오픈AI나 구글 모델 기반이면, 기술은 외국 것인데 책임은 국내 기업이 져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만의 규제 경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AI기본법 전체를 유예하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그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법의 틀이 무너지면 시장도 정부도 방향을 잃게 되죠. 지금 필요한 건 전체 유예가 아니라 핵심 조항 2~3개를 정밀하게 손질하는 겁니다. 시행 전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공개하여 예측가능성을 확보해주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개정 전까지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전면 유예는 극약처방입니다. 법 시행 전 핵심 조항 몇 개만 고치고, 국회 TF나 연구모임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병행해야 합니다. 하위법령과 가이드를 통해 합리적 예측가능성을 확보하는 정부의 노력은 바람직하고 시기적으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손보지 않으면 시행 후 산업계는 훨씬 더 큰 불확실성과 싸워야 할지 모릅니다. AI기본법, 당장 개정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전체 유예가 아닌 정밀 개정이 정답입니다.”
 
 최경진 교수는
 
 △1965년생, 경북 상주, 청주고, 성균관대 법학 학사, 동 대학원 석사, 동 대학원 박사(Ph.D), 미국 Duke Univ. 법학 석사(L.L.M), 미국 뉴욕주 변호사,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 가천대 인공지능·빅데이터 정책연구센터장,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제4대, 제5대 연임),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정부대표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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