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아닌 궁극의 사랑으로, 《봄밤》 작성일 07-19 6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서로를 붙잡는 두 사람의 이야기<br>끝내 아름다운 울림을 남기는 시 닮아</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t95iyyBWp7"> <p contents-hash="747529e1a5bc71fd6e5d6f9d1a585ebd2ed7a8396ff88debf353aef2850566b2" dmcf-pid="F21nWWbY7u" dmcf-ptype="general">(시사저널=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p> <p contents-hash="c0b5e2ba541de97420a1242f222fa0163de9f110ad811e52fffa12274ac76913" dmcf-pid="3vApnnhL3U" dmcf-ptype="general">세상엔 이런 사랑도 있다. 중증 알코올중독자와 류머티즘 환자가 만나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껴안는다. 그저 당신의 곁에 존재하기 위해서.</p> <p contents-hash="ee6499d320557b418e0626bf611156913a5efac2347add8872de5b1b2cfd98ac" dmcf-pid="0TcULLloFp" dmcf-ptype="general">《봄밤》은 권여선 작가가 2016년 발표한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 속 동명 단편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푸른 강은 흘러라》(2008) 이후 17년 만에 강미자 감독과 배우 한예리가 연출가와 주연배우로 다시 조우했다. 영화는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을 그리되 반짝이는 시작, 고난 끝에 당연한 듯 찾아오는 해피엔딩을 거머쥐는 멜로의 공식과는 저만치 떨어져 있다. </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a9e9b18712b4e7a8f27e4d000d4a01709c9d07e77d4430f57234f9e2b50321f3" dmcf-pid="pykuooSgu0"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봄밤》 포스터 ⓒ(주)시네마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4012wksa.jpg" data-org-width="800" dmcf-mid="HXuULLlou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4012wksa.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봄밤》 포스터 ⓒ(주)시네마달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5855e20e527a5539e976a56f1930a01ebe933dcdd6d9414a4bdff225578e4487" dmcf-pid="UWE7ggva03" dmcf-ptype="general"><strong>'죽을 길은 있는' 이들이 나눈 것</strong></p> <p contents-hash="2f58d90622c66a756edc1f171773d292fb795727a43f90dd51c63531a7dbe064" dmcf-pid="uYDzaaTNuF" dmcf-ptype="general">화려하고 빠른 것이 우선인 시대를 역행하듯 등장한 《봄밤》은, 고통으로 깊이 침잠하며 어떠한 치장도 분연히 마다하는 고요하고 투박한 시를 닮았다.</p> <p contents-hash="7fdd577a8b2563360798fd6ffb06606ff15c74e826d17f362407a6c4fb9a613d" dmcf-pid="7GwqNNyjFt" dmcf-ptype="general">"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원작 소설을 여는 첫 문장이다. 생의 빛 대신 죽음의 그림자가 차라리 가까운 이들. 기쁨보다 고통이 익숙한 사람들은 산다는 것을 축복으로 감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랑은 존재한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는 중증 알코올중독자 영경(한예리)과 류머티즘 질환으로 온몸의 근육이 굳어가는 수환(김설진)의 만남은 서로의 삶을 단번에 알아챈 순간으로부터 이어진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는 이들이 함께하는 시간이 폐허 같은 삶과 고통의 토대 위에 세워진다. 완결을 의미하지 않는 약속. 풍요를 바라지 않는 결합. 이 애틋한 비감이야말로 《봄밤》을 관통하는 정서다.</p> <p contents-hash="95943f41e9bf6c53034298898717d295219e578155f7acc1026ba62e7305c8ad" dmcf-pid="zHrBjjWAz1" dmcf-ptype="general">강미자 감독은 원작에서 느낀 주체되지 않는 깊은 아픔을 영화로 풀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에 사로잡힌 것이 《봄밤》의 시작이라 말한다. 영화는 소설을 충실히 재연하는 대신 생의 끝자락이 될지 모르는 지점에서 오직 두 사람이 주고받는 사랑의 밀도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영경의 언니들, 젊고 건강한 육체가 내내 수환과 대비되는 간병인 등 원작 속 주변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다. 시간의 모호한 제시 역시 의도적이다. 스크린에는 혹한이 지나가고 목련이 꽃망울을 맺을 무렵까지의 순간들이 지나가지만, 이것이 연이은 두 계절을 의미하는지 몇 년을 뛰어넘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때론 무한대의 시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나 함께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영경과 수환이 나누고 함께 짊어졌던 감정의 무게다. 《봄밤》의 스크린은 기꺼이 그걸 가늠해 보는 저울이 되고자 한다. 이혼 후 아들을 빼앗긴 뒤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영경은 내쫓기듯 국어 교사 자리를 내놨다. 쇳일을 해서 일으켰던 사업이 한순간에 부도를 맞았던 수환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신용불량자가 됐다. "살아갈 길이 없네"라고 담담히 현재를 진단하는 여자에게 "죽을 길은 있어"라고 화답하는 남자 앞에서 둘은 웃음을 터뜨린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서로를 내내 애틋해하며 곁을 지킨다. 가진 게 없어도 업어줄 등을 내어줄 수 있어 행복했던 남자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한 채 업히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여자. 원작 소설은 이들의 시작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가 조용히 등을 내밀어 그녀를 업었을 때 그녀는 취한 와중에도 자신에게 돌아올 행운의 몫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의아해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164ce7913a125e7f5dab621a1066ecaac0fe92fa9948d5bcd880e6e496e9081" dmcf-pid="qXmbAAYc75"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5359ahpp.jpg" data-org-width="800" dmcf-mid="XA3FddOJ7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5359ahp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901bc88173ad7ecb81f337b704b2296c6e6f97d058280c869be70d883e82148b" dmcf-pid="BN6lKKo93Z"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6653ifqk.jpg" data-org-width="800" dmcf-mid="ZQWxCCphz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6653ifqk.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fd975f75bdc80159986c107562395980fb4388b49a7d7be4629429fcafb5d612" dmcf-pid="bjPS99g2F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7919oruo.jpg" data-org-width="800" dmcf-mid="58iXQQDxu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7919oruo.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figcaption> </figure>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13ad766a5f6b890cef1bb6bc562021df4045f44d468d73f3609729fe3a7564b6" dmcf-pid="KAQv22aV3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9210kltt.jpg" data-org-width="800" dmcf-mid="19o1RRme0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9/sisapress/20250719130109210klt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봄밤》 스틸컷 ⓒ(주)시네마달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837514005e82ba51553e0a965b9e7c151266cc14402d0f137e48dad3deaf6743" dmcf-pid="9cxTVVNfUG" dmcf-ptype="general"><strong>"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strong></p> <p contents-hash="330e1d77063f90f7367d9b659b5a3da9c60d17ac8f6ef07f2fa17ada999c747f" dmcf-pid="2kMyffj40Y" dmcf-ptype="general">《봄밤》은 내내 겸허한 목격자의 태도를 취한다. 러닝타임 67분. 잘게 나누지 않은 컷들을 이어 붙인 최소한의 장면들과 그 사이 짧은 죽음처럼 느껴지는 몇 번의 암전. 기교 없이 고정된 카메라 앵글은 투박함마저 풍긴다. 감독을 포함해도 전체 스태프가 열 명도 채 되지 않았던 촬영 현장에는 조명과 분장을 담당하는 인원마저 존재하지 않았다. 군더더기 없는 구성이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단출함이다. 영화 만들기의 기술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봄밤》은 후한 점수를 얻기는 어려운 작품일지 모른다. 다만 그 안에는 이야기가 품은 본질을 꿰뚫어 치장을 덧대려 하지 않은 연출가의 고집스러운 정성과, 인물들의 감정을 온몸으로 껴안고 구르는 배우들의 육체가 형형하게 빛난다. 시각 예술이 발휘할 수 있는 온갖 화려한 솜씨는 이 같은 선택 앞에서 고요히 물러나 있다.</p> <p contents-hash="5d702d5f68726985d6a873014c5807d90a37cab5aec422b91c51c5359a5e5d63" dmcf-pid="VERW44A8uW" dmcf-ptype="general">육체와 정신이 하릴없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서로의 곁에 버티고 있겠다는 연인의 다짐은 확고해 보인다. 수환이 입원한 요양병원에 들어와 영경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완연한 환자가 된 수환의 볼을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는 것이다. "이 얼굴을 내가 사랑하네." 타인의 눈에는 염려로 비치는 상황이 두 사람에게는 새로운 신혼집을 차리는 듯한 행복이다. "여기가 앞으로 우리가 같이 살 방인가?" 미소를 짓는 영경에게서는 잠시나마 술에 전 절망 대신 옅은 낙관의 냄새가 풍긴다. 병든 육체가 기어이 영혼을 쥐고 흔드는 순간들도 있다. 실은 그 편이 더 잦다. 영경은 금단 증세에 고통스러워하다 외출증을 끊어 나가버리곤 한다. 하루나 이틀 만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는다. 그런 영경에게 수환은 술을 끊으라는 당부 대신 오래 잘 버텼으니 다녀오라는 인사를 남기고, 병원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오래도록 영경을 기다린다. 악화되는 서로의 상태를 극복하기를 권장하는 것이 아니라 곁에서 울어주고 함께 끌어안는 것. 더 나은 것을 향한 개선이 아닌 현재적 결함의 인정과 수용. 모든 것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화답할 수밖에 없는 마음. 육박해 오는 통각에도 불구하고 《봄밤》이 궁극의 사랑으로 향하는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다.</p> <p contents-hash="460b7fa5434e559fc94a65d89720e7b1c22b8b2962eca58cfd956149e8575447" dmcf-pid="fDeY88c6py" dmcf-ptype="general">연기자 이전에 무용수로 먼저 경력을 쌓았던 한예리와 김설진은 이 영화의 더없는 적임자다. 기술적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오직 배우의 육체로만 캐릭터를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에서 두 사람은 탁월한 움직임과 설득력 있는 감정으로 관객을 이끈다. 술에 취해 자꾸만 풀썩 쓰러지며 걸어오는 영경에게로 기어가는 수환. 힘겹게 중간 지점에서 만난 두 사람이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채 빛바랜 회화 속 주인공처럼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이미지는 오래도록 뇌리에 각인될 《봄밤》의 인장이다.</p> <p contents-hash="ab676303ed0b1cb8a27ee6d9a2902c63c3a501e43ceaad496fdfd0336a477685" dmcf-pid="4wdG66kP0T" dmcf-ptype="general">'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달이 떠도 /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 오오 봄이여(중략)'. 김수영 시인의 시(《봄밤》)는 영화 내내 영경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때론 읊조리고 어느 순간엔 세상을 향해 화를 내듯 토해 내는 이 문장들은 영경의 주사이기도 하고, 때론 마음을 다잡는 주문 같기도 하다. 끊어지고 반복되며 나름의 운율을 만들어가는 《봄밤》의 모양은 쓸쓸하고 애잔하지만 끝내 아름다운 울림을 남기는 이 시를 닮았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고,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않고서 오직 서로를 붙잡는 두 사람. 이들은 분명 고통이 아닌 사랑의 주인공이다. </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인기상 처음” 이혜리, 박보검→아이유와 어깨 나란히 (청룡시리즈어워즈) 07-19 다음 “한국판 스파이스 걸스” 아이브, ‘롤라팔루자’ 3연타 도전 07-1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