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할 걸요, 휠체어 탄 사람의 불편을 작성일 07-13 20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김성호의 씨네만세 1094]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 우리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2hPInlj4OI"> <p contents-hash="76a73543cf8505c5b322153712d5a0845d355ba4db2d3476c127e64dd5b9cedf" dmcf-pid="VlQCLSA8IO" dmcf-ptype="general">[김성호 평론가]</p> <p contents-hash="87ab2c99f6b329b5ac6c38e6c12c77995adff76735873053d1504fdba7634e35" dmcf-pid="fSxhovc6ms" dmcf-ptype="general">'오프닝상'이 있다면 이 영화에 주고 싶다. <우리가 만든 궤적>의 오프닝이 선정작 27편 가운데서도 각별히 인상적이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소개팅으로 따지면 첫 3초다. 만난 지 3초 안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속설처럼, 오프닝만 보고도 작품이 어떠할지를 예감할 수 있다는 뜻이겠다. 물론 예외는 있다. 그러나 예외는 어디까지나 예외일 뿐이다. 훌륭한 오프닝이 대부분 훌륭한 영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오프닝을 각별히 주의해 지켜보도록 이끈다.</p> <p contents-hash="ca1a737752acf01a398c980dc1fd209bbb0ad868173464a4dcf0c200f9879c94" dmcf-pid="4vMlgTkPsm" dmcf-ptype="general">관객과의 첫 만남인 오프닝을 대충 만들 연출자는 없다. 자연히 연출자는 오프닝에 총력을 기울인다. 때로는 관객이 영화에 단박에 몰입하도록 하고, 때로는 영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녹여낸다. 관객을 장악하듯 몰아치기도 하고, 편안하고 느슨하게 분위기를 풀기도 한다. 중요한 건 그 모두가 감독의 최선이리란 것이다.</p> <div contents-hash="f8690dcd5d22d1d6e58c66ec6c112b7638e89c07c81d2ac855d9cbbd15f581b5" dmcf-pid="8TRSayEQwr" dmcf-ptype="general"> 제3회 반짝다큐페스티발(아래 반다페)에서 상영된 30편의 최선과 마주하여서 나는 두 작품 <우리가 만든 궤적>과 <웰컴 투 마이홈>의 오프닝이 각별히 출중했다 생각했다. <우리가 만든 궤적>의 오프닝은 어째서 특별한가. 나는 여기 그 이유를 적으려 한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c79b8b2b37cfd94cd6abf0c4acd5a78a8d900f63368c218f66ff06d5ac687e04" dmcf-pid="6r2DMmnbrw"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2651cfom.jpg" data-org-width="966" dmcf-mid="zQzMudKGD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2651cfom.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우리가 만든 궤적</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반짝다큐페스티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02c745ce71606c3a55ce5016a2ae87721e3473d915e3bc596db246b20d55fc74" dmcf-pid="PmVwRsLKmD" dmcf-ptype="general"> <strong>상상도 못해봤다... 그녀가 겪는 불편</strong> </div> <p contents-hash="034723bc0d1257f9dc6daf5968204d8aff2a95d4043f4e2d894dbe33642d162d" dmcf-pid="QsfreOo9OE" dmcf-ptype="general">제3회 반다페 섹션8에 묶여 상영된 <우리가 만든 궤적>은 장애인으로 전동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백진이 감독이 직접 연출한 작품이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 가운데 상당수가 장애 문제를 다루었으나 장애를 가진 감독이 직접 제 이야기를 찍은 사례는 이 작품이 유일하단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각별히 멋진 것은 그저 그 의미에 기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화의 오프닝부터가 작품이 지닌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낸다.</p> <p contents-hash="38227844390729f99f88f082183f056c65607dcf62f0355ad9a5937ff32ee30a" dmcf-pid="xO4mdIg2Ek" dmcf-ptype="general">첫 장면은 건물 내부에 자리한 흔한 카페 전경을 내보인다. 얼마간 거리를 두고 찍은 화면엔 카페 앞에 나란히 놓인 키오스크 세 개를 중심으로 카페 전경이 그대로 담겨 있다. 키오스크를 눌러 주문하고 자리를 뜨는 손님이 먼저 있고, 영화가 진짜 하고픈 이야기가 곧 뒤따른다. 화면 왼쪽 프레임 바깥에서 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인 백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들어온 그녀가 키오스크 세 개 중 가운데 것 앞에 멈춘다. 그리고 손을 뻗어 주문한다.</p> <div contents-hash="ef670eb73ee2ac936e6fd2ff4c3a879fc5243b9192995a07075384e5777bb22a" dmcf-pid="y2hKHVFOEc" dmcf-ptype="general"> 그저 편하게 주문할 수 있었다면 영화가 되지 않았을 테다. 휠체어에 탄 백진이의 손은 아무리 바짝 뻗어도 화면 가장 위 항목에 닿지 않는다. 커피와 차, 에이드, 디저트 따위를 구분한 항목에 좀처럼 닿지 않아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겨우 개중 아랫것을 건드리는 것이다. 인기가 많은 메뉴는 그중에서도 가장 위 첫줄에 뜨게 마련, 고흥유자에이드 한 잔을 주문하는 것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주문을 끝으로 암전된 화면 위에 영화의 제목, '우리가 만든 궤적'이란 글자가 뜨고, 과거엔 저 자신이 싫었다는 감독의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영화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순간이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dbe38db7932802d56df5daeb2b2cf744c5a4cacf795377ab49b1a3ebc581d2d9" dmcf-pid="WVl9Xf3IDA"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3946mxyc.jpg" data-org-width="966" dmcf-mid="qwahovc6r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3946mxyc.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우리가 만든 궤적</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반짝다큐페스티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1008a6fdda9151a41f7993bab1d795089c6fb30a028376445c031ea35636f387" dmcf-pid="YfS2Z40Cwj" dmcf-ptype="general"> <strong>휠체어 앉은 장애인 감독의 일상</strong> </div> <p contents-hash="469a4d2b4e9d3f1e325d6d3dbab53cb12557ec34791f9a8af84fe5ec38b9df8e" dmcf-pid="G4vV58phsN" dmcf-ptype="general">이 오프닝은 얼마나 파괴적인가. 모르긴 몰라도 키오스크를 쓰며 나와 다른 처지의 사람을, 우리의 편안이 불편으로 다가올 이들을 고려해본 적 없는 관객에겐 당혹스런 충격을 안길 게 분명하다. 충격, 말 그대로 부딪쳐 흔드는 오프닝은 그대로 장애인을 대하는 우리 세계의 태도를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돌아보도록 이끈다.</p> <p contents-hash="b315fd2353f9727ffa597cde212fb855e242b10ca06e98cf9ee87593e56056ba" dmcf-pid="H1aZrthLsa" dmcf-ptype="general">가만 보면 버스며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에서도 높이가 다른 손잡이가 나온 게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엔 모든 손잡이가 같은 높이였다. 누구는 영영 닿을 수 없는 높이였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처지의 사람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을 관객 각자가 묻도록 하는 것, 이건 그대로 영화 <우리가 만든 궤적>이 의도한 바다. 장애인들이 살고 있는 세계, 휠체어에 앉아 닿을 수 있는 높이가 불편으로 이어지는 세상,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가 만든 궤적의 결과인 것이다.</p> <div contents-hash="e4340485265c77e7816f76ab6fa3fcf7348c68433829b80503edcf1843d0641b" dmcf-pid="XtN5mFloEg" dmcf-ptype="general"> 영화 <우리가 만든 궤적>은 백진이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휠체어에 탄 장애인으로 그녀가 살아온 삶을, 마주한 불편과 일어난 감정을, 슬픔과 우울, 분노와 같은 부정적 것들부터 즐거움과 고마움, 뿌듯함에 이르는 긍정적 요소들까지 그대로 보여준다. 감독 본인의 목소리로 제가 지나온 길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오로지 제 삶을 넘어 장애를 가진 이들과 그와 관계 맺는 이들, 나아가 온 세상에 전하는 마땅한 소리로써 다가선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915af7e30e9d6acba672e25b1f1fff467bc3d55deaa0f3787bb9152c2c985884" dmcf-pid="ZFj1s3SgEo"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5295ezgx.jpg" data-org-width="966" dmcf-mid="bD12Z40CI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5295ezgx.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우리가 만든 궤적</strong> 스틸컷</td> </tr> <tr> <td align="left">ⓒ 반짝다큐페스티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c124f328073b03b653efd0e29fdb2285efa3b70262aefb77c07d9fb20f5768e0" dmcf-pid="53AtO0vamL" dmcf-ptype="general"> <strong>마주한 적 없는 세계를 본다는 것</strong> </div> <p contents-hash="15b4f09a5b8f5e8bd2b8c799e5b6ebd9586c79fbe67d6481b0a6d87356897c33" dmcf-pid="10cFIpTNmn" dmcf-ptype="general">러닝타임 12분의 짧은 영화가 관객으로 하여금 전에는 미처 마주한 적 없는 세계를 보인다는 게 놀랍다. 다른 이의 삶, 실재하는 세계를 가져와 관객에게 들이대는 것, 그것이 반다페와 같은 다큐영화제가 의도하고 실현해내는 의미일 것이다.</p> <p contents-hash="a67a5d5f605db89ce87eded9f17e3bf2616ae00d6b1291ee52817efaa1736d73" dmcf-pid="tpk3CUyjIi" dmcf-ptype="general">다른 어느 작품 못잖게 그 의미에 충실한 이 영화가 반다페를 찾아온 것은 또한 마땅한 귀결이기도 하다. 적어도 장애를 고려하고 그 앞에 놓인 문턱을 부수어내는 데 있어 이 영화제는 한국에서 기록할 만한 수고를 감당해온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화제 전 과정에 있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문자 그대로 장벽으로부터의 해방을 시도한 것이 그렇다. 전 작품에 자막을 달고,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 및 개막식과 폐막식 행사, 포럼 등에 수어와 문자통역을 진행한 건 내가 알기로 한국에선 반다페가 최초다. 이 같은 노력이 올해 반다페에 장애를 다룬 작품이 유달리 많이 찾아온 이유이기도 할 터다.</p> <div contents-hash="c4124f351c58beeef4879909e271ae329e5519a85dfce573cc5b865e31b15301" dmcf-pid="FUE0huWAsJ" dmcf-ptype="general"> <우리가 만든 궤적>은 백진이 감독을 둘러싼 이들이 장애를 대하는 법을 알게 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장애인인 감독 자신이 장애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또한 영화를 봄으로써 관객 또한 그와 같은 변화를 일부나마 겪을 수 있도록 도우니 영화의 가치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contents-hash="35d89c8b379170da4342b0c70f7cafc6d2e79e2e7bc98640e54af0ae7eb877e6" dmcf-pid="3uDpl7YcI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6614joih.jpg" data-org-width="400" dmcf-mid="9oCbG2tsm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3/ohmynews/20250713100606614joih.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반짝다큐페스티발</strong> 포스터</td> </tr> <tr> <td align="left">ⓒ 반짝다큐페스티발</td> </tr> </tbody> </table> <div contents-hash="296f96ebeda98a27a7ccf6ba53025b6eb801801cbb5961a87e41093f69953c47" dmcf-pid="0WdTjYwMme" dmcf-ptype="general"> <strong>"작가는 화가 많아야 한다"</strong> </div> <p contents-hash="f1fc55ba75b2d51d7557d3799b99dc2ec3f97b249070d6de66c63d435578ef10" dmcf-pid="pYJyAGrRER" dmcf-ptype="general">영화가 상영된 뒤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백진이 감독은 "전에는 제가 항상 어디에서 속하지 못하고 배제되어있다는 느낌을 늘 받았던 거 같다"면서 "체육 시간에 참여하지 못하고 수학여행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일들이 거의 20년 동안 계속됐으니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다고 장애인 친구들이 있는 무리에 가도 대화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아서 홀로 동떨어진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p> <p contents-hash="3f769a1ea83616d1cd2ceca204513a07094869b1e6548b3979ac7d50d68d4d80" dmcf-pid="UGiWcHmewM" dmcf-ptype="general">그녀는 이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제 장애를 말 안하다가 입학 당일에 휠체어 끌고 갔다"면서 "그때 만난 사람들이 저를 비장애인처럼 아무렇지 않게 대해줬는데 그게 저한테는 살면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고, 이 사람들은 나를 인간 백진이로 봐주고 있는데 나만 휠체어에 갇힌 것처럼 살아선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p> <p contents-hash="7de56b6295b2f7e84c0d963c335258ed5bb6a4470312f2bbbe4cf4b3f01a62f6" dmcf-pid="uHnYkXsdDx" dmcf-ptype="general">백 감독은 예술을 창작하도록 이끄는 요소로써의 화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백 감독은 "저는 영화도 하지만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 화는 당연히 많아야 된다 생각하고 화가 많아야 문학이 잘 나온다 생각한다"면서 "일상생활에서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은 체념인데, '이제껏 이렇게 살아왔는데 지금 화내서 뭐해' 하고 살아왔고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영상으로 담아서 소리를 지르고 영상으로도 화가 안 다스려지면 글로 쓰게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p> <p contents-hash="96a4aac4d81bd1239224a5cffada9856169df0611f17863dfacfe939573713de" dmcf-pid="7XLGEZOJmQ" dmcf-ptype="general"><strong>덧붙이는 글 | </strong>김성호 영화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굿보이’ 강길우, 압도적이다‥신스틸러 금토끼 07-13 다음 '동치미' 김용만 "子, 버클리 음대 자퇴→DJ…판단 존중" 07-13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