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좋지만, 정착은”…이스라엘 인재 영입하고 전월세 설명 안 해

작성일 07-23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우리 연구실 찰스]⑤ 박영균 KAIST 교수·엘라 리 마이젤 연구원 “韓 바이오 연구 수준 높아…외국인 학생 정착 지원은 부족 국가 과제 영어로 진행하고, 외국인 인재에 정착금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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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1985년생으로 KAIST에서도 젊은 피에 속한다. 그는 KAIST를 졸업하고 스위스 바젤의 프리드리히 미셔 연구소(Friedrich-Miescher Institute)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을 거쳐 2020년 9월에 KAIST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 10일 대전 KAIST 캠퍼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세계 어디에서도 하지 않은 연구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KAIST에 부임했다고 밝혔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박 교수가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해외에서 함께 일할 학생 연구원을 찾은 것이다.
 박 교수는 뇌의 신경신호 전달 네트워크를 개별 세포 수준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울증이나 치매 같은 뇌질환을 극복할 새로운 치료법을 찾는 것이 목표다. 박 교수는 “좋은 연구를 하려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는 것부터 시작”이라며 “리크루팅 (구인) 범위를 한국으로 한정하지 않고 전 세계로 확대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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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박영균(왼쪽)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엘라 리 마이젤(Ela li Maizel) 석사과정생이 지난 10일 KAIST 대전 캠퍼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KAIST"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3/chosunbiz/20250723061205953ejsz.jpg" data-org-width="5000" dmcf-mid="2g1HXFP3g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3/chosunbiz/20250723061205953ejsz.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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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균(왼쪽)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와 엘라 리 마이젤(Ela li Maizel) 석사과정생이 지난 10일 KAIST 대전 캠퍼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기 전에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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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교수가 2020년 KAIST에 온 이래 많은 외국인 학생이 연구실을 거쳐갔다. 태국과 필리핀·카자흐스탄·인도·핀란드·이스라엘·프랑스 등 국적도 다양했다. 이미 박 교수 연구실은 ‘KAIST Globalization Excellence Lab(국제화 우수 연구실)’에 선정됐다.
 그는 “2020년 첫 제자로 뽑은 학생이 핀란드 학생이었고, 지금은 연구실을 졸업한 뒤 국내 바이오 기업 신라젠에서 일하고 있다”며 “첫 학생을 외국인 학생을 뽑겠다고 했을 때 선배 교수님들이 말리셨지만, 지금은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 연구실에는 현재 학생 연구원 15명이 일하고 있다. 이 중 2명이 외국인이다. 엘라 리 마이젤(Ela li Maizel) 석사과정생은 이스라엘 명문대인 히브리대에서 생물학과 심리학으로 학사 학위를 따고 2023년 9월부터 KAIST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는 8월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박사과정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엘라 리 연구원은 “어머니가 뇌 질환 환자들을 항상 대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뇌 과학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스라엘도 좋지만 뇌 과학을 포함한 바이오 분야는 한국도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엘라 리 연구원은 연구실이나 KAIST 캠퍼스의 생활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박 교수 연구실은 모두 영어를 쓴다. 한국 학생이 더 많지만,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영어로 연구실 운영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박 교수는 “MIT에도 있어 봤지만, 학생들의 지적 수준은 KAIST가 MIT보다도 오히려 낫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MIT 학생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영어 말하기와 글쓰기가 안 되다 보니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KAIST에서 국제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외국인 학생을 뽑고, 영어로 연구실을 운영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다. 엘라 리 연구원은 가장 큰 고충으로 일상 생활에서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고, 은행 업무나 주택 계약 같은 부분을 지원해주는 곳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의 월세나 전세 같은 제도가 이스라엘과는 너무 많이 다른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며 “병원이나 은행 같은 곳에서도 영어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외국인 학생을 지원하는 ISSS 같은 곳에 무언가를 문의할 때도 답장이 한글로 와서 당황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ISSS는 국제 학생 및 학자 서비스(International Student and Scholar Services)의 영문 약자로 외국인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외국인을 돕자고 하는 곳에서 한글을 쓰는 우스운 일이 벌이지는 것이다.
 박 교수는 저출산 국가인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해외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K팝이나 K드라마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지금이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할 기회다. 박 교수는 “연구실에 외국인이 한 명도 없는 곳과 1명이라도 있는 연구실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천지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인재 영입을 위해 이공계 분야만이라도 정부 과제 기획이나 평가를 모두 영어로 진행하고, 외국인 교수나 인재에는 파격적인 정착금을 지원하는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라 리 연구원은 “한국 과학이 발전하려면 더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학생들을 데려와야 한다”며 “그래야 고정관념을 깨는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에 정착할지 묻자 확답을 하지 못했다. 연구 수준이 높지만 아직 삶의 질까지 충족하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해외 인재 영입에서 먼저 고려할 일도 일상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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