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의 MLB 유출에 손 못 쓰는 KBO 작성일 07-19 17 목록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7/19/0000051204_001_20250719040008087.gif" alt="" /><em class="img_desc">지난 7월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80회 청룡기 고교야구선수권 대회에서 부산고와 덕수고의 결승전. 7 대 3으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덕수고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photo 장경식 조선일보 기자</em></span></div><br><br>올해도 어김없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한국 고교 유망주 사냥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번엔 양상이 사뭇 다르다. 한동안 높은 벽처럼 여겨졌던 '100만달러 벽'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과거 미국 진출의 최소 조건으로 여겨졌던 기준이 이제는 '시작점'이 된 셈이다. 시작은 광주일고의 이도류 김성준이었다. 투수와 타격에 모두 능해 '한국의 오타니'로 불리는 김성준은 지난 5월 19일 MLB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금 120만달러(약 16억8000만원)에 국제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피츠버그와 계약한 배지환(125만달러)에 이어 오랜만에 100만달러를 넘긴 선수가 나온 것이다.<br><br>100만달러 이상 선수는 김성준 하나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NC 다이노스 스타 플레이어 출신 박석민 전 두산 베어스 코치의 아들로 알려진 북일고 투수 박준현도 계약금 세 자릿수를 넘길 유력한 후보다. 아버지의 운동능력과 야구 센스를 물려받은 박준현은 최고 157㎞/h 광속구를 던지는 우완 정통파로 기대를 한몸에 받는 투수다.<br><br>야구계 관계자는 "현재 5개 이상 팀이 박준현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아메리칸리그의 2개 구단이 특히 적극적"이라며 "김성준이 받은 120만달러를 넘어서는 건 물론, 150만달러 이상도 확실시된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복수 구단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계약금 총액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영입전에 참전한 구단들의 국제 아마추어 스카우트 계약금 한도를 감안하면 200만달러 가까운 계약금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br><br>200만달러가 만약 실현되면 1999년 김병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맺은 225만달러 계약 이후 역대 2위가 된다. 기존 2위는 2001년 시카고 컵스와 160만달러에 계약한 류제국이었다. 미국 구단들의 러브콜은 박준현과 '투수 최대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장충고 문서준에게도 향한다. 뛰어난 신체조건에 150㎞/h대 강속구를 자랑하는 문서준은 스카우트에 따라서는 박준현보다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을 정도로 큰 잠재력을 가진 유망주다. 취재 결과 현재 4~5개 구단이 문서준에게 적극적으로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구단은 구체적인 제안까지 건넸다. 문서준 역시 미국 진출 시 세 자릿수 계약금이 확실시된다.<br><br>그 외에도 신재인(유신고), 안지원(부산고), 양우진(경기항공고), 오재원(유신고) 등 다수의 특급 유망주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신분조회는 물론 메이저리그 사무국 등록까지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재인은 중학교 때 한 시즌 10홈런을, 고교 1학년 시즌에 타율 0.474를 기록할 정도로 장타력과 정확성을 겸비한 대어급 야수다. 좋은 신체조건에 어깨도 강해 투수로도 종종 마운드에 오른다. 양우진은 150㎞/h대 강속구와 수준급 제구력을 겸비한 투수 유망주로 통한다. 안지원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활약한 호타준족 외야수이고, 오재원 역시 지난해 2학년으로는 유일하게 청소년 대표팀에서 활약한 외야수로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이 일품이다. 하나같이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최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이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07/19/0000051204_002_20250719040008220.gif" alt="" /><em class="img_desc">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광주일고 김성준 선수가 지난 6월 17일 광주일고 운동장에서 제80회 청룡기를 앞두고 자체 청백전을 치르고 있다. photo 김영근 조선일보 기자</em></span></div><br><br><strong>KBO 규정으로 인한 역차별</strong><br><br>미국 야구의 대대적인 공세에 KBO리그 구단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BO 규정상 국내 구단들은 신인드래프트 전까지 선수와 사전접촉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프로·아마 협정서 제2조 '계약교섭 및 체결 기간'의 '아' 항은 '지명 이전 사전접촉이 확인되었을 경우 구단은 해당 연도 1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고 선수는 3년간 프로구단 등록을 금지한다'고 못박아 놨다. 이에 구단 스카우트나 직원들은 선수와 사적인 대화나 신체접촉도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br><br>반면 메이저리그나 일본 구단들은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자유롭게 선수 접촉이 가능하다. 지난해 한 고교생 유망주의 경우 MLB 구단이 속옷만 남기고 홀딱 벗게 한 뒤 신체검사를 진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지방 A구단 스카우트는 "만약 우리 팀이 선수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면 다른 구단들이 일제히 들고일어났을 것이다. KBO로부터 강도 높은 제재를 받았을 것"이라며 "우리는 지나가다 선수와 악수만 나눠도 다른 구단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다. 너무 불공평하다"고 푸념했다.<br><br>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아무런 제재 없이 선수와 선수 부모, 학교 감독, 에이전트와 접촉하고 정보를 교환한다. 선수 측과 만나 계약 의사를 타진하거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에 비해 한국 구단들은 아무런 대응이 불가능하다.<br><br>지방 B구단 관계자는 "이미 미국행이 확정된 김성준이나 현재 이야기가 나오는 박준현, 문서준 등은 국내 드래프트에 나오면 전체 1-2-3순위를 나눠 가질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이 미국으로 가면 드래프트 순번상 뒤에 있는 구단들이 뽑을 선수가 앞에서 뽑히게 된다"면서 "예년까진 한두 명에 그쳤는데 올해는 과연 몇 명이나 미국으로 갈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드래프트 전략을 짜기가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br><br>국외 진출 아마추어 선수의 국내 복귀 시 2년 유예 조항, 미국 진출 선수의 소속 고교팀에 대한 KBO 지원금 중단 정도로는 선수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국 직행 선수보다는 KBO리그를 거쳐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선수의 성공 사례가 훨씬 많다는 논리도 이전만큼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준현의 경우에도 아버지 박석민과 선배 야구인들이 먼저 KBO리그에 진출한 뒤 인정받아서 미국에 진출하는 편이 낫다는 논리로 설득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은 미국 진출을 강하게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br><br>미국에서 다년간 생활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마이너리그 환경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과거에는 계약금을 받아도 남는 게 없고 구단의 선수 지원도 열악했지만 2023년 새 단체교섭계약(CBA) 체결 이후 마이너리그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선수 급여와 복지, 식사와 숙소 등도 개선됐다"고 전했다. 한 미국 구단 스카우트 역시 "마이너리그 단계가 기존 7단계에서 5단계로 단축되면서 이른 빅리그 데뷔가 가능해졌다. 일부 구단들은 미국에서 유학 프로그램 지원도 하고 있어서 선수생활 이후까지 생각하는 선수와 가족들로서는 매력을 느끼는 요인"이라고 전했다.<br><br><strong>타자보다는 투수가 많아</strong><br><br>최근 미국 직행을 선택한 유망주가 대부분 야수보다는 투수라는 점은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한 에이전시 관계자는 "흔히 아마추어 선수가 미국행을 고민하면 '나중에 포스팅으로 가는 게 낫다'고 하지만 이건 타자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좋은 조건의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한 선수들을 보면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김혜성 등 대부분이 타자다. 반면 투수 중에 포스팅을 통해 진출해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선수는 류현진 정도 외엔 딱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고교 졸업 후 바로 1군에 데뷔해서 26세가 되기 전, 전성기가 지나기 전에 미국 진출에 성공한 선수 대부분이 타자인 셈이다.<br><br>앞의 에이전시 관계자는 "타자와 달리 투수는 포스팅에 필요한 7년이란 기간을 빠르게 채우기가 쉽지 않다. 투수의 경우 혹사에서 자유롭지 않고 부상 리스크도 있어서 포스팅 자격을 채울 때까지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의 라이벌이자 한국 최고 투수 중 하나인 김광현도 31세 나이에 뒤늦게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해 2년 뛰고 귀국했다. 양현종도 30대 이후에서야 늦게 FA로 진출했다. 현재 국내 20대 에이스급 투수 가운데 포스팅 조건에 가까워진 선수는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정도다. 투수의 경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미국에 진출해서 도전하는 편이, KBO리그에 입단한 뒤 포스팅을 통해 나중에 가는 것보다 못하다고 볼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br><br>한 야구인은 "무조건 미국행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왜 많은 유망주들이 미국행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야구인의 설명이다. "오래전에는 고작 몇만 달러에 눈이 멀어 자녀의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미국에 보내는 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체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에서 야구선수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단순히 계약금만이 아니라 선수의 미래, 소속팀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들겨보고 판단한다."<br><br><strong>유망주의 해외행 근본적 이유 알아야</strong><br><br>유망주와 부모들이 미국을 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미국의 선진적인 야구 환경, 첨단 육성과 코칭 시스템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고 국내 지도자들과 야구 문화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한다. 투수의 경우 프로행보다 미국 직행이 낫다는 판단도 적지 않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계약금까지 100만달러대를 돌파하면서 고교 유망주들을 더욱 강하게 유혹하고 있다. 이런 공세 앞에서 무작정 '미국 직행은 나쁘다'거나 '실패하고 돌아오면 페널티를 받는다'는 식의 논리로는 미국행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br><br>그보다는 선수들이 프로야구를 택할 만한 유인을 늘리는 게 합리적 방향이 될 수 있다. 가령 포스팅까지 필요한 7년, FA 자격 취득까지 걸리는 9년을 5~6년으로 대폭 단축한다면 미국행을 고민하는 유망주들(특히 투수들)이 한번쯤은 다시 국내 잔류를 생각해볼 수 있다. 20대 전성기가 지나기 전에 미국 진출 기회와 FA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면 유망주들의 미국행 발길을 조금은 늦추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른다.<br><br>물론 포스팅과 FA 기간을 줄였다가 젊은 스타 선수들이 다 미국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KBO리그에서 충분히 스타가 될 수 있는 유망주를 미국에 덜 뺏기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차피 미국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고, 미국 구단과의 경쟁에서 한국 구단이 경쟁 우위를 갖기 어렵다면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 개선으로 유망주들의 국내 잔류를 유도한 뒤, KBO리그에서 가치를 증명한 선수를 대상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주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br><br>10년 넘게 제자리인 신인 계약금을 현실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프로구단의 신인 1라운드 계약금은 수년째 3억원 선에서 고정됐다. 미국 구단의 러브콜을 받은 선수일 경우에는 5억원까지 계약금이 오르기도 하지만 그 외 대부분은 3억원으로 통일되어 있다. 여러 관계자들은 신인 계약금이 사실상 구단들 간에 담합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3억원은 미국 달러로 22만달러, 5억원도 36만달러에 불과하다. 100만달러 이상을 제안하는 미국 구단들과 경쟁에서 이기려면, 이보다는 더 투자해야 한다. <br><br> 관련자료 이전 [종합] ‘K장녀’ 조이 “동생 혼수? 거의 다 내가 쓰던 것…사준다 해도 거절” (‘나혼산’) 07-19 다음 강남, 키 미담 전했다…“국장님에 좋게 이야기해줘” (‘나혼산’) 07-19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