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씻고 못 자고 못 먹고, 소개팅도 취소... PD는 이렇게 삽니다 작성일 07-14 8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박인석의 맨땅에서 PD하기 ②] 후드티에 카고바지 입고 상암동 누비는 '방송계' 사람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9oiQXjQ0E4"> <p contents-hash="a5a4d88b512219c5fe75ef899efc7a96405cce4c038722f15230d7aaf9adf6ba" dmcf-pid="2gnxZAxpsf" dmcf-ptype="general">KBS 퇴사 후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제작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제안서를 보내고 퇴짜 맞는 일을 반복한 피디의 고군분투 제작기를 전합니다. 16년차 피디가 소규모 제작사 대표로 OTT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든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고백합니다. <편집자말></p> <p contents-hash="a8f9f58403ace469a6370b59b23c4bb362d6a506679d1260fa5ef946876146ab" dmcf-pid="VaLM5cMUIV" dmcf-ptype="general">[박인석 기자]</p> <p contents-hash="fb0f0ab92be87624ad90fadc0644aa59c570dcb5a44c4af9166046eec909daba" dmcf-pid="fNoR1kRur2" dmcf-ptype="general">14년 넘게 여의도로 출근하다가 상암동에 '스튜디오 투쁠'이라는 구멍가게 제작사를 차려서 피디 생활을 하게 된 지도 벌써 1년이다. KBS를 제외한 대부분의 방송사가 모여 있어서 디지털미디어센터라고 통칭되는 이 상암동의 풍경은 굉장히 인상적이다.</p> <p contents-hash="db504460179ad8027aa94fdb4a7cb60412929fdedc8f996ab651620a72036364" dmcf-pid="4jgetEe7I9" dmcf-ptype="general">대학교 때 그런 친구들이 있었다. 후드티에 카고바지 입고 카메라와 삼각대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어젯밤 한숨도 못 잤는지 얼굴은 퀭해서 떡진 머리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이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하던 이들. 여기 상암동은 그냥 그런 사람들의 마을이다.</p> <p contents-hash="ac9bb2e030ee50af9349426554d1d2d14bf29f14e20b65be9a131705de117032" dmcf-pid="8AadFDdzOK" dmcf-ptype="general">후드티에 카고바지가 체감상 오만명 정도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해도 버거집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어도 옆 테이블에선 대본이 어쩌고 출연자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정치계와 금융계 사람들이 많기에 정장에 넥타이가 기본값인 여의도에 살다가 이 곳으로 오니 그냥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후드티와 카고바지만 봐도 동지애가 뿜뿜한다.</p> <div contents-hash="ca253d70dc7c3ac16af004ebb830c9fbac77a01541a45ed2c20b3246e4e79578" dmcf-pid="6cNJ3wJqmb" dmcf-ptype="general"> <strong>겉으론 화려해 보여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8b2d58a9301fa1c43bbd8419242c1552189191febe4e2e2b59aaa641b0d49d72" dmcf-pid="P6fqIMqyDB"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4/ohmynews/20250714112702332yvtc.jpg" data-org-width="696" dmcf-mid="UMzBCRBWI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4/ohmynews/20250714112702332yvtc.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KBS <홍김동전>의 ‘사연따라 딴따라’ 특집에 출연한 박진영 피디. </td> </tr> <tr> <td align="left">ⓒ KBS</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7817c174746a4b85004976761fe567cbc179706771cf5d5a987591e28a3b1f54" dmcf-pid="QP4BCRBWIq" dmcf-ptype="general"> 내 고향 KBS를 비롯해서 이곳 상암동 '피플'의 삶은 겉으론 다이내믹하고 화려해 보인다. 빛나는 조명 아래에서 잔뜩 메이크업 된 연예인을 상대하기에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 바닥 사람들이 카메라 뒤에서 겪어내는 삶이란 그 화려함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3D 성격이며 때때로 그것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그래서 대학교나 지자체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보면 일반 시청자 입장으로 살아오신 그곳의 관계자분들은 처음 방송계를 접하고 그런 질문을 하시곤 한다. </div> <p contents-hash="32a6db7fdaa21410d46252b22f7c09df3262001c10ed495c905ca5393a97a895" dmcf-pid="xQ8bhebYEz" dmcf-ptype="general">"2주 밖에 안 남았는데 이게 가능한가요?"</p> <p contents-hash="69230b821e08d8372d2dd28cad6b54e34a27fa1608f38a22ff8a0e1ce55ef1fc" dmcf-pid="yTlr4GrRm7" dmcf-ptype="general">이 후드티와 카고바지의 민족은 2주의 시간이면 80분짜리 프로그램 서너 편은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KBS <홍김동전>을 만들면서 참 인상적이었던 촬영이 많지만 그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프로그램 초창기에 박진영 피디님이 출연해 주셨던 '사연따라 딴따라' 편을 말하곤 한다.</p> <p contents-hash="e099ac37fee0a0e97977f039987692c480b4da344acaec850b9c310e83fbc64c" dmcf-pid="WySm8Hmesu" dmcf-ptype="general">프로그램 초창기 시청률 부진으로 폐지의 위기에 몰려있을 때였다. 회사에선 2~3주 안에 시청률 수치를 올리지 않으면 프로그램의 운명을 장담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리고 12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에(정확히 금요일이다) JYP 사옥으로 가서 박진영 프로듀서(가수)를 만났다. 우린 박진영 프로듀서의 출연이 필요했고 그는 지방을 돌면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기획이면 의미가 있겠다는 말씀을 주셨다. 촬영은 정확히 일주일 뒤 금요일. 우리에겐 6일의 시간이 있었다.</p> <p contents-hash="ea484037d273a5bbd65b83799115b91475de0d2db1eb259ee0f116eba320f509" dmcf-pid="YWvs6XsdwU" dmcf-ptype="general">금요일 저녁부터 작가들이 전국의 분교를 뒤지기 시작했고, 특별한 사연의 주인공들을 수소문했다. 벌교 답사, 제주도 답사, 여수 답사, 이벤트를 만들 주인공 섭외 및 미팅, 2회차 방송 분의 기획 회의와 대본 제작에 더해서 당연히 해당 주에도 동시에 진행돼야 했을 지난 촬영분 편집제작 및 방송납품까지. 모든 제작진이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로 일주일이 지난 금요일, 믿기지 않게도 우린 벌교 여고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고, 그 공연을 마친 뒤 여수로 내려가서 결혼 당시 미처 프러포즈를 못했던 부부에게 몰래카메라 이벤트를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1퍼센트대 시청률에 허덕이던 프로그램은 2퍼센트를 넘겼고 간신히 연명에 성공했다.</p> <div contents-hash="6213c8467cbb792591e46a7cd6002ccebc6b1df288a9439afac30344dc0a9f5d" dmcf-pid="GYTOPZOJmp" dmcf-ptype="general"> <strong>이 일이 좋아서</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29fbb77787c80a65fb32a74b5a8be3c8093e22ded4d3e34f7c708f39a28c2cd9" dmcf-pid="HGyIQ5Iiw0"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4/ohmynews/20250714112703766jgrq.jpg" data-org-width="3000" dmcf-mid="K0e8Yg8tr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4/ohmynews/20250714112703766jgr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상암동 '스튜디오 투쁠' 사무실에서</td> </tr> <tr> <td align="left">ⓒ 박인석</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68058d8e88ffa54147274f1af826bac86b5f02fcfe5e7eb39e7f6e4c1e71f6f" dmcf-pid="XdMfyLf5w3" dmcf-ptype="general"> 물론 이러한 스케줄을 '방송쟁이'들이 기적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일 뿐, 이런 삶이 정상은 아니다. 모든 직업의 분야가 저마다의 힘든 점이 있겠지만, 예능을 제작하는 사람들은 매주 납품기일이 있고, 그 데드라인에 맞춰서 새로운 창작물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와 일정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 일주일이 7일밖에 되지 않음을 통탄하며 못 씻고 못 자고 못 먹고, 소개팅은 서너 번 미루다가 취소에 이른다. 그 덕에 사망 고위험 직군으로 분류되어 보험료마저 비싼 건 덤이다. </div> <p contents-hash="4f7d4dc9bcb1ff604bbc0c89556d7e0e335b2bf21080a2e2327546c5499c8216" dmcf-pid="ZJR4Wo41OF" dmcf-ptype="general">그렇다고 이 바닥이 생각만큼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며 특히 음지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은 누가 알아주는 삶을 사는 것도 아니다. 메인 피디야 고생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박수도 쳐주고 이름도 기억해 주지만, 이름 없이 빛도 없이 그저 예능제작에 대한 사명감으로 고생길을 견디는 이들이 대부분이다.</p> <p contents-hash="36678ec8cada299908453414f7a8d0058c7d1b545dc563988dc230b5e23e7873" dmcf-pid="5ie8Yg8tEt" dmcf-ptype="general">큰 방송국을 벗어나서 소상공인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다. 구멍가게라고 해서 팀원들을 대기업보다 못 먹이진 말자는 것. 가뜩이나 고된 일인데 없는 집 자식(?)이라는 서러움까지 있다면 그건 너무 힘든 거니까. 다행히 구멍가게이다 보니 프로그램 제작 및 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관부서가 없어서 '럭키비키'였다. 그저 내가 판단해서 필요한 곳에 지출할 수 있고, 조연출이고 작가고 FD고 간에 사람이 필요하면 편하게 더 뽑을 수 있으며 투뿔 한우 회식까지는 아니더라도 삼겹살은 종종 먹을 수 있다. 이 삼겹살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편집실과 촬영장에서 김밥만 물리도록 먹는 피디·작가들에겐 프로그램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다.</p> <p contents-hash="37c004bb0dd7b8f43cf4e7985ff8fe6f58b73c2fcebcbb784fb1b6ebf13ac658" dmcf-pid="1nd6Ga6FE1" dmcf-ptype="general">지금도 <도라이버> 편집실에서 못 씻고 못 자며 분투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꼰대처럼 과거의 내가 떠오른다. 2014년 늦겨울의 어느 토요일 새벽(정확히 토요일이다),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 신종플루였다. 일요일 방송되는 KBS < 1박2일 > 세컨드 피디였던 나는 메인 선배 아래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편집을 하고 있었고, 토요일은 때려 죽여도 편집실에 있어야 하는 날이었다. 정오경 링거를 뽑고 편집실로 갔다. 마스크를 쓰고 코를 훌쩍이며 밤을 지새웠고 무사히 방송을 냈다.</p> <p contents-hash="e6578748d63867cbd9ad557d5a0b528a327be73cf665b1a61e7b8e6580a927da" dmcf-pid="tLJPHNP3w5" dmcf-ptype="general">지금도 < 1박2일 시즌3 >의 레전드 회차로 기억되는 '서울시간여행' 편이었다. 일요일 저녁에 내가 만든 방송을 시청하면서 아파서 울고 방송 내용 때문에 또 울었다. 이런 삶이 비단 나뿐만 아니라, KBS와 상암동의 후드티 피플에겐 기본값이다. 빨간날도 없고 명절도 의미없다. 빨간 날은 광고단가가 가장 비싼 방송이 나가는 날이고, 명절은 특집을 만드는 날이다.</p> <p contents-hash="c6333841575a95101c8abc845fa592446914f498e7eb201f1b016deac62acc9f" dmcf-pid="FoiQXjQ0rZ" dmcf-ptype="general">프로그램이 납품된 직후엔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있지만, 방송 말미 스크롤에 올라가는 나의 이름 석 자와, 어쩌다 달린 선플 하나에 스테로이드를 맞은 듯 고통을 잊고 행복해 하며 다시 또 일주일을 달리는 인생.</p> <p contents-hash="24126cc55343fdbdeb1c0660f6440b9586183d853877482f413261376da07b08" dmcf-pid="3gnxZAxpmX" dmcf-ptype="general">이게 옳은 삶인지 때때로 의문이 들고, 여러가지 부조리도 아직 업계에 산적하지만, 일단 오늘도 우리는 이 일이 좋아서 그렇게 살아간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NCT 드림 "이 갈고 컴백…세계적으로 멋진 모습 보이겠다" [Oh!쏀 현장] 07-14 다음 NCT 드림 "정규 5집 이 갈고 컴백,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 [MD현장] 07-14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