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생일이면 이 애니메이션 찾아보는 까닭 작성일 07-20 5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리뷰] 영화 붉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bEzqy8c67p"> <p contents-hash="eb5da5e952ffb0be2ac8334ae9294f4499d11362e68660cdc7f6a64af1281a45" dmcf-pid="KL1tsqiBz0" dmcf-ptype="general">[문현호 기자]</p> <p contents-hash="7a7a9bf2d171bf81de3a9caec6c78d91cb6b38013753c9ca90ce6161ce6b1f16" dmcf-pid="9otFOBnbp3" dmcf-ptype="general">"날지 않는 돼지는 그냥 돼지일 뿐이야."</p> <p contents-hash="9d77ec2513e35226aedc48e63959cf418a32b1c8bca43496504046a21eb33d75" dmcf-pid="2gF3IbLK3F" dmcf-ptype="general">이 한마디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br>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2년 작품 <붉은 돼지> 그저 애니메이션이라는 단순한 범주를 넘어, 삶에 찌들고 지친 어른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자 격려의 메시지입니다.</p> <p contents-hash="73b4ca1d45b375c4f0d9dea747f68ea4a82fa924dbd94e184f2fbb43647ec7b9" dmcf-pid="Va30CKo97t" dmcf-ptype="general">처음 이 영화를 만났을 때, 저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풋내기였습니다. 그때는 포르코 롯소라는 돼지 주인공이 왜 그토록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저 역시 "뇌세포가 두부가 된 중년 남자"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이 영화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년 생일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보는 루틴이 생긴 것도 그 때문입니다.</p> <p contents-hash="f7c90e53151a45bece5ac21d49dcedb9fd87458f5e6a0537bc63eaa414c8c9bc" dmcf-pid="fN0ph9g201" dmcf-ptype="general"><strong>진홍빛이 품은 깊은 의미</strong></p> <p contents-hash="adcdae7fc5efed61ce731a63e57b7b53a22cc92a1bc02182cac5e963e4b395aa" dmcf-pid="4jpUl2aVF5" dmcf-ptype="general">영화의 원제인 '紅の豚'에서 특히 인상 깊은 건 '붉을 홍(紅)'이라는 글자입니다. 일반적인 '赤'가 아닌 '紅'이라는 표현이 쓰였고, 영어 제목도 'Red Pig'가 아니라 'Crimson Pig'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작은 차이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정서의 깊이를 말해줍니다. 포르코는 단순히 새빨간 돼지가 아닙니다. 그의 색은 전쟁과 상실, 고독과 책임이라는 세월의 농도 속에서 점점 진해진, 그래서 더 아름다운 진홍빛입니다. 젊은 시절의 그가 맑은 '빨강'이었다면, 이제는 시간의 무게를 품은 '붉은' 존재로 완성된 것이지요. 이 영화가 끝없이 여운을 남기는 이유도 어쩌면, 그 붉음이 단순한 색이 아니라 시간의 맛을 지닌 빛깔이기 때문일 것입니다.</p> <p contents-hash="7c00a4ae9b2ec7aa9894f78d211a6de20cba2e15d87e1725dc3e42fbe1a1a777" dmcf-pid="8AUuSVNfUZ" dmcf-ptype="general">미야자키 하야오는 <붉은 돼지>를 "삶에 찌들어 뇌가 두부가 된 중년 남성들을 위한 만화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전형적인 '주인공 서사'의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p> <p contents-hash="3f3cbd158143ae06d5ec20947339307920d1b12c36ea9b264b6954d21b4e2956" dmcf-pid="6cu7vfj4zX" dmcf-ptype="general">잘생기지도 않고, 우락부락한 근육도 없으며, 영웅적인 활약도 드물지만, 이 '돼지'는 묘하게 멋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진심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도, 심지어 돼지의 모습이 되어버려도, 여전히 멋질 수 있다는 다정한 선언. 그 멋이란 결국 겉모습이나 성취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입니다.</p> <p contents-hash="18f783e4c1ed71fc3cdca09d0c0ce2d46284edc58fe39504d90497e9261a0f7e" dmcf-pid="Pk7zT4A83H" dmcf-ptype="general">영화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아드리아해를 배경으로, 현상금 사냥꾼으로 살아가는 포르코 롯소의 일상을 따라갑니다. 멋을 잃지 않는 하늘 위의 전투, 옛 연인 지나가 운영하는 호텔 위를 지나가는 낭만적 비행, 그리고 당찬 소녀 피오와의 뜻밖의 동행까지. 영화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서, 어른들의 삶에 남은 상처와 여운, 그리고 여전히 꺼지지 않은 희망을 천천히 펼쳐 보입니다.</p> <p contents-hash="cc00cbda86ba3b062104e6b74868ea22d017b00dcb4c28143c58824671a57d59" dmcf-pid="QPvTN18tuG" dmcf-ptype="general">포르코는 완벽한 영웅이 아닙니다. 과거의 그림자와 함께 살아가고, 때때로 무너지고, 젊은 비행사에게 패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그를 더욱 깊이 있는 인물로 만듭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게, 완전하지 않은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p> <p contents-hash="a6d6e463b53995aa15a68bd239b6828abe3c43ad26350771cde4a5d4b8c3e841" dmcf-pid="xQTyjt6FUY" dmcf-ptype="general"><붉은 돼지>는 중년의 로망으로 가득한 영화입니다. 하늘을 가르는 복고풍 비행기, 지중해의 쨍한 햇살,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로맨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만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자유로운 삶. 그러나 이 모든 장면들이 허황된 판타지로 머무르지 않는 이유는, 로망을 꿈으로만 남기지 않고, 삶과 조화롭게 이어 붙이는 감독의 시선 덕분입니다.</p> <p contents-hash="d002d4eb205519de9b94bdf648263d6b0b08dd87ec685e7ebbdad590ad223043" dmcf-pid="yTQxpoSguW" dmcf-ptype="general">포르코는 도망치지 않습니다. 그는 세상을 등진 채 하늘로 떠올라 삶을 바라보는 인물입니다. 고독하면서도 자유롭고,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그의 시선은, 어쩌면 중년이라는 시기를 가장 시적으로 묘사한 초상화인지도 모릅니다.</p> <p contents-hash="aff9371740db581dfddca8b95d6b4bb4beb4218fe8a207c9fd60ee38411ee0b3" dmcf-pid="WyxMUgva3y" dmcf-ptype="general">조 히사이시의 음악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입니다. 선율 하나하나가 장면의 숨결이 되고,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흐르며, 관객의 마음 깊은 곳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p> <p contents-hash="f90837a57fe93eb22b200ed3dccd4a27653381f1052aa39a1619a2beaf3e860e" dmcf-pid="YWMRuaTNUT" dmcf-ptype="general">영화를 여는 時代の風(시절의 바람)〉은 중년이라는 계절을 지나가는 바람처럼, 쓸쓸하면서도 품위 있는 멜로디로 시작을 알립니다. 그리고〈帰らざる日々(돌아갈 수 없는 날들)〉은 지나간 시간과 감정에 대한 깊은 회상을 담아, 마치 마음속 오래된 항구에서 들려오는 음악처럼 묵직하게 울려 퍼집니다. 그 선율은 상실과 체념, 그러나 여전히 꺼지지 않은 기억의 잔불을 조용히 어루만집니다.</p> <p contents-hash="3a8252480b99cee8fac46ea912af003a51999ec21afa06d2bf37a213ce990820" dmcf-pid="GYRe7Nyj3v" dmcf-ptype="general">포르코와 피오가 함께 비행기를 조립한 뒤 하늘을 나는 장면에서는 'Bygone Days'가 흐르며, 과거의 상처를 품은 채 새로운 도약을 감싸안습니다. 또한 공중전에서는 경쾌하고 유쾌한 리듬이 더해져, 단순한 싸움이 아닌 '멋'을 아는 어른들의 장난 같은 전투를 연출해 냅니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흐르는〈時には昔の話を(때로는 옛 이야기를)〉는 일본 포크의 전설 카토 토키코가 힘 있게 부르는 곡입니다. 그 담담한 목소리는 영화 속 여운을 가져와, 오래된 기억 위에 조용히 손을 얹고, "가끔은 옛이야기를 꺼내도 된다"고 다독이는 듯합니다.</p> <p contents-hash="0b7428ec42a2f6f590eb22b73fd9eaebccec2139013aa0dd0bb92113533e68f2" dmcf-pid="HGedzjWAzS" dmcf-ptype="general">조 히사이시의 음악은 말보다 많은 것을 전합니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들리는 감정,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여백의 미학. <붉은 돼지>가 긴 시간 동안 우리 곁에 남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음악들이 마음속 가장 조용한 곳에서 계속 울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p> <p contents-hash="8bab5de8171da14d75a8105b6ddccb9593940c8194c83706edb7abd9708d10ec" dmcf-pid="XHdJqAYc7l" dmcf-ptype="general"><strong>끝나지 않는 여운</strong></p> <p contents-hash="a1686636a8e8090cfe2bb89983fd29bd32e0f6f6c4bdfe2b46e43c7a072e62eb" dmcf-pid="ZXJiBcGkFh" dmcf-ptype="general"><붉은 돼지>를 본 후는 묘한 여운이 남습니다. 마치 오래된 와인을 음미한 후의 기분과 같달까요. 달콤하면서도 쌉쌀하고, 그리운 듯하면서도 희망적입니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모습이 변해도, 삶이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켜도 여전히 멋지게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멋은 외모나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것입니다.</p> <p contents-hash="a7baa22ec626bb4392ef834300b09bb01c8d79ea416da3da84c37d0e80ecc220" dmcf-pid="5iZ5r7dzpC" dmcf-ptype="general">매년 생일 주간에 이 영화를 찾아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포르코 롯소가 더욱 깊이 이해되고, 그의 멋이 더욱 빛나 보이기 때문입니다. <붉은 돼지>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어른이 되어가는 모든 이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응원가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날 수 있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모습과 상관없이, 우리 안의 로망과 멋을 잃지 않는 한 말입니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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