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정자 배출구였다?…다시 쓰는 항문의 기원 작성일 07-12 21 목록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1j3LtqHEv1">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1a2d61fa5bf5786d6c1c25c491341b72bc1f842317d79f8dedb4ea1987ec3d8" dmcf-pid="tA0oFBXDT5"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항문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6662aimt.jpg" data-org-width="680" dmcf-mid="Pqqh8J9HS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6662aim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항문을 나타낸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a5c3ab0fcb65fe8e51db1cb4f07c0bd60d0c772e0c9b7ceade2f0fc7f475c336" dmcf-pid="FbDukCaVvZ" dmcf-ptype="general">아마 우리 중 대부분이 자신의 항문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채 살다가 죽을 겁니다. 그래도 그 역할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항문은 소화기의 말단에서 대변을 배출하며 우리 몸을 깨끗하게 유지해줍니다. 그런데 어두운 곳에서 늘 최선을 다하는 심연의 구멍, 항문의 원래 기능이 다름 아닌 정자 배출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2월 10일 공개됐습니다.</p> <p contents-hash="fe9e9b5839449b077eb8923c2844c16978151847d447b623ba63517f3c303b38" dmcf-pid="3Kw7EhNfvX" dmcf-ptype="general">어린이와의 대화에는 '필승 공식'이 하나 있습니다. '대소변과 코딱지는 무조건 되는 주제'라는 법칙이죠. 항문도 같은 범주에서 치트키로 묶입니다.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아도 '항문' 하면 괜히 비밀스럽고, 더럽고, 흥미진진합니다. </p> <p contents-hash="86e79a33041a574f6ccb9cfd051ea9d870d0a8d1f526e289e14ac279be94b5ab" dmcf-pid="09rzDlj4lH" dmcf-ptype="general"> 항문이 괜히 웃긴 이유는 아무래도 그 기능 탓일 겁니다. 항문에서 뭐가 나오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요. 평상시에는 꼬옥 문을 닫고 있다가 필요할 때 문을 열고 대변을 내보내는 소화기관의 끝. 그것이 항문의 역할입니다.</p> <p contents-hash="192ba55ebc25fc46955c05ae10dc273121085ffef0b6958336ce3a0d183b7eab" dmcf-pid="p2mqwSA8vG" dmcf-ptype="general">그런데 지난 2월 10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 (bioRxiv)'에는 이런 항문의 기능이 비교적 나중에 자리잡은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p> <p contents-hash="14ca37099ab52fc1a7f312cf26e05ead2ea0a5d097bab23e3456d98ed909af6b" dmcf-pid="UVsBrvc6CY" dmcf-ptype="general"> 안드레아스 헤이놀 노르웨이 베르겐대 생물학과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논문에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후구동물의 항문이 원래 수컷의 생식구멍에서 유래했으며 이 구멍이 소화기관의 내배엽과 연결되면서 항문이 형성되었음을 시사한다”고 말합니다. </p> <p contents-hash="584bc27f854f4980996c58a73abc3a6ab2eedf8de20697eaa9d7b7662fb22c7b" dmcf-pid="ufObmTkPhW" dmcf-ptype="general"> 쉽게 말해서 우리 항문이 원래는 정자를 배출하는 분비선이었을 거라는 내용입니다. (doi: 10.1101/2025.02.10.637358)</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6e4e31e7965c0d7cbbc95c5a982b2fcb879dcd6dbc05755b7100d0b4e9821e95" dmcf-pid="74IKsyEQl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위상수학적으로 볼 때 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린 도넛과 형태가 같고 비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리지 않은 도넛과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8045dwfw.jpg" data-org-width="680" dmcf-mid="xiyLtqHEl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8045dwfw.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위상수학적으로 볼 때 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린 도넛과 형태가 같고 비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리지 않은 도넛과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8f15ea0ca18299f946aa32abdc0571fd50e3fe627e131bb960b9ceb679eef42e" dmcf-pid="z8C9OWDxTT" dmcf-ptype="general"><strong>● 인간은 사실 도넛과 다를 게 없다</strong></p> <p contents-hash="1df3f66b7b2a31b3a9bf3393f545d54d78fe1889128b6aabc6e3f734f6cb132e" dmcf-pid="q6h2IYwMWv" dmcf-ptype="general"> 논문 내용을 살펴보기 전 알고 넘어가면 좋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노란 해면 캐릭터인 스펀지밥과 인간의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펀지밥은 바다에 살고 인간은 땅에 산다는 점 외에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구멍'의 유무입니다. </p> <p contents-hash="30b710cda305dd68d51894aa84f1181c9bee61a83792686e4ae4e1cde6397e13" dmcf-pid="BPlVCGrRlS" dmcf-ptype="general"> 스펀지밥은 구멍이 없고 인간은 구멍이 있어요. 여기서 말하는 구멍은 입부터 항문까지 쭉 연결된 소화관입니다. 소화관이 없는 해면은 위상수학적으로 말하자면 찹쌀도넛와 다를 게 없어요. 반면 인간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넛과 같습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5764dda63aa46292693d7b06600655fe1a172697a3cba8541b16908fac272a7" dmcf-pid="bQSfhHmeT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리는 방향에 따라 선구동물과 후구동물로 나뉜다. 입이 먼저 생기는 선구동물과 항문이 먼저 생기는 후구동물의 발생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YassineMrabet (W)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9402puhc.jpg" data-org-width="600" dmcf-mid="W2Ykz40CT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39402puhc.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좌우대칭동물은 구멍이 뚫리는 방향에 따라 선구동물과 후구동물로 나뉜다. 입이 먼저 생기는 선구동물과 항문이 먼저 생기는 후구동물의 발생 과정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YassineMrabet (W)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e5b5549959cc4578a7763e59eeae0cad0bf657406b6633f5f0cebc6aa1cb88b6" dmcf-pid="Kxv4lXsdCh" dmcf-ptype="general">구멍의 유무는 생물을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입니다. 동물을 척추의 유무에 따라 척추동물과 무척추동물로 나누기도 이전 구멍의 유무를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해면이나 해파리, 히드라 등은 구멍이 없는 생물입니다. </p> <p contents-hash="ba99c1ffb3792dd793d4cc5d27b281a30b1d165a6f5d0051153e0ef7653ac54e" dmcf-pid="9MT8SZOJTC" dmcf-ptype="general"> '비좌우대칭동물'이라고도 부릅니다. 비좌우대칭동물은 음식물을 입으로 섭취한 다음 소화가 되고 난 잔여물을 다시 입으로 배출해요. 그러니 애니메이션에서 스펀지밥이 변기에 앉아 있는 장면이 나온다면 그건 고증 오류입니다.</p> <p contents-hash="ad7fc96e807e85aaf9bb6bce8cdd63e496f255a484918bbcdf64d834fea0246e" dmcf-pid="23oZnkRuWI" dmcf-ptype="general"> 한편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곤충, 새와 연체동물 등에게는 몸을 관통하는 구멍이 있습니다. 이렇게 구멍이 있는 생물을 '좌우대칭동물'이라고 불러요. 좌우대칭동물이 섭취한 음식물은 입에서 출발해 항문까지 한 방향으로 이동합니다. </p> <p contents-hash="82f6424694c4dc7fa5002f97ed507edbf21939a9f104de7ca3e23133ae1695ef" dmcf-pid="V0g5LEe7yO" dmcf-ptype="general"> 영양분을 흡수하기 훨씬 효율적인 구조입니다. 좌우대칭동물의 몸집이 비좌우대칭동물보다 큰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p> <p contents-hash="def7ec20a64f2c16a7f52a04d17adf35a54746caf739b5933f61d85a34e0bb37" dmcf-pid="fpa1oDdzCs" dmcf-ptype="general"> 이렇게 구멍이 생기면 우리 몸 안에는 비로소 '몸 밖의 공간'이 생깁니다. 소화가 이뤄지는 동안 음식물은 사실상 몸 밖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요. 그건 좌우대칭동물의 몸이 위상수학적으로 보면 구멍 뚫린 도넛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p> <p contents-hash="3f9cd9ddd7a848a2bf52f5f6d57b8ce44ecaff33f678fffe5c7fc6855395d53a" dmcf-pid="4UNtgwJqWm" dmcf-ptype="general"> 구멍 뚫린 도넛의 안쪽 빈 공간을 '도넛의 내부'라고 보지는 않아요. 좌우대칭동물의 소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소화관 내부는 엄밀히 말하면 생물의 외부인 셈입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c572339d1d8f4c39c18bbc3e8fc7a6e2d97d91a3bac89062a5bc351e887aeffb" dmcf-pid="8ujFariBh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해면이나 해파리, 불가사리 등 비좌우대칭동물에게는 항문이 없다. 이들은 입과 항문이 구분되지 않아, 음식을 섭취하는 곳과 소화가 된 찌꺼기를 배출하는 곳이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0776fbir.jpg" data-org-width="680" dmcf-mid="GqBYeNP3W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0776fbi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해면이나 해파리, 불가사리 등 비좌우대칭동물에게는 항문이 없다. 이들은 입과 항문이 구분되지 않아, 음식을 섭취하는 곳과 소화가 된 찌꺼기를 배출하는 곳이 같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e65aaacb130cc0b8980ed712775ae934417b63e05a1b9669954e315d863d93c1" dmcf-pid="67A3Nmnbyw" dmcf-ptype="general"><strong>● 동물에겐 어쩌다 구멍이 뚫렸을까</strong></p> <p contents-hash="12094422f55a59ec8e61775e62c59f7ac1ccc8c1cbe95ef586cce50eb51aff7c" dmcf-pid="Pzc0jsLKWD" dmcf-ptype="general"> 좌우대칭동물은 발생 과정에서 구멍이 뚫리는 방향에 따라 선구동물과 후구동물로 다시 나뉩니다. 선구동물은 입이 먼저 생기고 그다음 항문이 생겨요. 절지동물과 연체동물을 포함해 지구상 대부분 동물이 선구동물입니다. </p> <p contents-hash="c031fa9a2b59fe6d7a0123d746721c9391cfe7a8312542a95d963a85f9f2aca1" dmcf-pid="QqkpAOo9hE" dmcf-ptype="general"> 후구동물은 그 반대입니다. 항문이 먼저 생겨요. 인간을 포함한 척추동물 그리고 불가사리가 포함된 극피동물이 후구동물에 속합니다. 후구동물과 선구동물이 구멍을 뚫는 과정은 수정란이 형성되고 얼마 안 된 시기에 이뤄집니다. </p> <p contents-hash="1795f32fe7a9993b8d18e0465e4a126ae27eb725f140ad79a126c1d996d5fe55" dmcf-pid="xBEUcIg2Sk" dmcf-ptype="general"> 생물의 발생 초기에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란이 되면 세포가 분열하면서 '포배'라는 구조를 형성합니다. 포배는 속이 빈 구 모양의 구조입니다. 바람이 조금 덜 찬 풍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50151030ec93457fb7f5ca70f08dc220761d893f69bac024b3ead75f5727b1c0" dmcf-pid="ywzAuVFOhc"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을 면역조직화학염색 기술을 활용해 촬영한 결과물. 면역조직화학염색 기술은 세포 조직에서 특정 세포 소기관을 염색해 그 분포를 한 눈에 보고자 할 때 활용한다. 보라색은 튜불린(미세소관 구성 단백질)을 염색한 것, 초록색은 액틴, 파란색은 핵이다. bioRxiv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2202nifu.jpg" data-org-width="680" dmcf-mid="X3xUcIg2TN"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2202nifu.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을 면역조직화학염색 기술을 활용해 촬영한 결과물. 면역조직화학염색 기술은 세포 조직에서 특정 세포 소기관을 염색해 그 분포를 한 눈에 보고자 할 때 활용한다. 보라색은 튜불린(미세소관 구성 단백질)을 염색한 것, 초록색은 액틴, 파란색은 핵이다. bioRxiv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31296d2607274cbb856b38870f99f896c8fb2a1870bbb1952629a3d87ce5d56c" dmcf-pid="Wrqc7f3IlA" dmcf-ptype="general">바람이 덜 찬 풍선에 손가락을 찔러 넣으면 풍선이 움푹 파여요. 발생 초기 생물도 같은 과정을 겪습니다. 이렇게 움푹 파이는 시기를 '낭배기'라고 불러요. 움푹 파인 구조의 입구는 '원구(원시 입)', 그 내부는 '원장(원시 창자)'이라고 합니다.</p> <p contents-hash="9ccc27c931caa233ea84081ca4f952952a7de69d970e87c0bc09c8895bb91881" dmcf-pid="YmBkz40Chj" dmcf-ptype="general"> 비좌우대칭동물이건 좌우대칭동물이건 관계없이 겪는 낭배기는 소화기관을 만드는 시기입니다. 선구동물은 원구가 입이 돼요. 후구동물은 원구가 항문이 되죠.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은 후구동물에 속합니다. 항문이 입보다 더 먼저입니다. </p> <p contents-hash="09f537efa91f313010838c716ab09c840df54151cf30558cdd91c0f7c441bc77" dmcf-pid="GsbEq8phyN" dmcf-ptype="general"> 좌우대칭동물의 경우 낭배기 이후에 원구 반대편에서 또다른 움푹 파인 구조가 생겨나 원장과 합쳐집니다. 비로소 구멍이 뚫리는 겁니다.</p> <p contents-hash="2dcc2ca2f8f2daa7326dc01926fa03df61e9993801db2124be37f9d029e002b0" dmcf-pid="HOKDB6Ulla" dmcf-ptype="general"> 연구팀은 동글동글한 찹쌀도넛 같던 생물에 왜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는지 알아내고자 했습니다.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는 낭배기 이후 원구 반대편에 등장한 또다른 움푹 파인 구조의 원래 기능을 알아내야 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제노투르벨라 보키(Xenoturbella bocki)라는 해양 저서동물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p> <p contents-hash="75505d9185b56b32666e9f87624d9bf679da6842a01dddfd95c20bd5b688fb90" dmcf-pid="XBEUcIg2Wg" dmcf-ptype="general"> 몸집이 채 2cm도 되지 않는 오렌지 젤리처럼 생긴 동물이에요. 제노투르벨라 보키에게는 구멍이 없습니다. 원구와 원장이 그대로 입(동시에 항문)과 장이 됐어요. 그러면서도 비좌우대칭동물보다는 좌우대칭동물과 유전적으로 더 가깝습니다.</p> <p contents-hash="603845d0fb1cfd9133de090f2712588e04810042553468ae4c2a2b7a0d5a9ba6" dmcf-pid="ZbDukCaVCo" dmcf-ptype="general"> 재미있는 점은 제노투르벨라 보키에게 구멍은 없지만 입 반대편에 정자를 배출하는 분비선이 있다는 부분입니다. 연구팀은 이 부분에서 가설을 하나 세웠습니다. </p> <p contents-hash="4e73cd13a1aeeeab606c466b860529d605b623feb8adbdab264483dd7219938c" dmcf-pid="5Kw7EhNfSL" dmcf-ptype="general">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장과 정자를 배출하는 분비선이 연결돼 좌우대칭동물의 소화관이 된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p> <p contents-hash="58fb02336c3441227e6fda4555c9a68e91f09585e52a739ccadf5f540231c401" dmcf-pid="19rzDlj4yn" dmcf-ptype="general"><strong>● 어느날 불미스럽게도, 항문이 생겼다</strong></p> <p contents-hash="7256a82b2d8e63aa9330deaffb08af48f46e0195118a85eb82929e5a4f21e0a3" dmcf-pid="t2mqwSA8Ti" dmcf-ptype="general">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좌우대칭동물의 발생 과정에서 원구 반대편에서부터 구멍이 뚫릴 때 관여하는 유전자가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을 만들 때도 관여하는지 살펴보면 됩니다.</p> <p contents-hash="b32d264a4cd892439ff74df8060128e4eb4ae3fddbb6e0f173090d3f9144d466" dmcf-pid="FVsBrvc6vJ" dmcf-ptype="general"> 좌우대칭동물의 항문을 만드는 유전자에는 caudal, brachyury 등이 있어요. 연구팀은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에서 이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광 제자리 부합법(FISH-Fluorescence In Situ Hybridization)이라는 방법을 이용했습니다. 형광 제자리 부합법을 이용하면 세포 조직에서 특정 유전자가 발현될 때마다 빛이 나오기 때문입니다.</p> <p contents-hash="15ea7d7a2e9b8f7655e74f0515788d1d58059ac5098f28833ab8494682899d61" dmcf-pid="3fObmTkPWd" dmcf-ptype="general"> 연구 결과 원래라면 항문에서 발현돼야 하는 유전자들이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경우에선 정자 분비선에서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어요. </p> <p contents-hash="ca200467bc8e5c6c43ddc70b6b1f2b0851feccd8666417dbeee80e857c7afb73" dmcf-pid="04IKsyEQTe" dmcf-ptype="general">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발견은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과 항문 사이에 깊은 진화적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우리의 연구 결과는 항문이 원래 정자 분비선에서 유래했으며 이것이 원장과 접촉하면서 뒤쪽 출구, 항문을 형성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p> <p contents-hash="9a05f49ff32f1945e4e24cf8cc8745be4e6ef835564badd708ad3ad216822ebc" dmcf-pid="p8C9OWDxyR" dmcf-ptype="general"> 이쯤에서 최초의 항문을 가지게 된 생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화 과정은 원래 우연히 생존에 적합한 돌연변이를 가진 개체들이 살아남으면서 이어집니다. </p> <p contents-hash="c517033db52952c04981ba5c07badb58204203c659a7c7c5bf5f004f6cff9fb3" dmcf-pid="U6h2IYwMTM" dmcf-ptype="general"> 우리의 오랜 조상은 태어나고 보니 다른 친구들은 정자를 내보내는 구멍에서 대변도 같이 나오는 몸을 갖고 있었을 겁니다. 작고 말랑한 우리의 조상에게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이 오늘날 좌우대칭동물이 영양분을 효율적으로 섭취하게 된 시작점이 됐다는 게 의미심장합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70271fbac7c91ebcc9a35b5a869efe2c9ac4395d6f419632ee1f9e9409023e2d" dmcf-pid="uPlVCGrRl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제노투르벨라 보키의 모습. a가 앞부분, p가 뒷부분이다. 검은색 삼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입이다. Hiroaki Nakano(W)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3467zqus.jpg" data-org-width="680" dmcf-mid="XN8IfebYC3"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3467zqus.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제노투르벨라 보키의 모습. a가 앞부분, p가 뒷부분이다. 검은색 삼각형으로 표시된 부분이 입이다. Hiroaki Nakano(W)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be2da507b7d0eb7dc1a580cb996120c271d29711267dbd23938a02385af62811" dmcf-pid="7QSfhHmeCQ" dmcf-ptype="general">연구를 이끈 헤이놀 교수는 과학 뉴스 사이트 '사이언스얼럿(ScienceAlert)'과의 인터뷰에서 “한번 구멍이 생기고 나니 이후에는 다른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p> <p contents-hash="ec1fd0b4ecfeeb0ffe6942b03a5da47d941edb96fb6f57d041eeae7e66fb9e2b" dmcf-pid="zxv4lXsdyP" dmcf-ptype="general"> 사실 조류나 양서류, 파충류, 오리너구리 등 일부 포유류에는 여전히 배설기관이자 생식기관의 역할을 하는 총배설강이 있습니다. 동물계 전체를 두고 보면 대변을 배출하는 곳, 소변을 배출하는 곳, 그리고 생식기관이 각각 분리된 인간을 비롯한 대부분 포유류가 오히려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contents-hash="d69841a8554d7199c33a6f3dea773016839e829813765f1564781fedce4d9737" dmcf-pid="qMT8SZOJW6"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조류, 파충류, 일부 포유류 등 대부분 포유동물의 항문은 배설 기관과 생식 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자연계에선 한 가지 역할만 수행하는 인간의 항문이 오히려 드문 경우인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4724qjbt.jpg" data-org-width="680" dmcf-mid="ZjA3NmnbhF"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7/12/dongascience/20250712080144724qjb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조류, 파충류, 일부 포유류 등 대부분 포유동물의 항문은 배설 기관과 생식 기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자연계에선 한 가지 역할만 수행하는 인간의 항문이 오히려 드문 경우인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figcaption> </figure> <p contents-hash="cce2274ff1518da76e38887c81483b0c16f3658ca38d73ad3c04cd6dd3649f0d" dmcf-pid="B9rzDlj4v8" dmcf-ptype="general">헤이놀 교수의 말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요도와 생식 기관도 먼 옛날 항문이 그랬던 것처럼 '일단 만들어진 다음 용도를 찾은' 경우일 수도 있어요. 실제로 항문 말고도 일단 생기고 보니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었던 기관의 예는 많습니다. </p> <p contents-hash="be899161c4dca9ae6e679c6aca6fb87149527ebcd12081b2cc9056edc841fa52" dmcf-pid="b2mqwSA8h4" dmcf-ptype="general"> 대표적 예로 조류의 깃털이 있습니다. 원래는 보온 기능을 위해 공룡에게서 진화했던 것이 나중에는 비행에 활용된 경우라는 것입니다. 어류의 지느러미부터 시작해 점점 더 섬세하고 다양한 역할을 갖도록 진화한 우리의 손도 좋은 예시입니다. </p> <p contents-hash="fbd26418352c76954344c53f383b1342cda2bc0abb5ac2ca52ff3e1ffc4cf965" dmcf-pid="KVsBrvc6vf" dmcf-ptype="general"> 초기 어류의 지느러미를 보고 누가 오늘날 온갖 정밀한 작업을 하는 인간의 손을 예상했겠어요. 제노 투르벨라 보키의 정자 분비선도 그렇습니다. 무궁무진한 항문의 가능성을 담은 원시 구조인 셈입니다. </p> <p contents-hash="4e1f55de4d873ed4b5949bc6b38298a58f8c789183ba15d519df6b7526bdb817" dmcf-pid="9fObmTkPCV" dmcf-ptype="general"> 이 연구는 아직 사전 공개 단계로 학계의 검증을 거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항문의 기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더 밝혀져야 할 것이 많습니다. 상상하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 비밀스러운 구멍에 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요. 오늘 변기에 앉아서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p> <p contents-hash="bcef5dd2883a43b6bca0c7dc1deafd8ed0ee8078a7a41b1d4830363aebd0bffb" dmcf-pid="24IKsyEQh2" dmcf-ptype="general"><strong>※관련기사</strong><br> 과학동아 7월호, <strong>원래는 정자 배출구였다? 다시 쓰는 항문의 기원</strong></p> <p contents-hash="1ca5fef1d73b39fd420bbe9de4ac3c716130f5fdf9925af847f50c06dde5b966" dmcf-pid="V8C9OWDxC9" dmcf-ptype="general">[김소연 기자 lecia@donga.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관련자료 이전 ‘카지노’ 본격 카지노 입성 07-12 다음 [방송3법 논란①] KBS·MBC 이사회 확 달라진다…방송법 개편안 뭐길래 07-12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한 회원만 댓글 등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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