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갈 20% 살릴 수 있다… 질병 해방 길잡이 될 '마법의 약'인가 [사이언스 in 뉴스]

작성일 07-17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lt;2&gt;  위고비: 만성질환 극복의 판도라 상자는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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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뉴스는 수많은 질문을 불러옵니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증언들은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대다수 독자에게 생소한 과학 뉴스와 관련된 경우, 특히 복잡하고 어렵기만 합니다. 유전자를 편집해 생명을 연장하는 시대, 블랙홀의 비밀이 벗겨지고 바이오 에너지가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 기대되는 내일. 쉬운 말과 용어로 시사 속 과학 이슈를 풀어냅니다. 2회 주제는 최근 선풍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위고비 등 GLP-1 제제의 가능성, 그리고 한계를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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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덴마크 기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연합뉴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7/hankooki/20250717043222016zhsr.jpg" data-org-width="560" dmcf-mid="BbJ9odOJJ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7/hankooki/20250717043222016zhsr.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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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기반 글로벌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위고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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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기 이탈리아 시인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신곡' 중 '지옥편'에는 탐식의 죄인들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들 가운데 이름이 '차코'인 뚱뚱한 자가 등장한다. 차코(Ciacco)는 돼지라는 뜻이다. 자체만으로 경멸 뜻을 내포한 차코는 비만 원인으로 지목된 탐욕과 나태의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진흙 지옥을 견뎌낸다.
 비만을 탐욕과 나태로 연결하는 중세 시각은 현대까지 이어졌다. 근대 정치인들은 피지배자들의 노동력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나태=비만'의 공식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나태의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라고 다그쳤고, 그래야 비만한 몸을 갖지 않아 벌을 피한다는 식이었다. 20세기 이후 고도성장기, 이 같은 논리는 값싸게 그리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고칼로리 가공식품으로 비만해진 노동자를 멸시하는 잘못된 시각으로 자리 잡았다. 나태하고, 그래서 가난하고, 결국 뚱뚱해진다는 비뚤어진 프레임. 하지만 현대의 과학은 명백히 말한다. 비만은 유전도 게으름도 아닌, 우리가 오래도록 잘못 섭취해온 가공식품에 의한 '중독'이 만들어낸 환경적 질환이라고.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 우리는 조부 세대 이전과 비교하면 막대한 양의 과당, 가공식품을 먹고 있다"며 "이들 식품에 대한 집착은 담배나 술, 도박과 마찬가지로 중독이고 이는 현대 사회 비만 확산의 주요 원인이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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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3 contents-hash="68576d555347c3d6c35ad5fb95c5f0b98cf80a13a4e24c4987264a879c790f66" dmcf-pid="YC914Ko9Mz" dmcf-ptype="h3">커지는 음식에 대한 갈망, 포만감 조절 필요 커져 </h3>
 가공식품 중독, 비만의 고착화,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최근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위고비 등 GLP-1 비만치료제를 이해하려면 우선 '포만감 왜곡'이란 개념을 짚어야 한다. 비만치료제 트렌드에 대한 대중서 요한 하리의 '매직필'에선 비만 첫 단계를 거의 씹을 필요 없는 초가공식품(극도로 가공된 식품) 특성에서 찾는다. 주로 설탕과 지방, 탄수화물 조합으로 이뤄지는 이들 식품은 혈당의 피크타임과 우리의 에너지 수준에 영향을 끼친다. 
 이들 식품은 자체로도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부족해 먹은 만큼 몸에 에너지를 전해주지 못하는데, 이에 중독되면 이른바 생화학적 포만감(식욕조절 중추에 작용하는 호르몬에 의한 포만감)이 왜곡된다. 배고픔을 유발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포만감을 전달하는 호르몬 렙틴에 대한 저항성이 생기면서다. 세계 최초로 식욕억제제의 뇌 적용 기전을 밝힌 최 교수는 "인간은 원래 생존과 진화를 위해 음식에 대한 갈망과 섭취로 얻는 쾌락을 필요로 했다"라며 "다만 다양한 가공식품 출시로 풍족해진 식생활에 젖어 들고 음식에 대한 욕구가 지나치게 커져 비만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에 빠져든 현대인의 비만유병률이 치솟고, 포만감 조절을 통한 비만치료 필요가 커지게 된 배경이다.
 <hr class="line_divider" contents-hash="4cb8cfe2c91d4789626b261e0f760d54e2d97cc0cc458b3ad3c5ed953e0ef9d7" dmcf-pid="XSf3PVNfJU" dmcf-ptype="line">
 <h3 contents-hash="753dd2513223b0eef924ec2aee64421a54ddac98bac63678e9e3825f12a8b249" dmcf-pid="ZiGr5YKGMp" dmcf-ptype="h3">인구 절반 과체중 눈앞, 비만 잡는 게임체인저 등장</h3>
 비만은 현대 사회 최대의 보건 문제다. 비만이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을 14%나 끌어올리고, 암 사망률도 17% 증가시킨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세계비만재단 자료에 따르면 2035년 전 세계 인구 절반이 과체중 또는 비만에 도달할 전망이다. 비만 근절이라는 난제 앞에 나타난, 포만감을 증대시켜 식욕을 절제하는 기능을 하는 GLP-1의 발견은 게임체인저나 다름없었다. 
 장내 호르몬 일종인 GLP-1은 음식을 먹고 나면 수치가 급등하는, 일종의 포만감 시그널 전달물질이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이러한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세마글루타이드를 개발해 당초 인슐린과 혈당에 영향을 주는 2형당뇨치료제 오젬픽으로 출시(2018년)한 것이 시작이었다. 하지만 2022년 세마글루타이드 임상시험에서 놀라운 결과가 도출되면서 이 약제는 당뇨치료제를 넘어서기에 이른다. 임상 대상자 평균 체중의 15% 내외 감량이라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확인되면서다. 현대 비만치료의 대명사가 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2.4mg)', 그리고 뒤를 이은 수많은 GLP-1 제제의 탄생이다.
 체중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위고비는 빠르게 비만치료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0월 출시 후 2분기 정도 만에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섰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혹은 27 이상이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되도록 한 전문의약품이고 고가의 비급여약제이지만 확산 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위고비의 국내시장 인기 요인으로 비만약제를 미용적 수단으로 여겨온 과거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다. 앞서 2001년 국내 출시 이후 다이어트약으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올랐던 제니칼, 강력한 식욕억제 효과로 인기를 얻었다가 심각한 부작용으로 퇴출됐던 리덕틸 등도 그랬다. 
 위고비의 경우 특히 유명인들의 성공사례 확산이 붐을 키웠다. 일론 머스크는 2022년 10월 팔로어 1억8,000만 명을 거느린 엑스에 '건강의 비결은 금식과 위고비'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위고비 등 GLP-1 제제 효과가 좋다는 글을 더했고, 이 메시지는 수억 회 이상 노출되면서 '셀럽 마케팅'의 위력을 발휘했다. 머스크의 한마디가 수억 달러 가치 이상의 광고 효과를 창출했고,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이 한때 덴마크 국내총생산을 넘어서기도 했다. 비만치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크게 줄었다. 
 <hr class="line_divider" contents-hash="c2770fe0e60cef19c828ef6335f3f16f7850a70b9eac400c8d0c4a18a6c290d4" dmcf-pid="0Nthp18tn5" dmcf-ptype="line">
 <h3 contents-hash="ebf4b46ecf819cca7d23babfeaad703ec73d13c710994fee8b296a418a04247f" dmcf-pid="pjFlUt6FdZ" dmcf-ptype="h3"></h3>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을 지낸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체중관리를 권고하기 전부터 일단 위고비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라며 "특이한 점은 과거와 달리 비만치료를 원하는 남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비록 위고비 등 GLP-1 제제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미용적인 부분에 적잖이 기울어있지만, 의학적 효능이 무시될 수 없다는 점은 확고하다. 박 교수는 "환자나 의료진 누구도 불확실한 약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라며 "아마도 (비만 해소를 과대 광고하는)건강보조식품 시장으로 쏠렸던 추세가 크게 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GLP-1 제제는 비만치료제에서 나아가 이제는 심혈관질환 등 각종 성인병에 대한 의미 있는 치료제로서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사이언스지는 2023년 한 해를 대표하는 혁신(Breakthrough of the Year)으로 GLP-1 제제의 개발과 임상적 성과를 선정했다. 수만 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심부전, 심근경색, 뇌졸중 등 중증질환 위험을 20%까지 낮추는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이 임상결과는 사실상 죽을 수 있는 20%를 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라며 "이젠 비만치료를 위한 내분비내과만의 약이 아니라 심장내과에서 주로 쓰는 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고 밝혔다. 
 GLP-1 제제 처방 환자의 경우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지방간염, 당뇨,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되고 알코올 섭취량이 의미 있게 줄어든다는 점도 확인됐다. 최근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에 대한 유익성 규명이 한창이다. GLP-1 제제가 '질병 해방'의 문턱으로 인류를 인도할 길잡이일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올해 노벨생리의학상은 GLP-1 제제 연구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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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 수용체를 이용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약은 비만의 원인인 가공식품 중독을 멈추게 하면서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7/hankooki/20250717043224495myru.jpg" data-org-width="640" dmcf-mid="KaWDXyBWi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7/hankooki/20250717043224495myru.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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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욕을 제어하는 호르몬 수용체를 이용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 약은 비만의 원인인 가공식품 중독을 멈추게 하면서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도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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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r class="line_divider" contents-hash="8adda7602c05704da0adb16b379c34dfc82fddb0aaaaa963a8a1e0d3ba51e334" dmcf-pid="Bw7Ybue7Ly" dmcf-ptype="line">
 <h3 contents-hash="b254f211d75b7be8bfc1f85038530e6580a7dca00c54e39161dc751ae7abb510" dmcf-pid="brzGK7dziT" dmcf-ptype="h3">'더 많이' 보다 '더 잘 빼는' 약 출시 경쟁</h3>
 GLP-1 제제에 대한 기대치가 확대되면서 제약업계의 '비만치료제 서부 개척시대'가 열렸다. GLP-1뿐 아니라 GIP, 글루카곤 등 3종 작용제들을 두루 활용한 300개 이상의 신약 후보들이 전 세계에서 임상 등 개발 단계에 있다고 한다. 더 많이 살을 빼면서 안전하게, 그리고 다른 중증질환에 대한 효과까지 담보하면서 복용 편의를 높인 제품들이 출시 경쟁 중이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치료제 젭바운드는 이르면 올가을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데 체중 감소율이 2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엔 한미약품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내년 중 상용화를 앞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맞춤 임상을 거쳐 국내 환자 적격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1상이 완료된 HM15275와 HM17321는 감량 중 근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근육 증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 중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R&amp;D센터장은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현존하는 어떤 GLP-1 제제보다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을 낮춰주는 데 있어 효과적"이라며 "이제 비만 치료제 개발 트렌드는 단순히 체중감량 수치 경쟁에 머물지 않고 근육을 얼마나 보존하는지 등 질적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제 가격은 이들 제약사의 경쟁 과정에서 상당 부분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별로 신약 특허기간이 만료되면서 저렴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들도 등장할 예정이다. 주사 형태의 일관된 복용 방식도 패치나 경구용 등 최대한 환자 편의에 맞게 다양해지는 추세다. 최 센터장은 "지금처럼 고가를 유지해선 확장성 제한이 있어 당연히 저렴해질 걸로 예상한다"라며 "되도록 오래 약을 처방받도록 해야 효과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복용 방식이 제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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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홍주 논설위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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