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나기 전 먼저 불 놓은 원주민... 산불에 대한 새로운 시각 작성일 07-22 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111]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 특별상 불타오르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ZHeGcEXDMh">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5XdHkDZwLC"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66935f65e444a460379e56166710c333f44298cc8b10f61412efa800f669c220" dmcf-pid="1ZJXEw5rMI" dmcf-ptype="general">의성발 경상북도 산불로 한국에서도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남다르다. 지난 반세기 산불로 입은 피해보다 이번 한 번의 산불이 남긴 상흔이 컸으니 자연스런 결과겠다. 매해 미국과 호주, 시베리아 숲을 태우며 기후위기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져 온 초대형 산불은 한국에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p> <p contents-hash="4d49261a38106a0702abf0c06c32618147668eed6d94594e3e6d237e44e99c7a" dmcf-pid="t5iZDr1mdO" dmcf-ptype="general">산불의 피해야 말해 무엇하랴. 의성발 경북 산불로 사망자만 28명, 피해추산금액이 1조 1300억 원을 넘어섰으니 국가적 재난이라 해도 틀리지가 않다. 불길이 스쳐간 숲은 말 그대로 초토화됐고, 숲에 의지한 벌목과 버섯재배 등의 산업적 기반 또한 소실됐다. 산짐승의 터전도 불타 없어졌으니 우리는 산불을 인간을 넘어 생태계 전체에 피해를 일으키는 재해라고 여기는 것이다.</p> <div contents-hash="1cd74f4e5c46594684b0dc375a9aa3579445f05b969aa316ed26f828feadb800" dmcf-pid="F1n5wmtsMs" dmcf-ptype="general"> 전면진화(Full Suppression)라 불리는 기존 산불대응방식은 세계 전역에서 실패를 맛보고 있다. 산불 피해면적은 갈수록 커져만 가고, 소방은 매년 더욱 무력함을 실감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지난 수년간 대규모 산불에 대응하는 방식을 바꾸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불이 날 때마다 최대한의 면적을 방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현행 체계가 도리어 산불에 탈 수 있는 자재가 축적되도록 해 화재 규모를 키운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산불 발생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그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여 지킬 것과 잃을 것을 전략적으로 지정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가 각국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d3158a598fc36aeab47ef55fde7585ad38aa8c943f294471dc6a2ec24020d5e1" dmcf-pid="3tL1rsFOLm"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2445kxsp.jpg" data-org-width="1280" dmcf-mid="pgxrSTqyi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2445kxsp.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불타오르다</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서울국제환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a5d179dfe53ed08c59fdb06f7c46a633afee736480ca5224f44210348207cb0d" dmcf-pid="0FotmO3IRr" dmcf-ptype="general"> <strong>불이 나면 잡는다, 전면진화만이 답일까</strong> </div> <p contents-hash="62e594ab538aa1787f8f6cb8e0c0d3f27aa8c8b85aac4efa8d5ed324a311fcbe" dmcf-pid="pUjpCluSdw" dmcf-ptype="general">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출품작 <불타오르다>는 여러모로 파격적이다. 산불을 다룬 작품이 유독 많았던 올해지만 <불타오르다>와 같은 시각을 보여주는 작품이 따로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북미를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 주요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산불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전환하고 불과 인간이 맺어온 관계를 재정립할 것을 이야기한다.</p> <p contents-hash="852d337adea2813a619468f3b590fd6fcedc99fb9c3cf6de01e6c5a025b78d5b" dmcf-pid="UuAUhS7veD" dmcf-ptype="general">캐나다 출신 감독 노바 아미와 벨크로 리퍼는 <불타오르다>를 통해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단이 환경 전반의 여러 문제를 두루 살핀 양질의 작품군 가운데서도 특별히 <불타오르다>에 주목한 데는, 영화가 보여준 새로운 시선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p> <div contents-hash="8ad48b65d12d2b03745f768af40b5b294c69ee93d14368a643dfdf79ba1159c5" dmcf-pid="u7culvzTME" dmcf-ptype="general"> 영화제 측은 심사평을 통하여 "캐나다 지역의 대형 산불 이슈로 시작해, 인간의 삶에 필수불가결한 존재인 '불'을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는 작품"이라며 "'불'이 지닌 정제되지 않은 위험성과 아름다움을 환경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가 얼마나 편협하고 어리석은지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간이 자연의 규칙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지를 성실한 취재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텔링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8afd69ccb3e1ef28e8e5e6371c4fbc209d583673b2978bdb166dedaaafc2919" dmcf-pid="7zk7STqyLk"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3746pxez.jpg" data-org-width="1280" dmcf-mid="UKpRgNyjL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3746pxez.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불타오르다</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서울국제환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e3030ec790b32628b7ab2c5bb324f1a061231a770a4dcc51525740b83f97416b" dmcf-pid="zqEzvyBWRc" dmcf-ptype="general"> <strong>산불 대응에 대한 새로운 시각</strong> </div> <p contents-hash="4e13e1fbfa8f1ccf5fba955d51d28f436fcdbae726b9a4455ed80fd48643470a" dmcf-pid="qBDqTWbYRA" dmcf-ptype="general"><불타오르다>가 세계적 관심을 받는 이유 중 첫째는 역시 시의성일 테다. 한국뿐이 아니라 미주와 호주, 시베리아 일대가 매년 전년도를 상회하는 규모의 초대형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소방력을 통해 진화하고 숲을 지켜낼 수 있으리란 기대는 판판이 무너지고 심화되는 기후위기로 향후 이어질 산불을 막아낼 수 없게 되리란 절망감까지 감돈다.</p> <p contents-hash="d34c1f24f3ec21e1f8b2b092c15d84c52e228d4bd96a638c92318b730d281dda" dmcf-pid="BbwByYKGJj" dmcf-ptype="general">실제로 해외 문제에 둔감한 한국 대중들조차 미주며 호주에서 매년 이어지는 산불피해를 연례행사처럼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한국과 달리 드넓은 국토와 낮은 인구밀도를 가진 국가에선 인력부족에 더하여 산적한 가연물로 인해 산불에 대응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한다.</p> <div contents-hash="164b844ddfe97d2055b73b1355fb3984975995eddb607375338fdc094f6625fe" dmcf-pid="bKrbWG9HMN" dmcf-ptype="general"> <불타오르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산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한다. 핫샷 등 숙련된 인력과 소방헬기 등의 장비를 동원해 주불을 잡고 잔불까지 처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전면진화 방법 대신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이다. 영화는 불, 또 산불에 대한 통념으로부터 벗어난 다채로운 시각을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미주 원주민 여러 부족에서 발견되는 통제된 소이법 사례가 인상적이다. 영어로 'Indigenous fire stewardship'이라 불리는 방식은 원주민이 산불이 일기 전 먼저 들판을 불태움으로써 숲과 생태계를 관리해온 전통적 방식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55645630a9e12b30225aea5240981e8424c016077fc24f60d3903d8be23dbee2" dmcf-pid="K9mKYH2Xd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5121ngqm.jpg" data-org-width="1280" dmcf-mid="uhUeajWAJ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5121ngq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불타오르다</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서울국제환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f3c674c43a238e3868c756a8a6f01efb6a513e483821a15bf85a4c8a10dffab" dmcf-pid="92s9GXVZRg" dmcf-ptype="general"> <strong>산불이 생태계에 미치는 긍정적 자극</strong> </div> <p contents-hash="497bad685edfadcd8039b557186f51a52e04d397df4426ed9696236e8fe34de6" dmcf-pid="2wqDQMrReo" dmcf-ptype="general">통상적으로 산불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동식물을 위협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미주 원주민 여러 부족은 세대를 건너 숲을 태우는 전통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때때로 건조한 해가 오더라도 미리미리 숲을 태워 죽거나 말라 잘 타는 나무가 필요 이상 쌓여 있지 않도록 하고, 생태계 또한 건강한 상태로 재생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p> <p contents-hash="a66f8a02fadbfcc47b22b0d6557fc38f64d53cb4d37ef8ed626d786bc73e3154" dmcf-pid="VrBwxRmedL" dmcf-ptype="general">어떤 수종의 경우엔 열을 받아야만 씨앗을 방출할 수 있어 종 다양성에 있어서도 산불을 정기적으로 내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과학자들의 해석이 놀랍기까지 하다. 불탄 뒤 토양이 영양분을 더욱 갖출 수 있고 불타지 않고 존속한 숲에선 만날 수 없는 종들이 뒤섞여 자라나는 현상도 예상치 못한 대목이다. 불탄 숲은 종 다양성 측면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재생되는 것이다.</p> <div contents-hash="3c74da8c35cd017c8d8a4c1115b1811a3f5c00f4f17da33d42b5aac829957240" dmcf-pid="fmbrMesdin" dmcf-ptype="general"> 영화는 불이 자연과 협력하는 성장과 재생의 힘을 가진 요소라고 말한다. 근래의 초대형 산불은 일대가 재생할 수 없도록 완전히 소실시키는 재앙이지만, 통제된 규모로 과거 자연적으로 일어났던 수준의 산불이라면 인근에서 씨앗이며 포자가 날라와 숲이 자연적으로, 심지어 더욱 건강히 재생된다는 연구결과까지 제시된다. '불이 생존을 위해 달리는 회색곰과 같아서 굶주린 야수를 억지로 막기보다 협력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말이 영화 가운데 남다른 무게를 갖는다. 통제와 협력 속에서 인간이 화재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고 성공적 재생의 경험을 쌓아갈 수 있다는 건 통제된 소이법의 또 다른 효과일 테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9da5657a0ab98300fb5abe731e1ab8285271ddef536f6e9feaf7116a0e4dc9f2" dmcf-pid="4sKmRdOJRi"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6394awsl.jpg" data-org-width="400" dmcf-mid="7L4MoaTNe2"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22/ohmynews/20250722152106394awsl.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서울국제환경영화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서울국제환경영화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72407500166f80376506d631aeeca019ad396a1ae2123ea7b8d00f72241f070" dmcf-pid="8O9seJIinJ" dmcf-ptype="general"> <strong>낯설어서 더욱 가치 있는 목소리</strong> </div> <p contents-hash="3df1566ed80c29d050f4b910851795b9b87fcad86fd10f98f0ccf76785a1d31b" dmcf-pid="6I2OdiCnid" dmcf-ptype="general">여러모로 영화는 산불을 재앙이라고만 인식하는 통상적 관객에게 놀라운 감상을 전한다. 화재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밖에 없고, 불탄 대지가 또한 자연적으로 재생되는 모습을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이 영화에 더욱 공감할 수 있으리란 분석이 과연 타당하다 싶다. 도리어 숲과 자연을, 불과 재생의 힘을 목격한 적 없는 도시인들이 이와 같은 방식을 알지 못한 채로 실패를 거듭해온 전면진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p> <p contents-hash="55ca554d3d05fd736c752b58a634118257ae32550b48a0d00314f887454fe0da" dmcf-pid="PCVIJnhLee" dmcf-ptype="general">노바 아미와 벨크로 리퍼의 취재가 그대로 사실인지를 이 영화 한 편으로 판단할 수는 없겠다. 화재, 또 산불 대응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내게는 없는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북방 GOP에서 근무하며 수시로 목격했던 북측 병사들이 화전을 내기 위해 고의로 방화하고 그로 인해 발생했던 산불이 불과 몇 달 만에 푸르게 덮였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어쩌면 자연엔 우리가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복원의 힘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로 불이 과잉된 생명을 정리하고 숲을 새로이 구성하도록 이끄는 긍정적 효능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p> <p contents-hash="950025e990742bddda319778ce26f70b4489e5602506545063b756458fb3e43f" dmcf-pid="QhfCiLloMR" dmcf-ptype="general"><불타오르다>가 화재와 소방에 특별한 지식이 없는 나와 같은 이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그건 아마도 이면에 대한 인식일 테다. 나도 모르는 새 자리한 불은 해롭고 무조건 꺼야 할 것이란 통념을 깨고, 자연과 복원, 생태계 가운데 불이 맡아온 역할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쩌면 부족한 것은 불의 쓰임이 아니라 불에 대한 인간의 이해일지 모른다.</p> <p contents-hash="96a4aac4d81bd1239224a5cffada9856169df0611f17863dfacfe939573713de" dmcf-pid="xl4hnoSgJM"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케데헌' 집안싸움 현실화…골든vs소다 팝, '케이 월드 드림 어워즈' OST 후보 07-22 다음 ‘故 오요안나’ 가해 지목 동료 측 “직장 내 괴롭힘 없었다” 07-2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